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9.6℃
  • 맑음강릉 16.4℃
  • 맑음서울 13.7℃
  • 맑음대전 12.0℃
  • 맑음대구 14.2℃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5℃
  • 구름많음부산 20.3℃
  • 맑음고창 10.9℃
  • 구름많음제주 18.7℃
  • 맑음강화 10.7℃
  • 맑음보은 8.3℃
  • 맑음금산 9.6℃
  • 맑음강진군 12.5℃
  • 맑음경주시 14.8℃
  • 맑음거제 17.6℃
기상청 제공

[미디어 평론] 뺑반

- 불변(不變)이라는 악

영화 <뺑반>의 세계는 불안정하다. “피와 기름이 범벅된 냄새”가 구토부터 유발하는 뺑소니 전담반원들의 현장은 끔찍하다. 교통사고는 일상적인 것 같지만 실상 개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혼돈 그 자체임을 강조한다. 안정적인 인물은 전직 경찰이자 현직 정비공인 서정채(이성민 분)뿐이다. 모든 인물이 혼돈 속에 내던져진 이 ‘카체이싱’을 즐기기로 했느냐 아니냐의 여부로, 호불호는 갈렸을 듯하다. 나로서는 매우 반가운 혼란스러움이었다. 


등장하는 남녀의 성향은 물론 권력관계나 권력 쟁취 방식은 기존의 영화들과 다르다. 섬세하게 ‘축’이 옮겨져 있다. 남성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붕괴’되어 있다. 겉모습뿐 아니라 내면까지도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남김없이 깨져나간다. 여기서 변화를 거부하고 자신의 오랜 ‘동일성’에 집착하며, 무슨 수를 써서든 ‘나’로 남겠다는 광란의 장본인이 정재철(조정석 분)이다. 그래서 그는 점점 더 악에 경도된다. 재철은 ‘바뀌지 않겠다’는 아집을 타인들을 희생시켜가며 강요하고 관철하는 ‘절대자’로 군림한다. 상대방의 머리통을 전기 드릴로 뚫을지언정, 자기 생각을 수정할 마음이 없다. F1 레이서 출신의 자수성가한 재벌이지만 미성숙한 재철은 교회 장로 직을 겸한 경찰청장(유연수 분) 앞에서는 어린 아들처럼 굴고, 윤과장(염정아 분)에겐 철없는 동생처럼 군다. 그 와중에 ‘돈 주는 자’의 만용을 부린다. 텅 빈 권좌의 허망함을 무제한 질주와 무차별 폭력으로 달래며 ‘방해물을 제거’할 때만 쾌감을 느끼는 듯하다.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하는 게 곧 죄악이다.  


은시연(공효진 분) 경위가 영화 전체의 밀가루 반죽 같은 역할을 자처한 것이나, 남성 주인공들이 ‘결핍’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지 주목했다는 점에서 <뺑반>은 독특한 여성주의 관점을 지녔다. 한준희 감독의 전작 <차이나타운>과도 이어진다고 본다. 서민재(류준열 분)는 사랑을 가르쳐준 은인을 만나 심지어 성(姓)도 바꿨다. 인생을 ‘재탄생’시킬 유연함을 지녔다는 점에서 민재 캐릭터는 이 영화의 눈에 띄는 성취다.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지 않는 삶은 특히 남성 입장에서 뼈를 깎는 용기다. 교정과 자기회복을 향한 ‘카체이싱’ 장면에서 헐리웃 블록버스터와 달리 운전자의 감정이 읽혔던 점도 이 영화가 밀고나간 신념이라고 본다. 


자신의 영혼이 (가부장적 압제 속에서 어린 시절 이미) 망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던 남자들만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다. 벨 훅스(bell hooks)는 책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THE WILL TO CHANGE, 2004)’에서 숱한 남자들이 “내 안에 빠져 있는 어떤 것”이라는 말로 ‘사랑에 관해 이야기할 때의 자기 기술(自己記述)’을 슬프게 고백한다고 썼다. 감정을 차단하고 가부장제 속으로 편입된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비통함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가까운AI] 의용공학, AI와 사람 사이를 잇다 몇 년 전만 해도 의용공학과 학생이 바이오데이터를 분석하려면 프로그래밍 언어부터 익혀야 했다. ECG나 EEG 데이터를 불러오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작성하다 보면 사소한 오류 하나를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요즘은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AI에게 코드의 오류를 물어보기도 하고, 분석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논문을 읽거나 새로운 의료기기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때도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한다. 의용공학은 원래부터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분야다. 의학과 공학의 경계에서 출발한 학문인 만큼 인공지능과 만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최근의 변화는 조금 특별하다. AI가 단 순히 하나의 새로운 기술로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연구하는 방법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 의용공학 수업에 들어온 AI 의용공학에서 다루는 데이터는 매우 다양하다. EMG와 EOG 같은 생체신호가 있고, 엑스레이나 CT와 같은 의료영상도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 센서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얻는 데이터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데이터에서 사람의 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특징을 찾는 일은 AI가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