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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평론] 더 와이프

-그들은 왜?

이것은 거대한 우화다. 영화 <더 와이프(The Wife)>는 인류사 그러니까 남녀의 공생과 투쟁사를 압축한 메타포임을 첫 장면부터 숨기지 않는다. 기실 극 속에 애초부터 ‘비밀’ 따위는 없다. 비밀이 유효하다 여기며 그 커튼 자락을 잡고 무대에 오른 둘을 관객도 잠시 지켜볼 뿐이다. 


‘쓰는 자’와 ‘쓰게 하는 자’의 만남. 이 둘은 필연의 관계다.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부부로 해로한 건 공조하기에 최적의 형태여서일 것이다. 이 둘에게 관계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이 과정이었으리라. 어쩌면 그 모든 문장들이 이 만남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주인공 조안과 조셉은 두 가지를 ‘쓰고’ 있다. 글과 가면. 글은 어떻게든 꼬박꼬박 나왔다. 가면은 벗지 않은 채로 영화는 일단 끝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첫 장면부터 끝 장면까지 그들은 당혹스러울 정도의 맨얼굴이었다. ‘말’로 확인사살을 하지 않았을 뿐 아무것도 가리지 않았다. 대중도, 자녀들도, 평론가들도 보고 싶은 것만 봤을 뿐이다. ‘작가’는 늘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맡고 낯선 이성에게 수작 거는 취미생활을 이어가고, ‘조수’는 매일 8시간씩 서재에 틀어박혀 원고와 씨름했다. 이게 부부생활의 요체였다. 편집자가 ‘작가’보다 열 배 스무 배 더 장시간 글을 붙들고 사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작가의 ‘이름’이 누구냐는 건 기실 비밀도 아닌 것이다. 세상에 자신의 책을 내놓기 위해 누구는 그러한 굴절을 택했고, 나머지 성별의 짝은 거기에 동조했다. 그들의 ‘처음’에 결정된 일이었고, 둘이 서로 기대고 엉킨 전 과정이 한 몸처럼 이루어졌다. 문자 문명을 칭송하는 최고 권위의 상 앞에서, 이들의 수상은 메달을 정확히 ‘동전’으로 만들어버렸다. 서로 갖기조차 꺼리는 말다툼이, ‘전통’ 수호에 대한 폭로전이 됐다.


애처롭게도 이미 우리는 누천년 간 이런 식으로 살아왔다. 거짓을 이불삼아, 자명한 것들을 말장난으로 격하시켰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야기, 동떨어진 채 홀로 성장 발전한 (남성)천재. 그 눈속임이 만든 ‘신화’들의 대표적 양상이다.

 
여자한테 있어서 ‘뇌’는 자의식(自意識)이다. 무엇을 하건, 자신이 현재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 된다. 기회는 기다림보다 먼저 오지는 않지만 준비된 자에게 온다. 처음부터 ‘쓰는 자’였고 영화 내내 한 세계를 창조하고 명명(命名)하는 자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는 글렌 클로즈의 형형한 눈빛에 영화의 기승전결이 달려 있다. 굳세게 견딘 진정한 영웅의 얼굴이다. 영화는 결말을 관객의 손에 맡긴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려는 진짜 이야기는 비행기가 ‘집’에 내리는 순간부터일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선대 여성들의 혹독했던 삶과 물려주신 오늘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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