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2.7℃
  • 맑음강릉 24.7℃
  • 맑음서울 23.8℃
  • 구름많음대전 23.5℃
  • 구름많음대구 23.8℃
  • 구름많음울산 21.0℃
  • 구름조금광주 22.7℃
  • 구름많음부산 21.4℃
  • 구름많음고창 21.4℃
  • 박무제주 21.2℃
  • 맑음강화 19.2℃
  • 구름조금보은 21.0℃
  • 구름조금금산 21.2℃
  • 구름조금강진군 21.7℃
  • 구름많음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1.1℃
기상청 제공

[미디어평론] ‘냉장고를 부탁해’, 나도 모르는 나의 허기

- 충족의 가능성은 결핍으로부터

다 궁금하다. 호기심은 곧 기대감이 된다. 어설픈 재료와 더 어설픈 주문이, 유명 요리사들의 손끝에서 ‘작품’으로 탈바꿈하고 마침내 게스트와 시청자의 허기는 기분 좋게 충족된다. 월요일 밤의 요리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얘기다.

어떤 한 사람의 냉장고가 방송국 스튜디오에 배달된다. 모든 것은 그 냉장고가 결정한다. 거기 들어있는 것만으로 해결해야 한다. 잘생기고 입담이나 리액션, 허세까지도 매력적인 남성 요리사들이 오직 한 사람의 게스트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요리한다. ‘셰프’들이 제아무리 솜씨 좋은 요리사라도 뾰족한 수는 없다. 재료는 턱없이 모자라고, 요리할 시간은 부족하다. 15분은 살인적인 노동을 요구한다. 가장 큰 제약은 바로 냉장고 속인데 매회 무 대책에 예측불허다.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은밀한 곳은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와 냉장고 속이라는 말도 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겠다. 누구나 열어 볼 수 있는 곳에 있지만, 허락 없이 열 수는 없다. 둘 다 ‘주인’ 혹은 사용자의 가장 개인적인 욕망이 들어 있는 일종의 보관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냉장고를 이 프로그램에서는 낱낱이 뒤진다.

5월 11일 방송된 26회에서는 “냉장고 재료를 옮길 때 전원은 어떤 상태냐”는 시청자 질문이 소개됐다. 진행자 김성주의 설명은, 출발 상태 그대로 사진을 찍어 아이스박스에 보관했다가 스튜디오에 도착해 사진대로 정리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냉장고가 주인공인 프로그램답다.

활짝 열린 냉장고는, 여러 요리사들의 진단을 거치며 장점과 ‘가능성’을 탐색당한다. 숙련된 요리사들을 떼로 앉혀 놓고 게스트는 대단히 행복한 고민을 한다. 자신의 가장 개인적인 요구 사항에 맞춘 요리를 제시하고 15분을 기다리면, 신기하게도 자신만을 위한 요리가 나온다. 요리 과정에서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요리사들의 빛나는 재주와 게스트의 감탄사들조차 맛깔스럽다. 시식 뒤 어떤 요리가 더 좋았느냐는 선택조차 오로지 ‘냉장고 주인’의 취향일 뿐이다. 취향이기에, 엉뚱한 승부가 발생하곤 한다. 누가 더 게스트를 만족시켰느냐가 점수의 기준이다. 누가 더 실력 있느냐가 아니다.

시청자들은 이런 형식을 매번 잘 차려진 특별식처럼 음미하는 중이다. 먹는다는 행위는 이제 한없이 복잡해졌다. 다만 우리는 이제 음식을 입으로만 먹지는 않는다. 직접 먹지 않아도 먹은 듯이 대리충족마저 느낀다. 어쩌면 이런 프로그램의 인기는 시청자의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를 제대로 건드린 데서 오는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총, 균, 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을 때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명저 ‘총, 균, 쇠’를 떠올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여 년 전, 문학사상사에서 펴낸 6백60여 페이지의 방대하고 육중한 이 책을 보름을 넘겨 독파했을 때 그 만족감은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한마디로 감동과 충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지역적으로 위대한 발상지나 그 이동과 인종주의적인 이론들로 가득했지만 ‘총, 균, 쇠’는 달랐다. 우선 이 책은 1만3천 년 인류역사의 기원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풍부한 자료와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엮어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유전학, 병리학, 생태지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진화생물학, 고고학 등 온갖 학문들을 동원해 인류 발전의 속도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지나치게 과학적 이론이나 깊이 있는 생물학 또는 역사와 지리적 상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대한 양임에도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이 강대한 이웃나라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독특한 문화, 언어, 민족과 독립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지리적 조건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수려한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