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는 상상력의 유산이다. 그래서 설화는 인문학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우리나라 역사에는 아주 많은 설화가 있다. 그 중에서도 일연의 『삼국유사』는 설화의 보고다. 설화 중에서도 시조의 탄생은 후손들에게 큰 자긍심을 선사한다. 경주에 가면 탄생 설화 주인공의 무덤을 만날 수 있다. 경주시 동천동에 위치한 탈해왕릉도 그 중 하나다. 『삼국유사』 권1 ‘기이’에 따르면, 탈해는 용성국의 왕과 적녀국의 왕녀 사이에서 알로 태어났다. 왕은 불길하다고 여겨 왕비에게 알을 버리라고 했다. 그래서 왕비는 알을 일곱 가지 보물과 노비와 함께 궤짝에 넣어 흐르는 물에 띄워 버렸다. 영일에 사는 한 노파가 궤짝을 건져 보니 옥동자가 있었다. 노파가 궤짝을 건질 때 까치가 울었다. 이에 까치 작(鵲)의 앞 부수를 따서 석씨가 되고, 알에서 태어나서 탈해가 되었다. 그가 바로 석씨 왕조의 시조다. 사적 제174호 신라 4대 이사금 탈해왕릉은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문화재다. 그러나 탈해왕릉 옆에는 경주 김씨의 시조가 하늘에서 내려앉은 표암이 있고, 이차돈의 순교비가 있던 백률사가 있다. 탈해왕릉의 가치 중 하나는 시조 탄생의 현장이고, 다른 하나는 소나무 숲이다.
울긋불긋 산마다 단풍이 절정이다. 단풍은 뭐니 뭐니 해도 가을이 제격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의 조화를 깨고 한 여름에도 붉은 빛을 띠고 있는 단풍이 있으니 이름하여 노무라단풍이다. 일본말로 노무라가에데(野村楓,ノムラカエデ)라 불리는 단풍나무가 언제 한국에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경복궁 뜰, 강릉 오죽헌 정원, 이순신 사당인 충남 아산 현충원 등에서도 눈에 띄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모든 나무들이 푸르른 한여름에 하필 노무라단풍 혼자서 붉은 빛을 띠니 더욱 눈엣가시 같다. 노무라단풍은 일본에서 가지고 들어온 것이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아름다운 꽃 이름에 일본 사람 이름이 들어 있거나 일본의 꽃 이름을 그대로 번역해서 붙인 경우는 더욱 민망스럽다. 요즘은 금강초롱이라고 부르는 꽃은 얼마 전까지 화방초(花房草,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라고 불렸다. 화방초의 ‘화방’은 하나부사 요시타다(花房義質)를 일컫는 말로 그는 조선주재 초대공사다. 금강초롱을 화방초라고 이름 붙인 사람은 식물학자인 나카이 타케노신(中井猛之進)으로, 하나부사가 조선에 불러들인 일본 식물학자다. 나카이는 금강초롱 말고도 조선총독이었던 테라우치(寺內正毅)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장애인 학교를 누가 좋아하겠나?”, “집값 떨어진다.” 지난 9월 29일 충청북도교육청의 특수학교 설립 추진 중 일부 주민들이 낸 반발의 목소리다. 이러한 이기주의적 모습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7년 9월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서도 장애 아동 부모들이 지역민들의 거센 항의에 무릎을 꿇고 호소한 일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특수학교는 전국 1백77곳으로 매우 부족한데, 그마저도 전체 장애 아동 8만 명 중 고작 30%만을 수용하는 수준이라 장애 아동 부모로서 특수학교 유치가 절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수학교는 일반학교에서 진행할 수 없는 장애아동들의 직업 교육과 사회화 교육으로 홀로서기를 돕는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실제로 2018년 김해 ‘제1회 희망나눔 페스티벌’에서 특수교육을 통해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장애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학교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듯 성공사례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그 필요성과 커리큘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이러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이기주의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특수학교를 꺼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 캐나다, 프랑스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선진국들은 장애인들
단풍잎에 물이 다 들지도 않았는데 입동이 찾아왔다. 작년에도 이렇게 빨리 계절이 바뀌었나 생각하며 떠올려보니 알 턱이 없었다. 1년 전, 나는 수험 공부 때문에 교실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친구들은 감기에 걸릴까 두려워 창문을 꽁꽁 닫았고 햇빛이 공부에 방해된다며 커튼을 쳤다. 열 명도 되지 않는 학생들이 스스로 들어간 밀실에서 하루를 견뎠다. 4시가 지나면 전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이 먼저 집으로 갔다. 우리는 부러워하며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우리 반에는 유난히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반은 간호학과에 가고 싶어 했고, 나머지도 각자의 길이 있었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성격도 관심사도 달랐지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저녁에는 다 같이 책상을 붙여 밥을 먹었다. 빨간 기름이 고인 불고기가 나온 날에는 학교 앞 편의점으로 갔다. 수능시험 전날에도 고사장 앞에서 종이로 포장된 초콜릿을 까먹었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었다. 그 후로부터 1년이 지났다. 나는 내가 가고 싶어 했던 학교, 학과에 입학했다. 함께 저녁과 토요일을 보냈던 친구 중에서 몇몇은 원하는 학교에 갔고, 아닌 친구도 있고, 재수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가끔 SNS에 올라오는 파푸아뉴
할 말이 있어서 너를 불렀던 밤이었다. 막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려던 찰나였다. 너는 짙은 갈색 재킷에 물 빠진 데님바지. 검은색 벨트. 왼손에 Emporioarmani 손목시계. 고르지 못한 숨. 제법 긴 의자. 내 옆에 네가 앉았다. 고개를 돌리고 속삭이던 내 입가에 너는 눈썹을 추켜세우고 가까이 귀를 댔다. 가로등 밑이었다. 자주 벌겋게 달아오르던 너의 귓불. 어두워도 보이던 너의 찰나들. 나는 내게서 네가 빠져나갔던 시간을 되뇌었다. 하려던 말들이 도망치고 나서야 당신이 왔다. 나는 어쩔 줄을 모르고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앞니는 갉아먹는데 익숙했고 봄은 사라지는데 익숙했다. 나는 나부끼는 이파리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위에 당신을 눕혔다. 말들은 공중에서 도망쳤고 길을 헤맸다. 애타게 너를 찾았던 그 시절 나처럼. 당신의 일렁이는 동공 위에는 한 겹의 계절이 남아 있었다. 다섯 번째 계절이었다. 속눈썹을 잠그고 했던 간곡한 부탁들. 느린 말투. 옅은 보조개. 이름 모를 향수. 이 센티미터 더 가까이 그 계절이 왔다. 겨울의 초입에서 차갑게 언 내 손은 생의 반대편으로 내던지고 싶었다. 얼굴이 없는 긴 목들이 왼쪽 손목에서 생에 가장 빠
계명대출판부 신간흥하는 도시 망하는 도시홍석준/2019유기체적 특성을 가진 도시는 시대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저자는 이 특성을 바탕으로 역사적 배경과 경제적 관점에서 세계 도시들의 흥망성쇠를 살펴보았다. 저서는 도시의 변화 원인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전쟁을 비롯한 물리적 파워, 중세시대 주된 부의 원천이었던 교역, 18세기 산업혁명 시대 이후 도시의 핵심 발전 요소가 된 경제와 산업, 그리고 지도자와 시민들의 혁신 의지가 결합된 창조적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도시의 흥망성쇠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들의 이야기이고, 도시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문의: 출판부 580-6233 동산도서관 신착 도서한글교양: 한국인이라면 알아야 할 한글에 관한 모든 것 김슬옹/2019최근 케이팝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해외 각 지역마다 설치된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그 인기와 문화적 가치에 비해 한글의 창제 및 반포 과정과 과학성 그리고 맞춤법 등에 대한 교양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3·1운동 100돌 기념 국가
2019년 좋은 일터 기업 콘텐츠 공모전 시즌2응모분야 : UCC/영상, 예체능접수기간 : 2019.10.07.~2019.11.29. 2019 K-water 물사랑 공모전응모분야 : 디자인, 사진, 예체능, 캐릭터/만화접수기간 : 2019.11.01.~2019.11.30. 인천공항 혁신 체감사례 수기/사진 공모전응모분야 : 사진, 문학/수기접수기간 : 2019.11.04.~2019.12.01. 2019 블록체임 기반 IoT 비지니스 아이디어 공모전응모분야 : 기획/아이디어접수분야 : 2019.11.06.~2019.12.06. 2019 기술보증기금과 함께하는 UCC공모전응모분야 : UCC/영상접수기간 : 2019.11.08.~2019.12.12.
요즈음은 인간대상연구에 관한 모집광고문을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아마 우리대학 학생들 중에도 광고를 보고 연구에 직접 참여해 본 학생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타 연구와 다른 점은 연구자와 연구대상자 간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지 연구자 측의 호기심만으로 연구를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연구자는 연구대상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목표, 이에 따른 연구방법, 참여절차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인간대상연구의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기관연구윤리위원회(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를 설치하였고, 이 IRB는 각 대학, 병원 등에 상설되어 있다. IRB는 검토과정에서 다음 세 가지 윤리적 원칙을 토대로 연구계획서의 내용을 수정·보완하도록 심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대상자가 참여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는지를 검토하고, 만일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연구대상자(예, 미성년자, 집단시설 수용자 등)라면 보호 대책이 충분한지를 검토한다. 둘째, 연구대상자의 개인정보 노출, 기타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특정한 환경적 조건에서 성장한다. 유복하지만 사랑이 결핍된 가정에서 성장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환경 속에서 세상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도 있고 무엇 하나 여유로울 것 없는 상황에서 세상을 원망할 수도 있다. 여하튼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왔고 서로 다른 조건 속에 서있다. 그럼에도 타인이 정한 잣대에 맞추어 세상을 보거나 자신의 경험만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화 공동체 간의 극단적인 대립은 이처럼 기존의 지식체계 혹은 특수한 경험만을 강조하여 문제를 판단하기 때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듯 반영한다. 아마 이 소설을 읽진 않았더라도 총 12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책의 제목이나 ‘난쏘공’이란 말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전체 내용은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이란 판자촌에 사는 난쟁이 가족의 행복하지 못한 삶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경제 계층과 문화 공동체를 대변하는 젊은 인물들의 생각·경험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각 인물의 층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교차시킨 몽타주 효과
“세달 만에 만난 외손주 지원이가 정말 귀엽다. 제 부모가 출근 한 뒤에 이 녀석과 함께 놀고 지낸지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세 살 먹은 외손주는 할미가 낯선지 살갑게 와서 안기지 않았다. 행여 외손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싶어 아픈 무릎이지만 말을 태워주기도 하고 총놀이도 같이 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해보았다. 그것이 통했는지 어제부터는 할미 치마 자락을 붙잡고 졸졸 따라다닌다. 그러더니 오늘 드디어 할미에게 ‘땡깡’을 부렸다. 이제 좀 친해졌다는 표현 같아 기뻤다. 퇴근하고 돌아온 애미가 오늘 잘 놀았냐고 해서 지원이의 ‘땡깡’ 부리던 모습을 찍어 보여 주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땡깡’이라고 써 넣으니 위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외손주를 사랑하는 이 할머니는 아이의 모습을 날마다 일기처럼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외손주가 ‘땡깡’ 부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고는 “지원이가 땡깡 부리는 귀여운 모습”이라고 써 놓았다. 이 할머니는 ‘땡깡’이 일본말에서 온 것을 모르고 쓰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땡깡이란 말은 일본말 전간(癲癎, tenkan)을 말하며 전간이란 우리말로는 지랄병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간질(癎疾), 뇌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