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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대한민국 신인여배우는 사람인가, 물건인가?

장자연리스트로 확인된 조선일보의 힘


우승연이라는 신인여배우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은 빈소 공개도 막은 채 ‘조용한 장례’를 강력하게 원했다. 인터넷 얼짱 출신의 젊디젊은 여배우의 사인은 역시 우울증이었다. 유가족은 모든 의혹이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덕분에 우승연의 이름과 자취는 비교적 조용히 묻혔다. 그런데 이것이 고인의 죽기 전 상황이나 심경이 ‘조용’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면 억측일까. 묻고 싶다. 한국에서 신인여배우는 사람인가, 물건인가? 똑같은 사인(死因)과 똑같은 사후처리방식, 똑같은 미스터리 속에 그녀들은 꽃다운 영정사진으로 남았다.

4월24일 ‘장자연리스트’에 대한 수사발표가 있은 지 사흘만에 우승연은 세상을 버렸다. 서둘러 끝낸 수사결과는 삼척동자도 비웃을 수준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산 자들은 발 뻗고 자라는 식이었다. 이 땅에서 신인여배우는 공공의 재화에 불과하며 오히려 ‘못 먹는’ 놈이 바보라는 것. 편의대로 사용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한 자들은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라는 홍보를 검찰이 대놓고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연예인이 작성한 ‘리스트’는 향후 쓰레기통 밖에 갈 곳이 없다는 일축이었다. 죽은 자는 침묵을 지키지 않을 경우, 죽어서도 난도질당할 것이며 죽음에 이르게 한 자들은 얼굴공개는 커녕 검찰의 비호 속에 ‘명예’를 지키리라는 예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가 5월8일 ‘장자연 리스트’ 관련 자사 및 임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또 관련 보도를 한 언론매체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을 할 방침이라고 한다. 조선일보사와 특정임원의 실명을 거론한 이유로 각각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이다. 이 소송의 과정이나 결과와 상관없이, “저는 힘없고 나약한 신인배우일 뿐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는 장자연의 피로 쓴 글자들은 향후 모든 여배우의 입에 재갈을 물리게 될 것이다. 국가의 온갖 권력이 이 소송의 주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 연예계는 파리지옥이나 다름없다. 이쁜 것들은 ‘몸’으로 버티고, 덜 이쁜 것들은 악으로 버텨야 한다. 만일 장자연이 죽지 않고 살아서 리스트를 들고 법정투쟁을 했다면, 그녀는 아마 수사결과가 발표되는 날 목을 매달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단지 배우이고 싶었던 그녀가 문건 발표 후 연기자로 살 수 있는 방법이란 없었다. 배우의 꿈을 진작에 버리는 것만이 살 길이었다. 아니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생활을 인간이라는 자의식 없이 버텨내는 것만이 생존법이었다. 2009년 3월7일 장자연은 그것을 깨달았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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