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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교육의 현재적 의의

한문문화권의 세계적 도약-한문교육의 필요성 증대

● 한문교육의 필요성
알다시피 한자와 한문은 근대 이전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함께 사용한 문자였다. 그러므로 한자는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지만 단순히 중국의 문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공용(共用) 문자였고, 따라서 그것은 과거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문자이기도 했다.

세종대왕에 의하여 한글이 창제되기 이전까지 우리에게는 한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문자가 없었다. 그러므로 그때까지 한자는 우리 조상들의 사상과 감정, 삶의 양식을 표현했던 유일한 문자였다. 따라서 한글 창제 이전까지의 모든 기록물들은 한자로 기록될 수밖에 없었으며, 이와 같은 사정은 한글 창제 이후에도 별반 다름이 없었다. 뒤늦게나마 한글이 창제되었지만 새로 창제된 우리나라 글이 그동안 사용해온 한문을 전폭적으로 대신하는 것이 바람직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정말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하여 여전히 한글보다 한자를 더 많이 사용했으며, 그리하여 마침내 19세기 이전에 간행된 서적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아마도 95% 이상)이 한자로 표기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한문문화를 제외하고 과거 우리나라 문화에 대하여 말한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아울러 첨언하여 두고자 하는 것은 한문문화의 영향력이 한문이 광범위한 표기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과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20세기를 고비로 하여 한글이 한자를 대신하여 우리 민족의 보편적인 표기 수단으로 아주 확고하게 정착되었다. 하지만 과거 2천년 동안 한자를 사용해 온 오랜 문화적 전통 때문에 우리말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0%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결국 한자어도 사실상 우리말의 일부라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한자어를 떠나서 우리말을 생각하기는 어렵다.

한자와 한자어에 대한 교육이 바로 국어교육이기도 하므로 한자와 한자어에 대한 교육은 한문과는 관련 없는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다. 요컨대 한문교육을 포기하는 것은 과거 우리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우리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대폭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더구나 과거 한문문화가 지닌 역사적 가치와 현재적 이의를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문화의 바람직한 전개에 창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 민족이 안고 있는 절실한 과제이기도 하다.

한문교육은 바로 이와 같은 견지에서 주로 학교교육을 통하여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한자나 한자어, 한문문장교육은 물론이고 한문문화 전반에 대한 연구 결과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학문이라고 범범하게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 한문교육의 과거와 미래
엄밀하게 말하면 한문교육은 한문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아득한 옛날부터 시작되었으며, 따라서 줄잡아 2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 학교교육의 일환으로서 한문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72년부터였다.

1972년 중등학교 교과교육의 하나로 한문교과가 신설된 것은 한문교육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바로 이 사건을 고비로 하여 그동안 국어과의 하위 영역으로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한문과목이 독립과목으로 승격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한문교과의 위상 상승이 가져온 여러 가지 변화들이다. 1천8백자의 교육용 기초 한자 제정과 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사용할 한문 교과서의 개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1973년에는 중등학교에서 교육을 담당할 교사 양성을 위하여 대학에 한문교육과가 신설되고, 한국한문교육학회 등 보다 체계적인 한문교육을 연구하기 위한 각종 학회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변화로 인하여 그동안 한문교육은 상당한 정도로 성숙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현재 한문교육이 처해 있는 상황은 여러모로 어렵다. 우선 과거 중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필수 과목이었던 한문이 선택과목으로 바뀜에 따라 제도권 내에서의 한문교육의 위상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게다가 입시 위주의 교육이 빚은 중등학교 교육의 극단적인 편향화 현상으로 인하여 한문교육은 교육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여러 단체에서 주관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하는 학생수가 정말 엄청나게 많은 것을 보면 한문교육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아직도 대단히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중국과 일본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크게 부상됨에 따라 한문 문화권의 국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므로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한문교육의 필요성이 더욱더 증대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한문교육의 앞날이 반드시 어둡다고 할 수는 없으며, 이 분야 종사자의 구체적이고도 실천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한문교육의 위상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이와 아울러 중국학과 일본학 등 관련 분야로 관심의 폭을 넓혀나간다면, 현재 학자 등 전문적인 연구자, 중등학교 교사, 학원 강사 등 제한된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이 분야 종사자들의 진로도 국제적인 차원에서 그 폭이 좀더 넓어질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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