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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 장구령(張九齡)

한때는 꿈이 많은 젊은이였지
헛디디다 때를 놓친 백발의 사내
그 누가 알았으랴, 거울 앞에서
안팎 사람 서로서로 가련타 할 줄....

宿昔靑雲志(숙석청운지)
蹉跎白髮年(차타백발년)
誰知明鏡裏(수지명경리)
形影自相憐(형영자상련)

*원제: 照鏡見白髮(조경견백발: 거울 속의 백발을 보고)
*張九齡: 중국 당나라의 시인.
*宿昔: 옛날. 여기서는 젊은 날.
*靑雲志: 원대한 포부를 실현하려는 뜻.
*蹉跎: 발을 헛디뎌 넘어짐. 시기를 놓침.
*形影: 자신과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

“어제는/ 나 그대와 같았으나/ 내일은/ 그대가 나와 같으리라.”유안진 시인의 「은발이 흑발에게」라는 시의 전문이다. 여기서 흑발은 물론 이팔청춘의 피가 펄펄 뛰는 젊은이들이고, 은발은 인생의 단 물이 죄다 빠지고 머리가 허옇게 센 늙은이들이다. 하지만 그 늙은이들도 한 때는 푸른 피 펄펄 뛰던 젊은이였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되는 것이 인생이다.

여기 옛날에는 검은 머리카락의 젊은이였던, 백발의 늙은이 한 사람이 있다. 인생의 봄날에는 그도 청운(靑雲)의 거대한 뜻을 품었다. 하지만 지금은 헛디디고 헛디디다 기회를 다 놓친 백발의 늙은이가 되어버렸다. 그는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우두커니 서서 거울 속의 얼굴을 쳐다본다. 피가 펄펄 끓던 시퍼런 젊은이는 도대체 어디가고, 다 늙어빠진 백발노인이 볼썽사납게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아니 거울 속에 저 사람이 정말로 나란 말인가? 거울 밖의 사내가 하도 기가 차서 거울 속의 사내에게 중얼거린다. “여보게 늙은이, 이게 도대체 어찌된 건가. 자네 꼴이 정말 말이 아니군.” 거울 속의 사내가 혀를 끌끌 차며 대꾸를 한다. “허허 그것 참! 자네 지금 남의 말을 하는군. 자네야말로 그게 어디 사람 꼴인가.” 꽃 피고 새 울던 봄날에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실의와 좌절 끝에 폭삭 늙은 사내를 이토록 서럽게 만나게 될 줄을!

이 세상 모든 흑발들아. 흑발에서 은발로 달려가는 길에는 잠시 동안 머무를 간이역도 없다네. 어 어 어 하다가 좋은 시절 다 놓치지 말고 하루하루를 귀하게 살아라. 이 세상 모든 흑발들아. 너희들이 더러 은발들을 몹시도 싫어한다며? 부탁한다, 그러지 마라. 늙었다고 은발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싫어하는 것이고, 미래의 너희들을 너희들 스스로가 싫어하는 거란다. 오늘은 너희들이 흑발이지만, 내일에는 은발이 되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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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