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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평론] 82년생 김지영(2019)

- 대한민국 평균치, 그런데 왜?

소설은 스스로를 ‘현장 보고서’라고 했고, 영화는 스스로를 ‘가족 이야기’라고 했다. 조남주의 소설은 심각한 갈등 한복판에서 슬쩍 ‘소설적’으로 건너뛰며 발을 뺀다. 울타리 안을 맴돌며 주변의 넋두리를 한 몸에 받아 안아야 할지 모를 김지영을 두고 말이다. 첫 불쏘시개가 되는 것으로 소설은 임무완수였다. 대개의 소설과 달리 호칭부터 낯설게 하고 건조체를 유지했다. 제3자 시선의 객관화라는, 뉴스도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이 시대에 ‘이화(異化)’를 통한 동화(同化)에 성공했다. 
 
영화는 애초에 전략과 갈 길을 달리했다. 김도영 감독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숱한 삶의 고충 중 ‘우선순위’를 택했음을 분명히 한다. 남편은 처음엔 일일드라마 속 딱히 착하지도 못되지도 않은 남편처럼 굴다가 배우 공유의 이미지를 입힌 정대현 씨로 입체화된다. 자상하고 좋은 사람이고 무엇보다 집은 (소설의 24평보다 넓은)30평대다. 경제적 고민을 덜고 말하고자 하는 바에 집중했다. 
 
육아 초기에는 문명의 혜택조차 거의 안 통한다. 엄마는 이전 ‘스펙’이 어땠건 5천년 전 여인네들과 진배없을 과정에 놓인다. 공부와 일만 생각하고 살다가, 처음으로 자신이 ‘동물’임을 (울며)깨달으며 어미 동물로서 솜털 같은 새끼를 키우는 기막힌 하루하루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기에, 역설적으로 점점 할 말이 없어진다. 육아 당사자끼리는 마냥 지쳐간다. 영화 속 정대현은 ‘입은 없고 귀만 있는 사람’으로 설정돼 있다. 대개 정신과 의사가 담당하는 몫을 남편이 한다. 그러다 아빠의 육아휴직이라는 나름의 답을 실천한다. 아내의 복직 희망을 일단 궤도에 올려놓는 데 집중한다. 왜 저 상황에서 한국 여인들은 제일 먼저 자신을 포기하고 ‘죽은 척 살기’에 몰두 당하는지의 연유를, 대한민국 미시사(微視史) 속 누구나 겪었을 일화와 함께 보여준다. 지영의 ‘빙의’ 또한 가만히 보면, 할머니와 어머니들 말씀의 연장선상으로 익히 짐작될 내용이다.
 
건강한 이들은 안 좋은 상태일 때 “나 지금 불건강해”라고 말한다. 이 또한 과정이며 곧 지나감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잠시 불건강해진 누군가가, 다 같이 활기차게 살 방법을 찾자고 호소하는 영화로 읽혔다. 배우 정유미의 쉴 틈 없이 바지런한 손이 많은 것을 얘기한다. 둘러보면 주변에서 언제든 손 내밀어 주는 ‘언니’들의 존재를 연기 잘하는 여배우들을 포진시켜 일깨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은 경구가 아니다. 실제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삶의 과정이 위협받고 있다.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기초가 흔들리는 절절한 아픔이다. 이 과열된 논란조차 아픔의 수위를 알려주는 눈금이라 여겨진다. 더 허심탄회하게 중지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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