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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장관'으로 역사에 남고 싶었던 사나이

욕설파문은 '마지막 연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박’을 터뜨렸다. 국정감사장에서 수많은 카메라를 향해 짧고 강렬한 ‘호통’을 친 것이 그대로 생중계되었다. “사진 찍지 마. 성질이 뻗쳐서....”라는 말 사이에 두 글자의 욕설이 포함돼 있었다, 아니다를 놓고 두 갈래의 논박이 이슈가 됐다.

수많은 기사와 칼럼이 유 장관과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연결 지어 파렴치하다고 성토했다. 그것은 옳은 말이다. 문화부 장관은 엄연히 YTN, KBS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는 언론 주무부처의 수장이다. 방송과 언론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자 하는 현 정부의 일관된 정책은 문화부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그에 대한 설득이든 해명이든 입장표명을 하기 위해 장관은 국정감사장에 나온 것이다.

유인촌은 장관이 대답해야 할 정공법 대신 정말 화끈한 번외편을 보여주었다.
신기한 것은 의원들의 질문에는 또박또박 화도 안 내고 잘 답변해 놓고는, 사진기자들을 향해 엉뚱한 분통을 터뜨렸다는 점이다. 베이징올림픽 ‘연예인응원단’ 예산의 졸속 집행과 예산낭비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민주당 최문순 의원의 말에도 “사과합니다”라고 순순히 대답했다. 최 의원이 “언론을 탄압한 사람은 예외 없이 감옥에 갔다”며 엄포를 놓을 때도 유 장관의 낯빛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늘 ‘화면’을 통해 봐온 ‘연기자 유인촌’ 이미지대로 자세는 안정되고 표정은 침착했다. 목소리 톤도 적절했고 발음도 명확했다. 모두 ‘국가’를 위해 한 일이니 어여삐 봐달라는 그의 투철한 국가관도 또렷이 들렸다.

그런데, 왜, 대체 별안간 답변을 잘 끝내놓고는 사진기자들을 향해 고함과 욕설을 날린 것일까? 왜 느닷없이 ‘성질이 뻗치고’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일까?
그의 돌발행동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품위 없고 자격 없다는 결론은 일치하지만, 행동양상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유인촌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가 장관을 하든 ‘완장’을 찼든 언젠가는 다시 무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한 듯하다. 정말 좋은 배우였던 한 사람을 관객으로서 다시 만나게 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그가 너무 ‘총대’를 메는 인상을 주는 것도, ‘리틀MB’라는 별명으로 문화부 영역을 넘어 자주 부각되는 것도,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할 자리마다 누군가를 ‘대신’해 나서는 그의 연기 아닌 연기도 못마땅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옛 시청자의 미련이었다. 유인촌은 더 이상 자신을 ‘배우’로 보지 말아 줄 것을 이번 국감을 통해 만천하에 강력하게 주문했다. 과거 시청자였던 국민에게 카메라를 통해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장관이고 정치가인 자신을 아직도 배우인 줄 착각하는 그 모든 시선을 향해 외친 셈이다. 더 이상 국민의 사랑을 받던 한 예인은 없다, 국감에서 꼴찌한 일 못하는 장관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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