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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그녀는 예뻤다’, 안 예쁘면 취직도 연애도 안 돼?

- 첫사랑도 몰라본 그녀의 ‘역변’, 승부수는 있을까?

예뻤던 그녀가, 못생겼던 어린 시절의 첫사랑 그를 만나러 간다. 그녀는 현재 폭탄, 그는 아주 준수한 외모의 미국 유학파 엘리트가 됐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약속장소에서 통화 중에 남자는 자신의 앞을 스쳐 지나가 모르는 여자의 등을 치며 “혜진아!”라고 부른다. 아주 확신에 찬 태도로! 그 순간, 진짜 김혜진(황정음 분)은 결심한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기로. 그래서 예쁜 단짝친구 민하리(고준희 분)에게 잠시 ‘혜진 대역’을 시켜 지성준(박서준 분)을 만나게 한다. 영국으로 떠난다는 거짓말까지 해둔다. MBC 수목극 <그녀는 예뻤다>는 이렇게 시작된다.

외모 역변에 집안의 몰락이 겹치며 콤플렉스 덩어리가 된 혜진. 돈도 스펙도 없어 심각한 취직난이 거듭되다 이력서 100번 쓰고 겨우겨우 인턴으로 합격한다. 채용된 부서도 아닌 패션잡지 <모스트> 한국판의 편집부에서 온갖 잡무를 하게 됐는데, 성준이 미국 본사에서 부편집장으로 부임해 온다. 웬 날벼락인가. 일이 서툰 혜진에게 모욕적인 지적과 독설을 날리는 성준. 이보다 더 못된 상사는 없다. 그저 동명이인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다 ‘영국’에 있는 줄 알던 ‘혜진’(실제론 하리)을 길에서 우연히 만난 뒤, 성준은 데이트를 시작한다. 하리는 친구에게 이것을 숨긴다. 성준을 진짜 좋아하게 된 탓이다. 한편 성준은 두 ‘혜진’을 만나며 알 수 없는 분열 증세에 시달린다. 의사에게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15년 전 알던 이와 겹쳐지고, 내가 알던 사람이 낯설다”는 고백도 한다. 혜진은 늘 속상하고, 하리는 친구를 배반한 느낌에 괴롭고, 혜진을 좋아하는 김신혁 기자(최시원 분)는 이 사각관계의 전모를 알고 고민이 깊다. 성준은 과연 그 모든 장막을 넘어 진짜 혜진을 만나게 될 것인가.

혜진이 용기를 내어 그날 “이게 나”라며 나섰다면 어땠을까. 모두 제자리를 찾고 사람들은 반갑게 만나 웃게 되었을까. 로맨틱 코미디의 특성상 관계는 갈수록 뒤죽박죽이 된다. 하지만 재미있다. 주변 인물들의 유쾌한 감초연기가 웃음을 주고, 특히 늘 “‘모스트’스럽게!”를 외치는 편집장(황석정)의 독특한 옷발과 수다도 볼 만하다. 아무리 ‘폭탄’이랍시고 분장을 해도, 주인공 황정음은 예쁘다. 예뻐 보이려는 자세를 포기하니 더 예뻐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혜진이 예전의 자신만만함과 배짱을 회복하며 주변에 끼치는 영향도 신선하다. 외모가 주는 혼란을 딛고 각자의 인연을 제대로 만나게 되길, 지금 세상의 인정을 받고자 고군분투 중인 모든 ‘혜진’들을 그녀들의 예쁜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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