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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선덕여왕

미실 사라진 자리에 '여왕'은 없네


MBC <선덕여왕> (극본 김영현 박상연 / 연출 박홍균 김근홍)은 현재 최고의 화제작이다. 연말에 대부분의 상을 석권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 최초의 여왕 덕만공주의 이야기가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줄 방영 전에는 아무도 예상 못했다. 무엇보다 역사 속의 선덕여왕은 공주 시절은 물론 재위 중에도 그리 드라마틱한 삶을 살지 않았다. 제작진은 덕만공주의 평범하고 무난한 위인전 식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버리고 완전히 새롭게 이야기를 짜 넣었다. <선덕여왕>은 작가에 의해 역사와도 별개의, 실제 덕만공주와도 전혀 별개의 별스럽고 새로운 이야기가 되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잔인하고 살얼음판 같은 냉엄한 권력싸움을 다룬 야심작으로 거듭났다.

왕보다 더 능력 있고 야심에 찬 여성권력가 미실을 설정함으로써 극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파워게임의 연속으로 흘러왔다.

초반의 인물구도나 상황설정은 흥미로웠다.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라를 통일신라로 이끈 주춧돌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력을 다해 기 싸움, 머리싸움을 벌이는 내용 전개는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했다. 대하 역사극임에도 캐릭터의 생생함이나 현란한 대사, 지금의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교훈 등이 매회 화제를 낳았다. 역사극의 새 유형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성공이었다.

<선덕여왕>은 미실(고현정 분)과 덕만(이요원 분)의 대립구조 속에서 전개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성장하는 영웅 캐릭터 덕만과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한 영웅 미실의 대립은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했고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깊이 있는 캐릭터의 심리 분석도 돋보였다. 미실은 악역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인기는 대본 외적인 것에 많이 기대고 있다. 일단 구성을 다 짜놓고 시작된 드라마가 아님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인기가 올라가면서 극의 밀도와 완성도는 반비례했다. 연말까지 연장되면서 극의 방향조차 바뀌었다. 극의 클라이맥스인 미실의 죽음이 애초와는 판이하게 ‘고요한 자살’로 끝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연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단히 열린 구조로 느슨하게 극을 끌어왔다는 얘기다. 한 회에 다뤄지는 내용이 점차 줄어들면서, 대사는 탁상공론 식의 정치담론으로 채워졌다. 덕만의 영향력은 극 후반부임에도 여전히 미미하다.

자칫 극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미실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서 남은 방영분이 어떻게 끝날지도 불투명해졌다. 일관성이나 완결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불안감도 준다. 게다가 인터넷 기사를 통해 방영 직전에 내용의 일부분을 엿보기 형식으로 던져주고 기사를 양산하는 식의 마케팅도 지나쳤다. 작품 외적인 부분이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했다는 느낌마저 준다. 주인공인 선덕여왕이 극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 또한 유보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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