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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화정’, 무늬만 있는 정치와 리더십

- 사극의 재해석에도 지킬 선이 있다

이 나라에 정치는 없다. 궐 안에 음모와 암투만 판친다. 불길한 ‘신탁’과 넘치는 비밀들과 귓속말, 그 속에서 정작 백성을 위하는 정치는 실종됐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왜란의 세월마저 견뎌냈으나, 백성의 삶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기다리는 것은 가혹한 세금과 징발뿐이다. 정치가 없는데 무슨 ‘화정(華政)’ 따위가 있을 수 있으랴.

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MBC <화정> 얘기다. 지금 이 드라마에는 ‘적통 논란’만 보인다. 광해군의 ‘개혁정치’ 혹은 잿더미를 딛고 새 시대를 열고자 했던 최소한의 열정만이라도 그릴 줄 알았던 애초의 기대는 깨졌다. 현재 극 속에서 그의 즉위와 재위는 모두 음모론 자체가 돼버렸다.

그렇다. 드라마 <화정>의 주인공은 광해군(차승원 분)이 아니다. 정명공주(이연희 분)다. 선조가 51세에 19세의 인목대비와의 가례로 얻은 정명공주와 영창대군은, 어머니가 ‘정실부인’인 관계로 ‘적통’이 되었고 13년 동안 세자였으며 임진왜란 내내 실질적 군왕 역할을 맡아야 했던 ‘서자’ 광해군을 위협한다. 드라마는 그런 설정에만 집착한다. 그리고 광해군은 왕이 되어서도 기반이 한없이 취약하고, 어린 정명공주는 늘 당당하고 꿋꿋하다.

드라마 <화정>은 아역배우를 통한 정명공주의 어린 시절부터의 남다른 ‘여성적 리더십’을 강조했다. 현대인의 눈으로 과거의 역사를 재해석하는 게 사극이라지만, 도저히 조선시대의 잣대로는 상상되지 않는 대사와 설정들이다. 공주가 노예 신분으로 그것도 쫓기는 신세가 되어 ‘죽은 목숨’이었다가 구사일생으로 일본 땅에서 ‘화약(火藥)’을 구해와 정국을 평정한다는 게 이후 줄거리가 될 모양이다. 이쯤 되면, 굳이 광해군 시대로 잡지 말고 시대불명의 팩션이었어야 한다. 타임슬립 드라마인가?

인목대비는 십여년 동안 정명공주를 덕수궁 깊숙이 숨겨두고 누가 안부를 물으면 ‘죽었다’고 대답했다 한다. 이 또한, 왕위와 아무 상관없는 공주였기에 죽은 시늉이나마 가능했던 덕이다. 누군가의 신묘한 재주나 전략, 리더십의 차원이 아니라 존재감이 없어서였다. 인조반정 이후 세상에 나오고 83세까지 장수한 이유는 오로지 ‘죽은 척’ 덕분이었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지도 오늘의 현실을 반추할 시사점을 갖지도 않는, 어떤 한 여자아이의 턱없는 무용담에 공들이고 있지만, 수년 전 MBC가 방영한 <선덕여왕>의 덕만공주만 겹쳐 보인다. 그 또한 턱없는 무용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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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