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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

냉철하고 진실되게 미래를 일구어 나갔으면

“천고마비”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말이다. 곡식이 무르익는 즈음이라 양식도 넉넉하고 쾌청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책 읽기에 그만인 계절이다.
이틀 전 책을 구입하러 학교 근처 서점을 찾았다. 현대는 통신판매가 발달하여 인터넷을 통하여 서적을 구입하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편리하지만, 나는 서점에 가서 오래 묵은 책의 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눈으로 손으로 책을 느끼는 것이 참 좋다.
오래된 책들이 쌓인 책방엔 구수한 빵냄새가 난다.
염두에 둔 책은 때마침 절판이 되어 발길을 돌려 다른 서점으로 향했으나 그곳에도 책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요즘은 학생들이 전공서적 외엔 책을 잘 구입하지 않아 재고 문제상 미리 들여놓을 수 없다는 슬픈 소리를 뒤로 들으며...
동문 입구의 이쪽 저쪽으로 두 개의 서점 이외엔 다른 서점은 찾아볼 수 없다. 학문의 전당 대학에서 책방은 찾아볼 수 없고 국적불명의 술집들만 넘쳐나는 이 부조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파스타와 오뎅바와 커피전문점이 줄지어 늘어선 휘황찬란한 유흥가. 화장으로 곱게 단장한 여학생들과 최신유행으로 빼입은 남학생들이 그곳을 익숙하게 누비고 있었다. 무지로 멀건 눈엔 천박한 호기심만 번득인다더니...
당나라 시인 두보는 모름지기 남자란 다섯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곳에서는 다섯 수레는 커녕 한 수레의 책을 읽은 젊은이도 찾아보기 어려울 듯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맹모삼천지교의 교훈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
계명의 젊은이들이 좀 더 냉철하고 좀 더 진실되게 미래를 일구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좋아하는 시인 잉게보르그 바흐만의 시 한구절을 나누고 싶다. 한계 내에서 우리는 완전한 것, 불가능한 것, 도달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랑이든 자유이든, 또는 순수한 위대함이든, 그곳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것을 가지고 불가능한 것에 부딪치는 유희 가운데서 우리는 우리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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