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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미운 우리 새끼', 아들도 어른이랍니다

- 영영 어른이 못 될지 모를 우리

엄마들은 초조해 보였고 아들들은 느긋했다. 아들은 평소 모습을 드디어 어머니 앞에 공개한 것이고, 어머니만 그걸 몰랐던 듯하다. 아들 결혼이 여생의 목표인 듯한 고령의 어머니들은, 중년의 아들들을 물가에 둔 아기 바라보듯 했다. 파일럿 방송에서 정규편성을 따낸 SBS 신설 예능 ‘미운 우리 새끼’는 평균나이 ‘생후 509개월’이라는 희한한 단어를 등장시켰다. 그나마 아직 30대인 허지웅이, 김건모와 김제동의 ‘월령’을 낮춰준 덕이다.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흥미롭고 오싹했다. 오싹함이야말로 여름에는 최고의 짜릿함이다. 개인적으로 이건 거의 납량특집이다 싶었다.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통할 상상력이고 기획 같다. 이런 ‘육아일기’라니! 반백을 바라봄에도 개월 수를 세어야 하는 어떤 세대라니! 예전 같으면 (이른)손주를 볼 법도 했을 나이에, 단지 법적 결혼을 안했거나 또는 결혼제도에서 해지되었다는 이유로 ‘육아일기’를 다시 쓰는 엄마 품으로 끌려들어간 셈이다.

당연히 파일럿 방송 시청소감 중에는 비난도 있었다. 아마 출연자 나이 또래 시청자들의 느낌은 경악 그 자체였을 수도 있다. 그런데 놓쳐선 안 될 게 있다. 주인공은 ‘관찰카메라’ 속의 늙어가는 아들들이 아니다. 아들은 여기서 ‘배우’에 가깝다. 엄마가 최대한 낯설어 할, 어쩌면 엄마 앞에서만은 가렸던 자신의 모습을 마음대로 드러내는 게 무대 위 배우들의 출연 의도다.

주인공인 동시에 ‘육아일기’를 쓰는 주체는 엄마들이다. 방송이 원할 주요 시청층도 이 연령대다. 다 자란 자녀가 과연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꿍꿍이가 못내 미심쩍은 엄마들이 대상이다. 왜 늙어가는 아들에게 ‘기저귀’라도 채울 듯 노심초사인지 괴이하게만 볼 게 아니라, 어쩌다 이런 프로그램이 나왔을지 방송 외적 상황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 엄마들이 바라시는 아들의 모습은 무엇일까? 어여쁜 며느리 얻어 토끼 같은 손주들을 키우고 사는 ‘평범한 가장의 일상’이라는 것일까? 이제 그런 ‘평범’은 옛 이야기 책에나 나올 법한 환상이다. 이 나라에서, 세상물정과 상관없는 행복을 바라시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소망은 이제 갈 데가 없다. 진짜 먹먹함은 거기서 온다. 뉘라서 ‘평범한 행복’을 꿈꾸지 않으랴. 다만 자식 세대는 더 이상 상처받고 분열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혼자인 자존 혹은 생존을 견디고 있을 뿐이다. 부모님이 사시던 세상처럼 살아보고도 싶지만, 어느덧 이곳의 이름은 ‘헬조선’이 되고 말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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