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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시그널’ 사랑하기에 잊지 않는다

- 기억이 곧 우리를 다시 살게 할 것

관련된 사람들이 다 죽어도 끝나지 않는 사건이 있다. 뉴스를 본 사람들의 기억이 다 지워질 만큼 오랜 세월이 흘러도 종결은커녕 사회적 외상으로 남는 참사도 있다. 사건 사고는 때로 ‘순간’ 발생한 듯이 보일지라도 그 고통과 후유증은 피해자와 유가족은 물론 아주 많은 이들에게 평생의 한이 된다. 대부분의 참사가 주는 고통은, 어쩌면 영원하다.

요즘 최고의 화제작인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은 현재 시점의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 분)과 과거 시점의 강력계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이 구식 무전기를 매개로 무전을 통해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베테랑 형사 차수현(김혜수 분)이 둘 사이의 연결고리다. 차수현은 박해영에게 강조한다. “넌 내가 시내 한복판에서 증거랑 씨름하고 있을 때, 나를 내려다 봐야 해. 증거도 사건도 범인도 멀리 하나의 점처럼. 절대 감정 섞지 말고.”

드라마 속의 주요 사건들은 대한민국 전체를 분노와 공포에 떨게 했던 유명한 미제사건들을 연상시킨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못 잡았기에 이유조차 못 밝혀낸 사건도 있다. 신도시 개발과 정권비리의 유착관계가 얽힌 사건도 있다. 공소시효라는 법적 장치까지 만료돼 먼지 쌓인 수사 파일로 돌아가 버린 비극도 있다.

극중 관할 경찰서의 ‘지휘자’로 김범주(장현성 분)라는 경찰 간부가 등장한다. 2015년 현재 그는 경찰청 수사국장이다. 출세밖에 모르는 냉혈한이다. 그는 정말 과잉충성으로 고속출세한 부패한 경찰일까? 그가 이재한을 죽인 것일까?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단정하기 어려운 실종상태의 이재한은, 김범주에게 사사건건 눈엣가시다. 시청자는 김범주를 보면 분노가 치민다. 사건이 가닥을 잡아갈 때마다 자리보전을 위해 훼방을 놓고 증거조작까지 한다. 그는 오직 ‘다른 세계’에 사는 1% 고위층에게만 충성한다.

상황이 아무리 열악해도 이재한은 후배들에게 누누이 말한다. “누군가는 (범인을) 꼭 잡아야지.” 그렇게 그의 간절함은 시간의 장벽마저 넘어버렸다. 그리고 사건을 제때 해결하면 과거가 바뀌고 미래가 바뀐다. 시제는 멈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

우리는 왜 이 드라마에 열광할까. 어쩌면 어떤 사건이 주는 고통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게 동시대인들의 운명이다. 그 모든 과정의 목격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아픔들이 함부로 미제사건으로 남게 해서는 안 될 책무와 사명도 있다. 드라마 <시그널>은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은 기억한다고, 끝내 그 기억으로 진실을 밝혀내고야 만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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