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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 영화<시>


강물이 묻는다. 너는 다 견뎌낼 수 있느냐고, 얼마나 더 견딜 수 있겠냐고.

미자(윤정희 분)는 아무 답도 내지 못한다. 다만 눈물처럼 핏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詩를 찾아 절박하게 헤맨다. 그럼에도 시는 좀체 써지지 않는다. 삶은 막다른 골목까지 왔다. 자존심은 물론 쓸개까지 다 버렸다. 그런데 휘청대는 마음은 주책없이 점점 꽃들의 화려함 같은 예쁜 것에만 홀린다. 소도시와 농촌마을을 누비는 미자의 흰 모자와 하늘하늘한 꽃무늬 옷들은 너무 곱고 화사해 두드러지게 비현실적이다. 삶은 비루하고 오직 詩만이 아름답다. 그러나 비극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급물살을 탄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유일한 음악은 강물소리뿐이다. 모든 울음을 속으로 삼키며 감내한 예순여섯의 양미자와 닮았다. 미자의 인생에 오직 하나의 아름다운 것인 만가(輓歌) ‘아녜스의 노래’는 피로 쓴 시다. 시와 몸을 바꾸는 순간 아녜스의 슬픔은 곧 미자의 것이 된다.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배우 윤정희는 온몸으로 보여준다.

시는 곧 삶이다. 그토록 시를 쓰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삶을 진짜로 잘 살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언제냐고, 그 순간은 아직도 당신의 삶을 지탱하느냐고.

<시>는 대속(代贖)의 영화다. 죄 지은 자는 따로 있으나, 속죄는 죄인의 몫이 아닌 경우가 많다. 죄의식이라는 단어를 말할 가치조차 없는 외손자를 향해 미자는 “짐승도 자기 흔적은 치운다”는 잔소리밖에 못한다. 혼자 울 뿐이다. 영화 속의 피해자나 가해자들은 무감각할 뿐인데, 제3자로서 바라보는 미자만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워한다.

육체가 허물어진 왕년의 마초나 꿈 없는 소년에게도 삶은 버겁고 막막하다. 생생한 것은 추악하기까지 한 육체의 욕망뿐이다. 그들 중 눈앞의 生을 진정으로 ‘보는’ 자는 시로 자신을 구원하려는 미자 밖에 없다.

시를 쓰는 것 못잖게 시를 알아듣기도 어려운 일이다. 들을 귀는 쉽게 열리지 않는다. 서러운 목숨들의 마지막을 받아준 강물의 노래를 들을 줄 아는 자만이 시를 느낀다.

사라져갈 덧없는 것들에 대한 가엾은 연민, 그럼에도 죄인을 대신해 누군가는 속죄를 해야만 세상이 유지된다는 치열한 반성, 영화 <시>는 그런 각성 앞에 바쳐진 헌시다. 우리 사회의 여러 불행한 일들을 연상시킴에도, 영화는 가장 아름다운 가치에 대한 믿음을 굳게 지켰다. 올 칸느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것은 대단히 값진 성과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에 보편성을 담은 동시에 개인의 구원을 깊이 탐구했다.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지언정 다음 생을 위하여 기꺼이 거름이 된 이들은 영원으로 남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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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