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교를 누가 좋아하겠나?”, “집값 떨어진다.” 지난 9월 29일 충청북도교육청의 특수학교 설립 추진 중 일부 주민들이 낸 반발의 목소리다. 이러한 이기주의적 모습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7년 9월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서도 장애 아동 부모들이 지역민들의 거센 항의에 무릎을 꿇고 호소한 일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특수학교는 전국 1백77곳으로 매우 부족한데, 그마저도 전체 장애 아동 8만 명 중 고작 30%만을 수용하는 수준이라 장애 아동 부모로서 특수학교 유치가 절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수학교는 일반학교에서 진행할 수 없는 장애아동들의 직업 교육과 사회화 교육으로 홀로서기를 돕는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실제로 2018년 김해 ‘제1회 희망나눔 페스티벌’에서 특수교육을 통해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장애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학교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듯 성공사례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그 필요성과 커리큘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이러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이기주의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특수학교를 꺼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 캐나다, 프랑스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선진국들은 장애인들
단풍잎에 물이 다 들지도 않았는데 입동이 찾아왔다. 작년에도 이렇게 빨리 계절이 바뀌었나 생각하며 떠올려보니 알 턱이 없었다. 1년 전, 나는 수험 공부 때문에 교실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친구들은 감기에 걸릴까 두려워 창문을 꽁꽁 닫았고 햇빛이 공부에 방해된다며 커튼을 쳤다. 열 명도 되지 않는 학생들이 스스로 들어간 밀실에서 하루를 견뎠다. 4시가 지나면 전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이 먼저 집으로 갔다. 우리는 부러워하며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우리 반에는 유난히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반은 간호학과에 가고 싶어 했고, 나머지도 각자의 길이 있었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성격도 관심사도 달랐지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저녁에는 다 같이 책상을 붙여 밥을 먹었다. 빨간 기름이 고인 불고기가 나온 날에는 학교 앞 편의점으로 갔다. 수능시험 전날에도 고사장 앞에서 종이로 포장된 초콜릿을 까먹었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었다. 그 후로부터 1년이 지났다. 나는 내가 가고 싶어 했던 학교, 학과에 입학했다. 함께 저녁과 토요일을 보냈던 친구 중에서 몇몇은 원하는 학교에 갔고, 아닌 친구도 있고, 재수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가끔 SNS에 올라오는 파푸아뉴
할 말이 있어서 너를 불렀던 밤이었다. 막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려던 찰나였다. 너는 짙은 갈색 재킷에 물 빠진 데님바지. 검은색 벨트. 왼손에 Emporioarmani 손목시계. 고르지 못한 숨. 제법 긴 의자. 내 옆에 네가 앉았다. 고개를 돌리고 속삭이던 내 입가에 너는 눈썹을 추켜세우고 가까이 귀를 댔다. 가로등 밑이었다. 자주 벌겋게 달아오르던 너의 귓불. 어두워도 보이던 너의 찰나들. 나는 내게서 네가 빠져나갔던 시간을 되뇌었다. 하려던 말들이 도망치고 나서야 당신이 왔다. 나는 어쩔 줄을 모르고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앞니는 갉아먹는데 익숙했고 봄은 사라지는데 익숙했다. 나는 나부끼는 이파리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위에 당신을 눕혔다. 말들은 공중에서 도망쳤고 길을 헤맸다. 애타게 너를 찾았던 그 시절 나처럼. 당신의 일렁이는 동공 위에는 한 겹의 계절이 남아 있었다. 다섯 번째 계절이었다. 속눈썹을 잠그고 했던 간곡한 부탁들. 느린 말투. 옅은 보조개. 이름 모를 향수. 이 센티미터 더 가까이 그 계절이 왔다. 겨울의 초입에서 차갑게 언 내 손은 생의 반대편으로 내던지고 싶었다. 얼굴이 없는 긴 목들이 왼쪽 손목에서 생에 가장 빠
약 100년 전쯤 영국 한 신문에 본인이 잘 생기고 매너 좋다고 주장하는 백만장자의 구혼 광고가 실린 적이 있었다. 이 광고에는 좀 특이한 단서 조항이 붙어 있었는데, 자신이 찾는 여성은 최근에 나온 서머셋 모옴이라는 작가의 소설 여주인공과 무척 많이 닮았으니 자신이 그 여주인공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즉시 연락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이 광고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광고에서 언급된 서머셋 모옴 소설은 불티나게 팔려서 런던에서는 그의 책을 사려고 해도 살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사실 지금이야 서머셋 모옴이 『달과 6펜스』와 『인간의 굴레』 등을 써서 나중에 노벨상까지 거머쥔 당대 최고의 작가인 걸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이 광고가 실릴 때만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이름조차 몰랐다. 달리 말하면 저 구혼 광고 덕분에 오늘날의 서머셋 모옴이 있게 된 것이다. 노벨상 수상 작가에게 있을 법한 성공 일화다. 문제는 저 광고를 한 사람이 서머셋 모옴 자신이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한참 나중에는 광고 속 내용대로 백만장자가 되기는 했다. 하지만 저 광고를 냈을 당시는 분명 아니었고 또한 저 광고로 배우자를 찾지도 않았다. 한 마디로 저 구혼 광
계명대출판부 신간흥하는 도시 망하는 도시홍석준/2019유기체적 특성을 가진 도시는 시대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저자는 이 특성을 바탕으로 역사적 배경과 경제적 관점에서 세계 도시들의 흥망성쇠를 살펴보았다. 저서는 도시의 변화 원인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전쟁을 비롯한 물리적 파워, 중세시대 주된 부의 원천이었던 교역, 18세기 산업혁명 시대 이후 도시의 핵심 발전 요소가 된 경제와 산업, 그리고 지도자와 시민들의 혁신 의지가 결합된 창조적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도시의 흥망성쇠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들의 이야기이고, 도시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문의: 출판부 580-6233 동산도서관 신착 도서한글교양: 한국인이라면 알아야 할 한글에 관한 모든 것 김슬옹/2019최근 케이팝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해외 각 지역마다 설치된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그 인기와 문화적 가치에 비해 한글의 창제 및 반포 과정과 과학성 그리고 맞춤법 등에 대한 교양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3·1운동 100돌 기념 국가
2019년 좋은 일터 기업 콘텐츠 공모전 시즌2응모분야 : UCC/영상, 예체능접수기간 : 2019.10.07.~2019.11.29. 2019 K-water 물사랑 공모전응모분야 : 디자인, 사진, 예체능, 캐릭터/만화접수기간 : 2019.11.01.~2019.11.30. 인천공항 혁신 체감사례 수기/사진 공모전응모분야 : 사진, 문학/수기접수기간 : 2019.11.04.~2019.12.01. 2019 블록체임 기반 IoT 비지니스 아이디어 공모전응모분야 : 기획/아이디어접수분야 : 2019.11.06.~2019.12.06. 2019 기술보증기금과 함께하는 UCC공모전응모분야 : UCC/영상접수기간 : 2019.11.08.~2019.12.12.
요즈음은 인간대상연구에 관한 모집광고문을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아마 우리대학 학생들 중에도 광고를 보고 연구에 직접 참여해 본 학생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타 연구와 다른 점은 연구자와 연구대상자 간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지 연구자 측의 호기심만으로 연구를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연구자는 연구대상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목표, 이에 따른 연구방법, 참여절차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인간대상연구의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기관연구윤리위원회(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를 설치하였고, 이 IRB는 각 대학, 병원 등에 상설되어 있다. IRB는 검토과정에서 다음 세 가지 윤리적 원칙을 토대로 연구계획서의 내용을 수정·보완하도록 심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대상자가 참여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는지를 검토하고, 만일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연구대상자(예, 미성년자, 집단시설 수용자 등)라면 보호 대책이 충분한지를 검토한다. 둘째, 연구대상자의 개인정보 노출, 기타
우리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전경미(문예창작학·석사과정) 씨가 안동에서 개최된 ‘제40회 전국육사백일장’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동시에 시인의 꿈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 전경미 씨의 삶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가 이번 백일장에 아이들과 함께 가서, 시를 짓는 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어요. 시간 내에 절반 정도만 쓰고 나머지 절반은 제출하는 곳 앞에서 채운 터라 큰 상은 바라지도 않고 작은 상 하나만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번 백일장은 대회 당일 오후 4시에 수상자 발표를 한다길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식사를 하러 가버렸어요. 스스로에게 화가 난 상태였는데 그때 마침 대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왔어요. 처음 수상 발표 전화가 왔을 때는 믿기지 않아서 제가 썼던 시를 다시 읽어보기도 했어요. 대상을 수상할 정도의 시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Q. 어떤 작품으로 수상하셨나요? 운문 부문에서 ‘안개’라는 작품으로 수상했어요. 백일장에서 주어진 여러 제목들 가운데 ‘안개’를 선택하여, 안개를 꿈이다 생각하고 시를 썼어요. 제가 예전에 교
우리학교는 ‘진리·정의·사랑의 나라를 위하여’라는 교육이념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사랑’의 이념을 실천하는 활동으로 교내 소수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돕는 ‘도우미’ 활동을 꼽을 수 있다. 본지는 장애를 갖고 있는 학우의 학교생활을 돕는 ‘장애대학생 도우미’와 외국인 교환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돕는 ‘외국인 교환학생 도우미(버디)’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엮은이 말 [장애대학생 도우미] ‘장애대학생 도우미’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우리학교는 2017년도부터 장애정도가 심한장애(구 장애등급 1-3급) 학생들의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 도우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공강시간 동안 장애학생의 집, 연습실, 기숙사, 학교 등을 오가며 장애학생의 이동과 학습을 돕는다. 장애대학생 도우미에 대해 알아보고 도우미 학생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 장애대학생 도우미가 하는 일 장애대학생 도우미는 크게 ‘학업지원 활동 도우미’와 ‘생활지원 활동 도우미’ 두 가지로 나뉜다. 학업지원 활동은 수업 내용 대필 등 장애학생의 학습효과 증진을 위한 지원활동을 말한다. 생활지원 활동은 장애학생의 집, 연습실, 기숙사, 학교 등을 오가며 장애학생의 이동을 돕고 의사소
“세달 만에 만난 외손주 지원이가 정말 귀엽다. 제 부모가 출근 한 뒤에 이 녀석과 함께 놀고 지낸지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세 살 먹은 외손주는 할미가 낯선지 살갑게 와서 안기지 않았다. 행여 외손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싶어 아픈 무릎이지만 말을 태워주기도 하고 총놀이도 같이 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해보았다. 그것이 통했는지 어제부터는 할미 치마 자락을 붙잡고 졸졸 따라다닌다. 그러더니 오늘 드디어 할미에게 ‘땡깡’을 부렸다. 이제 좀 친해졌다는 표현 같아 기뻤다. 퇴근하고 돌아온 애미가 오늘 잘 놀았냐고 해서 지원이의 ‘땡깡’ 부리던 모습을 찍어 보여 주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땡깡’이라고 써 넣으니 위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외손주를 사랑하는 이 할머니는 아이의 모습을 날마다 일기처럼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외손주가 ‘땡깡’ 부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고는 “지원이가 땡깡 부리는 귀여운 모습”이라고 써 놓았다. 이 할머니는 ‘땡깡’이 일본말에서 온 것을 모르고 쓰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땡깡이란 말은 일본말 전간(癲癎, tenkan)을 말하며 전간이란 우리말로는 지랄병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간질(癎疾), 뇌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