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갔다 3년 만에 복학한 나는 아무래도 오랜만에 학교에 오다 보니 여러 곳에서 변화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전자식으로 바뀐 출석방식, 동산의료원의 완공된 모습, 4학년이 된 여자 동기들까지 많은 곳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당연하게도 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이기에 나에게는 낯설고, 새롭게만 다가왔다. 변화를 두고 낯설고 새롭게 느낀다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새로움은 결국 변화를 통해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단발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계속해서 반복해야 할 숙제이다. 그리고 우리는 도태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변화마저 두려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새로움을 추구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루함과 식상함 대신 새로움과 참신함을 계속해서 원한다. 허나 동시에 변화에 대해서는 두려워한다. 한 번 발생한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움은 변화를 통해서
스물, 꽃이 필 나이라고들 한다. 모두가 그리워하고 선망하며 축하해주는 나이. 그 스물의 초입에 나는 우두커니 세워져 있다. 정신없고 기대와는 달랐던 현실에 실망하기도, 사소한 것에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사회 초년생을 향한 끊임없는 가르침이 사방에서 들려오고 그 가르침을 받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나는 생각한다. 어른이란 무엇이며 사회란 무엇인가. 가르침을 주기 위해선 얼마나 성장해야 하는가. 직접 겪지 않고도 가르침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도전. 신입생이 되어 받은 가르침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이다. 도전을 통해 세상에 부딪혀 다치더라도 상처가 아물며 세상을 배울 것. 이것이 내가 내린 성장에 대한 정의이다. 그리고 가르침에 대하여 또 생각한다. 가르침이란 자신의 수많은 도전을 통해 얻은 경험을 고스란히 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도전을 통해 조금 덜 다치도록 보호대를 하나 건네주는 것. 그쯤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보호대를 건네받아 찰 것인가에 대한 여부는 자신에게 달렸다. 멋없더라도 내 무릎을, 내 팔꿈치를 보호할 것인가, 말 것인가. 수많은 가르침이 있더라도 나는 그렇다.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란 것 또한 알고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2056년이면 한국 전체 인구의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어서게 될 전망이다. 쉽게 말해 국민 절반이 환갑을 넘은 나라가 된다. 노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노인가구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노인외래정액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만 65세 이상의 환자가 의원급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 총 진료비 가운데 일정 금액만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고령화로 인해 적용대상자가 점차 늘어나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수혜 대상연령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제도는 만 65세 이상 환자들이 동네의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 총 진료비가 1만5천원 이하면 노인 환자는 1천5백원만 내도록 되어있다. 한편 총 진료비가 1만5천원 초과 2만원 이하면 10%, 2만원 초과 2만5천원 이하면 20%, 2만5천원 초과면 30%를 본인이 부담한다. 당연히 나머지 금액은 국가재정에서 빠져나간다. 일각에서는 제도 대상자인 노인들 가운데 일부가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는 등 무분별한 ‘의료쇼핑’이 이루어지기도 해 재정 누수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
최근 반려동물의 사진이나 영상을 온라인상에 게시해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나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진 동물들을 보며 ‘직접 키워볼까’하는 생각을 해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 중에는 직접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위해 방법을 알아본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위해 애견샵을 찾지만, 애견샵은 생명이 있는 반려견을 사고 파는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애견샵에서 판매되는 강아지들의 경우 비위생적인 강아지 농장에서 ‘생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강아지 농장은 강아지 판매를 목적으로 개들을 강제 교배・출산하도록 운영되는 농장을 말한다. 이들 농장은 대부분 비위생적이고 비윤리적이다. 예를 들어 몸집을 작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먹이를 주지 않는 행위를 하는 등 동물을 한 생명으로 대하기보다 팔아야할 상품으로 대하면서 동물학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큰 문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싫증나거나 늙고 병들어 키우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유기하기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기동물의 수는 2016년에는 8만9천7백마리, 2017년에는 10만2천5백93마리, 2018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이 4월 15일 성서캠퍼스 내에 최첨단 새 병원으로 문을 연다. 1899년 ‘제중원(濟衆院)’으로 시작한 계명대 동산병원은 올해로 120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이기에 새 병원 개원은 더욱 의미가 크다. 새 병원 개원까지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메디컬 프런티어(Medical Frontier)의 정신으로 대구 서쪽 80만 지역민들의 곁으로 용기 있게 이전하였고 이제 개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하 5층, 지상 20층 1천41병상을 갖춘 지역 최대 규모의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 등 세계적 수준의 병원들을 모델로 하여 설계된 ‘환자 최우선’ 병원이다. ‘감동의 손길이 함께 하는 치유의 동산’ 컨셉을 반영해서 병원 외관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이며, 환자 사랑과 치유의 소망을 담고 있다. 새 병원은 미국그린빌딩협의회(Green Building Council)로부터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건물이라는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인증을 받았고, 친환경 건축 설계, 자재 및 자원, 실내환경 등 모든 부분에 친환경 요소를 접목하였다. 1층 로비는 넓은 아트리움으로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총학생회칙이 2014년 이후 5년여만에 개정됐다. 기존의 정기학생총회와 총대의원회 정기총회를 모두 ‘임시화’한 것이 이번 회칙 개정의 주요 골자다. 정기학생총회는 매 학기 초 총학생회장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소집하는 총학생회 최고심의의결기구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정기학생총회는 매번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기학생총회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총대의원회 정기총회 또한 마찬가지다. 각 학과 및 학년대표가 참여하여 총대의원회 운영 방향 설정과 회칙 개정 및 제정 논의가 오가는 회의이나, 이 또한 거의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가 학생자치를 구성하는 양대 기구인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우리학교의 학생자치는 붕괴한 것이나 다름없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측은 이번 회칙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주요 개정 사유로 ‘수업 및 학교 행사로 인한 소집의 어려움’을 꼽았다. 일리 있는 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정기학생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학생들의 무관심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에 중운위의 결정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학생들이 모일 자리를 스스로
오랜만에 공기가 맑아 집의 온 창문을 다 열었습니다. 어느새 쌓인 곳곳의 먼지도 털고, 언젠가 마감 세일이라는 말에 혹해 서둘러 집어 들었다 냉장고 한 쪽에서 시들해져가고 있는 음식들도 꺼내 버렸습니다. 물론 수건이며 실내복이며 하는 것들을 몽땅 집어넣어 세탁기도 돌렸습니다. 대충 집안일을 해치우고는 밖으로 나가봅니다. 집에서 나가 조금만 걸어가면 괜찮은 커피숍이 있어요. 마침 토요일이니, 씁쓸하지만 여운 있는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한참을 앉아 있을 요량입니다. 주문을 하고 커피를 받아 의자에 앉으니 휴일을 보내는 즐거움이 이보다 클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를 사며 함께 사게 된 몇 분간의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의자를 내 준 커피숍 주인에게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환대받았기 때문일까요? 『사람, 장소, 환대』는 누군가에게 ‘자리를 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장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자신이 머무르는 장소에 따라 그의 정체성이 변화합니다. 물론 그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람’은 인간과 다르지요. 사람은 사회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인간입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와
몰랐을 때 인간은 극도로 편향적이 될 수 있다. 모른다는 것은 때로 신앙보다 더 확고한 핑계가 되어 맹목(盲目)에 가속기를 달아준다. 모르기에 떳떳할 수 있다고 (비겁하게도)스스로 ‘믿기’ 때문이다. ‘모른다’로 일관하던 자가 결코 보지 않으려던 그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생각이나 태도가 바뀌던가? 영화 <우상>이 던지는 숱한 질문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악평을 각오하고 우리 사회의 뇌관을 찌른다. 막상 정곡을 찌르고 보니, 질문은 무더기로 사방에서 쏟아져 내린다. <우상>이 주는 일차적 당혹감이다. 봇물 터진 질문은 더 많은 의구심으로 분열한다. 감수분열의 속도로. 답은 어디선가 속수무책으로 붕괴해버렸다. 이 영화는 가파르게, 통회(痛悔)하는 영혼의 ‘진심’의 흔적을 따라갔다고 본다. 누군가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때란, 생명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다른 것들을 중요시 여길 때다. ‘죽은 것’을 붙잡고 매달리느라 산 것들의 숨이 끊어지게 되는 일이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손에 피를 묻히고야 마는 일이다. 누가 누구를 짓눌러야 굴러가는 시스템을 (폭력적으로라도)지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제단’에 바쳐온 것일까
● 오페라 <팔리아치> 일시: 2019.4.26~4.27./ 장소: 대구 오페라하우스/ 문의: 053-666-6000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이탈리아 작곡가 레온카발로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며 시즌 공연의 첫 작품으로 ‘팔리아치’를 선정했다. 이탈리아 남단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는 이번 공연은 그 당시 사람들의 거친 삶과 유랑극단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젊고 열정적인 무대를 느끼고 싶다면 ‘팔리아치’를 주목해보자. ● 전시 <Alex Katz> 일시: 2019.2.19~5.26./ 장소: 대구미술관/ 문의: 053-803-7900 대구미술관에서는 1960년대 이후 현대회화 대표 작가이자 가장 미국적인 화가로 손꼽히는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50년부터 현재까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작가의 여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의 그림을 보며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친 풍경과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볼 수 있다.
불교 사찰은 우리나라 문화재의 보고다. 사찰은 우리나라 문화재 중 절대다수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연생태와 인문생태를 거의 온전히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찰 중 산신각은 우리나라 전통 산신 사상을 간직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문화재다. 전국 사찰에는 거의 예외 없이 산신을 모신 산신각을 두고 있다. 사찰에서 불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산신을 모시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산신을 숭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신 숭배는 산이 많고, 산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우리나라 전통 신앙 중 하나인 산신을 포용한 것은 신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사찰을 찾아 산신각에서 기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가 자주 찾는 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에 위치한 송림사에는 보물 제189호 5층 전탑, 보물 제1605호 대웅전 내 향나무로 만든 목조석가삼존불좌상, 보물 제1606호 석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조선 숙종이 직접 쓴 대웅전 편액 등 귀중한 문화재가 많다. 나는 송림사에 갈 때마다 대웅전 동편에 위치한 산신각과 소나무를 찾는다. 송림사 산신각은 전국의 산신각 중에서도 아주 작지만 매우 아름답다. 특히 송림사 산신각 옆에
처음 독립을 준비할 때만 하더라도 영화나 드라마, 혹은 SNS에서 보던 예쁘고 아기자기한 자취방을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자취를 하며 마주하는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3평 내지 5평, 이 좁디좁은 원룸은 청소를 해도 어딘가 너저분해 보인다. 며칠 신경을 쓰지 못하기라도 하면 자취방이 돼지우리로 변해버리는 것도 한순간. 쌓여있는 빨랫감과 설거지거리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기 마련이다. 이렇게 자취방을 치워도, 치워도 어지러운 건 청소·정리 노하우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공간 자체가 좁기 때문이다. 달랑 캐리어 하나 끌고 자취방에 들어왔다고 해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짐이 늘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취방은 제아무리 ‘풀옵션 원룸’이라 하더라도 수납공간은 최소한으로 구비돼 있다. 집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한다면, 자취방 꾸미기에 어느 정도는 투자를 하는 게 좋다. 먼저 본격적인 자취방 인테리어에 들어가기 전, 예산을 잘 세워둘 필요가 있다. 덮어놓고 이것저것 구매하다 보면 필요하지도 않은 물품 구입에 돈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 특히나 자취방은 3년 이상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