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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응급남녀’, 설마 ‘신파’ 소생술은 아니겠지?

설레는 사랑 VS 익숙한 관계


응급상황이긴 하다. 현실적인 여주인공의 그럴듯한 악전고투로 ‘악다구니’마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던 드라마가 어느 순간 캐릭터가 다 무너졌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tvN의 금토극 <응급남녀> 이야기다. 돌싱 견습 의사 오진희(송지효 분)는 불같은 사랑으로 결혼했던 오창민(최진혁 분)과 이혼 후 6년 만에 병원 응급실에서 재회했고, 최근 14회에서 두 사람의 과거가 주변에 알려졌다. 결혼으로 의학도의 길도 포기하고 ‘바닥’을 치던 그들이 헤어져 간신히 본궤도에 오르자마자, 6년 만에 응급실에서 재회했을 때의 그 으르렁거림이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헤맬 순 없었다. 오진희는 의사로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는 ‘사랑’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자신의 본 모습을 웬만큼 회복한 건강함 덕이다. 오진희는 상급자인 국천수(이필모 분)와 가까워지고 점점 그에게 끌린다. 오진희에게 국천수는 ‘설레는 사람’이다. 오랜 질곡 끝에 비로소 되찾은, 살아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하필 지금 오창민이 전처에 대한 ‘연애감정’인지 국치프에 대한 질투심인지를 불태우고 있다. 어느 순간 오창민은 극 속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캐릭터가 됐다. 제작진의 편애가 ‘재결합’ 쪽인 건가 싶은 게, 오진희에 대해 폭력적이기까지 한 월권행위와 ‘소유권 주장’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라 한다. 국천수 앞에서 “이 여자 내 여자입니다”라며 함부로 월권하는 창민을 강하게 말리지 않는 진희는 고전 삼각관계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말이 없다. 두 남자 중 누구를 좋아하는지, 초반의 오진희답게 중심을 잡았으면 한다. (비현실적인) 재결합설이 고개를 들고 예나 지금이나 자기중심적인 창민이 ‘다시 사랑’을 말하는 것도, 진희의 퇴행과 우유부단함 때문이다.

최근 국천수는 완고한 윤리관을 드러내며 진희의 이혼을 비난했다. 어쩌면 국천수가 오진희에게 실망했다기 보다는 시청자들이 국천수에게 실망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응급실의 멘토 격인 ‘국치프’의 내면으로는 걸맞지 않게 불균형하고 미성숙한 모습이다. 뭔가 발이 맞지 않는다. 정서적 자아는 부모의 이혼을 겪던 그 나이 그대로 멎어 있다. 그런 그가 결혼 결심은 물론 남들의 이혼을 못 받아들이는 게 줄거리상 이해는 가지만, 현실의 인물이라면 소통하기 어려운 고집불통의 소년에 불과하다. 익숙함 외엔 별 장점 없는 오창민의 느닷없는 열정도 위험천만이다. 6년여간 오진희가 겪었을 고초에는 무관심하더니, ‘다른 남자’ 때문에 촉발된 (과도한) 경쟁심은 아닐까.

남녀관계에 당사자들 대신 ‘가족’이 대리전을 치르는 모양새, 어린 시절 부모로 인한 상처, ‘조강지처 스토리’로의 곁눈질…. 언제까지 이런 뻔한 구도를 봐야 하나? 모처럼 변화하는 관계의 묘미를 잘 그려가던 ‘설레는’ 드라마가 ‘심폐소생술’로 부디 신파를 택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 시청자는 설레는 사랑을 원한다.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살고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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