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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어느 가족(2018)

- 아무 준비도 안 된 우리들에게

마음이 아프다가 이내 명치끝이 저릿해 옴을 느끼게 된다.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여유 부리고 싶으나 영화의 잔상이 떨쳐지지 않는다. 영화 <어느 가족>(万引き家族, Shoplifters)은 이 땅 어딘가에도 살고 있을 것 같은 고단한 인생들을 생생히 보여준다. 우리가 먹고사는 생활 기반이라는 게 실상 얼마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인지 한숨이 나온다. 올해 제71회 칸 국제영화제는 이 작품에 황금종려상을 안겨 주었다. 그만큼 ‘보편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샀다는 뜻인데, 이 사회구조적 비극이 ‘피해갈 수 없는’ 문제란 얘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중 가장 흥행했다는 <어느 가족>의 이 역설적 ‘인기’ 또한 고민을 가중시킨다. 지금 당장의 세상 문제를 담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연금’ 외에는 달리 수입이 없는 식구들이 훔친 것들로 먹고 사는데, 알고 보니 이 가족 구성 또한 법의 입장에서는 ‘훔치는’ 방식의 범죄행위였다. 
 
세계 최강국 일본의 사회안전망은 ‘중간’이 끊어져가고 있다. 문제는 중년 세대와 중류층이 무너지면, 3대 전체가 연쇄적으로 파산한다는 데 있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분명하다. 2006년 일본 비정규직 비율은 30%였다. 10년 후 그 비율은 40%가 되었다. 비정규직, 저소득은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를 위태롭게 만든다. 본질에는 20여년간 지속되고 있는 세대 당 소득 감소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그나마 일본은 고령자 연금제도가 갖춰져 있다. 우리의 연금제도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에서 지적한다. “일본 정부는 인구를 회복할 마지막 시기를 놓쳤다. 단카이 주니어 세대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말이다.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0~1975년생)는 제3차 베이비붐을 일으키지 못했다. 정(政)・재(財)・관(官)・노(勞)의 아저씨 동맹이 결탁해 젊은이들의 고용을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정작 영화가 말하지 않은 것들, 눙치듯 슬쩍 넘어간 것들을 사회적 현상으로써 짚고 나면, 그 먹먹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왜, 무엇이 문제인지는 이제부터 관객이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다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감독은 텅 빈 것 같은 결말을 통해 관객에게 그 점을 호소하는 듯하다. 고레에다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탔음에도 한동안 아베 총리나 정부로부터 축전을 받지 못했다. 일본을 부정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정치권은 불편해했고, 후에 축전이 왔으나 감독이 거부했다. 필름에 모두 담지 못한 복잡한 사연들이 영화를 둘러싸고 있다. NHK 스페셜 제작팀이 3대 전체가 파산하는 ‘친자파산(親子破産)’의 현실을 다룬 책 『가족의 파산』도 관심 있는 분들께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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