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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평론] 미성년(2018)

- 관계의 미래

제목이 눈길을 끈다. 아직 성년이 되지 못 한. ‘아직’이라는 뜻이 어딘가 공감각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풋내와 땀내, 발그레한 볼과 치켜뜬 눈 등이 연상된다. 이미 반열에 오른 배우의 감독 데뷔작으로서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됐다. 징그럽다가 싱그럽고 절망 비슷한데 희망차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도 입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같은 고등학교 2학년인 두 집의 딸들이 원수처럼 싸우게 된 이유는 윤아 엄마와 주리 아빠의 불륜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피붙이처럼 끈끈해진다. 둘 모두에게 유일한 남동생인 미숙아가 태어난 까닭이다. 아이들은 이 가녀린 생명을 자신의 일부로 첫 만남부터 받아들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과 같이 가겠다는 결심은 자신의 장래와 직결돼 있다. 난데없는 개입이지만, 모든 설정을 변경해가면서까지 남동생과 사는 미래를 꿈꾼다. 아니 그 미래를 어느 순간부터 살아버린다. “니네 아빠나 우리 엄마보다는 내가 더 자격 있지. 그러니까 내가 키워야지.” 반박 못 할 상황정리이기도 하다.         


추하다고도 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하게 망가져가는 부모들, 그리고 당차고 야무진 딸들의 대비는 극이 전개될수록 간극이 커진다. 아찔할 정도다. 영화 속의 가부장은 알량하기 짝이 없는 바닥을 부끄럼도 없이 드러낸다. 감독 김윤석이 맡은 배역인 ‘바람 피우는 아버지’ 대원은 현실적 아버지처럼 친숙하게 등장하나, 곧 껍데기뿐인 캐릭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 뭘 하면 할수록 주변의 추측과는 달리 맹렬히 ‘도망치는’ 가속력이 된다. 어쩌면 그리도 혼자만 무중력 상태인 것인가! 그는 누구와 상의하거나 숙고하지도 않는다. 몸에 습성처럼 붙어있는 건 회피와 변명뿐이다. 원하는 건 일이 벌어지기 전의 그러니까 ‘발각’ 이전의 ‘자기 자리’인 듯하다. 불륜이 어디까지나 둘만의 것이던, 반응하고 책임질 일이 없었던 상태 말이다. “갈 데가 없다”고 흐느끼는 아내 영주나, 어떠한 미래도 없을 것임을 예감하면서도 아이를 낳으려 한 미희나 매순간 흔들리며 억척스레 버틴다. 아는 것들이 조금도 자기를 지탱해주지 못하는 역설 속에서.          


딸들은 어른들의 관습적인 훈계의 텅 빈 정체를 꿰뚫으며 다음 행보를 정한다. 어른들이 외면한 동생을 자기들 나름대로 영원히 품고 간직하려 한다. 가부장(家父長)을 한낱 이름뿐인 허울로 만들어버리면서도 그 엄연한 무게와 현재적 위태로움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는 대번에 판가름 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상태가 아니라 상황논리에 휘말리지 않는 줏대 같은 것으로 보인다. 자기 발로 걸어간 만큼만 자기 자리이고, 관계란 미래적 기대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그 나머지를 위한 선택은 결국 방향성에 대한 꿋꿋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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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