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7.3℃
  • 맑음강릉 11.5℃
  • 맑음서울 7.7℃
  • 맑음대전 8.1℃
  • 맑음대구 11.9℃
  • 맑음울산 11.5℃
  • 구름조금광주 7.8℃
  • 맑음부산 10.4℃
  • 구름많음고창 5.9℃
  • 구름많음제주 9.7℃
  • 맑음강화 5.1℃
  • 맑음보은 8.9℃
  • 맑음금산 7.0℃
  • 구름조금강진군 8.4℃
  • 맑음경주시 11.7℃
  • 맑음거제 9.9℃
기상청 제공

● 사회현안 특집 <국민연금 개혁>

국민연금 개혁, 왜 시급할까?
"25년 동안 보험료 동결 등으로 국민연금 재정 불안정 심화, 타국 사례 등 참고해 대응해야"

 

지난 1월 말에 발표된 5차 국민연금재정계산 시산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2055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전에 비해 소진 시점이 2년 당겨졌다. 현재 20대 중반인 대학생이 50대 중반이 되면 기금이 소진된다. 이러한 전망은 2055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2023년 5차 국민연금재정계산을 포함하여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재정안정 조치를 취하기는 할 것이다. 어떤 강도로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국민연금 재정안정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우리 국민연금의 장래와 대학생의 노후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재정안정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전문가 사이의 의견 차이가 크다.

 

● 국민연금 제정계산제도란 무엇인가

2003년 1차 국민연금재정계산부터 2023년 5차 재정계산에 모두 참여해 온 필자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재정안정론자로 평가된다. 2003년 1차 재정계산의 간사위원을 담당하면서 70년 재정 평가기간 설정과 70년 후 연도 말, 즉 2003년 기준으로 2073년에 가서도 최소 2년 치 연금 지급할 돈은 확보해야 한다는 재정안정 지표설정을 조율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대로 이해해야 할 대목은 재정안정 목표의 시점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5년 주기로 이 원칙이 지켜지도록 계속해서 재정안정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2023년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예로 들면, 2003년에 설정된 재정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3년으로부터 70년 뒤인 2093년 말 시점에 가서도 최소 2년 치 연금 지급할 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70년 기간을 설정하기는 했으나, 매 5년마다 재정안정 목표를 충족시키면, 그 시점으로부터 70년이 지나서도 연금지급할 2년 치 돈을 확보할 수가 있어 젊은 세대·대학생의 기금 소진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다. 모든 세대가 기금고갈을 걱정하지 않고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국민연금을 운용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이 재정계산제도라고 보면 된다.

 

많은 장점을 지닌 국민연금 재정계산제도가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주요 OECD 회원국에 비해 제도 도입 시점이 매우 늦었다. 대다수 선진국은 산업혁명 이후 전통적인 사적 노인부양체계, 즉 가족 간의 부양을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인 제도로 전환시키면서 그 수단으로 공적연금을 도입했다. 이들 선진국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연금급여 수준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발전과정 속에서 서구 선진국의 연금 급여 수준이 제일 높았던 시절이 1960년대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후 복구과정에서의 고도 경제성장, 베이비붐 세대로 대표되는 높은 출산율을 배경으로 적게 내고도 많이 받을 수 있는 부과방식 연금 제도를 운영할 수 있어서였다. 연금 받는 노인 수는 적었던 반면에, 고성장에 덧붙여 신생아 출생률도 매우 높다 보니 앞날이 온통 장밋빛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두 차례의 석유 파동 이후 발생한 전 세계적 경기침체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발 빠른 대처를 위해 연금 지급률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제도 운영의 기본틀을 바꾸었다.

 

● 국민연금 위기의 시작과 그 원인

이러한 장밋빛에 제동이 걸린 시점이 1970년대다. 두 차례 석유 파동을 거치면서 전 세계가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하면서부터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연금 지급률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제도 운영의 기본틀을 바꾸었다. 1999년 스웨덴 연금개혁을 필두로, 우리가 연금제도를 배워 온 독일·일본도 2004년 연금재정의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경제·사회 여건 변화에 연금제도를 자동으로 연동시켜, 즉 정치적인 판단은 배제하고 자동으로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바꾸었다. 현재 OECD 회원국 70%가 이러한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대신에 이러한 조치로 피해를 본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금으로 철저하게 노후를 보호하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은 서구사회가 가장 높은 수준의 연금 급여를 지급하던 시절의 연금제도를 모방하여 국민연금제도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1988년 도입된 우리 국민연금은 원래 1974년에 도입하기 위해 설계되었던 제도다. 석유 파동으로 도입 시기가 연기되어 1988년에 도입된 것일 뿐이다.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인 70% 소득대체율 제도로 국민연금을 도입하면서도, 정작 보험료는 매우 낮은 3%로 출발했다. 최소한 20% 정도의 보험료율을 걷어야 할 제도를 3%로 출발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보험료를 9%까지 인상한 이후, 지난 25년 동안 단 1% 포인트도 올리지 못하다 보니 국민연금 재정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

 

● 무책임한 주장보다 현황과 국제 동향 파악해야

그동안 국민연금 재정안정 노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제도를 도입한 후 불과 10년 만에 달라진 환경 변화를 직감하면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1998년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10% 포인트 삭감했다. 2007년에는 소득대체율 60%를 2028년까지 40%로 삭감하는 선제적인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외국에 자랑할만한 재정안정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2007년 개혁 이후, 연금제도가 선거에서 표를 얻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국민연금 개혁논의가 실종되었다. 또 출생율 급락·평균수명 증가·성장률 둔화로 재정안정화 조치가 시급하였음에도, 2018년 4차 재정계산에서는 포퓰리즘에 가까운 대책이 거론됐다.

 

당시 일부에서는 2003년 1차 때부터 채택했던 70년 재정평가기간 대신, 30년을 재정평가기간으로 설정하여 재정안정방안을 제안했다. 2018년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2057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2018년 기준으로 30년을 재정평가기간으로 설정하면 2048년이 평가기간 종료시점이 된다. 이들은 2048년까지 기금이 소진되지 않으니, 보험료 조금 올리는 조건으로 연금 더 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주장을 담은 재정안정화 방안이 바로 4차 국민연금재정계산에서의 ‘가안’이다. 2023년 5차 재정계산이 이루어지는 이 시점에서도 기금 소진시점 몇 년 연장을 재정안정 방안으로 주장하면서 연금지급률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연금개혁의 국제동향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자고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연금개혁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되었으며, 결국 동일한 수준의 재정안정 달성을 위해 보험료를 추가로 2% 포인트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인구구조 악화로 2055년 기금 소진 후 5년 뒤인 2060년의 부과방식 보험료율이 30% 수준, 2080년에는 34%까지 오르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적연금 강화란 명목으로 연금 더 줄 수 있다라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초장기 속성의 공적연금 작동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 해결을 위해선 대학생의 관심이 필요해

이미 2003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소득대체율을 40%로 일시에 20% 포인트 하향 조정할지라도 보험료는 12%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추계결과가 나왔다. 20년 동안 너무도 악화된 우리 사회 여건으로 인해 5차 재정계산 시산 결과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40% 유지할지라도 보험료를 18%∼20%로 최소 9% 포인트 이상 올려야 한다. 이러한 시산 결과가 나왔음에도 보험료 3∼4% 포인트 더 올리는 조건으로 국민연금 급여율을 50%로 10% 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국민과 대학생들 사이에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이럴 때 활용해야 하는 것이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는 거다. 우리가 연금제도를 배워 온 일본은 우리 9%의 두 배가 넘는 18.3% 보험료율을 부담하면서도, 연금 지급률은 우리보다 낮다. 그러니 앞으로 100년 후인, 2123년에 가도 1년치 지급할 돈이 있다. 배울 건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서, 그저 연금을 더 줄 수 있다고만 한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 사회를 파멸로 이끌어 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 대학생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바로 알아야만 하는 이유다. 그렇게 해야만 대학생의 노후가 튼튼해질 수 있고, 대한민국이 연금으로 비롯되는 국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