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조금동두천 26.8℃
  • 구름많음강릉 20.1℃
  • 구름조금서울 27.0℃
  • 맑음대전 26.0℃
  • 구름많음대구 22.3℃
  • 구름많음울산 19.8℃
  • 구름많음광주 28.4℃
  • 흐림부산 23.0℃
  • 맑음고창 29.0℃
  • 구름많음제주 20.6℃
  • 구름조금강화 25.7℃
  • 맑음보은 23.4℃
  • 맑음금산 25.1℃
  • 흐림강진군 27.0℃
  • 맑음경주시 19.4℃
  • 흐림거제 21.9℃
기상청 제공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URL복사

오랜만에 공기가 맑아 집의 온 창문을 다 열었습니다. 어느새 쌓인 곳곳의 먼지도 털고, 언젠가 마감 세일이라는 말에 혹해 서둘러 집어 들었다 냉장고 한 쪽에서 시들해져가고 있는 음식들도 꺼내 버렸습니다. 물론 수건이며 실내복이며 하는 것들을 몽땅 집어넣어 세탁기도 돌렸습니다. 대충 집안일을 해치우고는 밖으로 나가봅니다. 집에서 나가 조금만 걸어가면 괜찮은 커피숍이 있어요. 마침 토요일이니, 씁쓸하지만 여운 있는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한참을 앉아 있을 요량입니다. 주문을 하고 커피를 받아 의자에 앉으니 휴일을 보내는 즐거움이 이보다 클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를 사며 함께 사게 된 몇 분간의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의자를 내 준 커피숍 주인에게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환대받았기 때문일까요?


『사람, 장소, 환대』는 누군가에게 ‘자리를 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장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자신이 머무르는 장소에 따라 그의 정체성이 변화합니다. 물론 그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람’은 인간과 다르지요. 사람은 사회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인간입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와 주고받는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인과 어울려 살기 위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됨을 연기하고 수행하여 모욕을 거부하고 자존감을 지켜가니까요. 그러므로 환대는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것, 즉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고 그 자리에 딸린 권리들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환대 받음으로써 비로소 사회의 구성원이 됩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환대를 받았습니다. 사십여 년 전 그 어느 날 지금은 할머니가 된 나의 젊은 엄마는 제가 누군지도 묻지 않고 환대해 주었거든요. 그리고 오랜 시간 많은 지원을 해 주었죠. 하지만 그녀는 저에게 그간 준 것을 돌려 달라며 요구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내게 준 것을 이미 다 망각해 버렸는지도 몰라요. 노모가 저에게 보내준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 환대와 더불어 ‘복수하지 않는 환대’가 더해진다면 ‘절대적 환대’는 완성됩니다. 이 마지막 항목은 적대적인 상대방에 대해서도 환대가 지속된다는 것인데요. 어떤 경우에도 그의 사람됨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가고자 했던 그간의 모든 사회운동은 이 ‘절대적 환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함께 기억하면서 말이지요.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니 교정엔 새로운 얼굴도 익숙한 얼굴도 가득합니다. 스치는 얼굴들 사이로 문득 생각해 봅니다. 나는 너를 환대할 수 있는가? 나는 너에게 환대받고 있는가? 자신을 위해 나서주는 이가 한 사람만 있어도 더 이상 벌거벗은 생명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을 새기며 이 글을 마쳐야겠습니다. 다시 만난 그리고 새로 만난 우리 학생 여러분, 여러분을 환대합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서로의 사람됨을 지지하며, 그리고 또 한 계절을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 『사람, 장소, 환대』를 추천합니다.

관련기사





[사설] 미디어 대한 맹신, 시민의 능동적 참여로 극복해야 미디어가 부모나 교사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한 지 오래다. 부모에 안겨 스마트폰 영상을 응시하는 아이의 눈길과 강의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휴대폰으로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손놀림을 보면 어쩌면 상상하는 그 이상인지도 모른다. 이제 미디어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의존하는 미디어는 세상에 대하여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우리를 끊임없이 교육시킨다. 이로 인해 이용하는 미디어 채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도 특정한 방향으로 고정되고, 유사한 신념과 가치체계로 이어진다. 그래서 보수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의 인식은 보수적 생각으로 이어지고, 진보적인 사람은 자신과 유사한 성격의 매체 이용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면서 사유의 편식은 더욱 강화되고, 자신이 이용하는 미디어가 현실이 되고 진리처럼 받들어진다. 하지만 미디어가 다루는 현실은 지속적으로 중재되고 가공되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미디어가 생산하는 내용에는 미디어 조직의 이윤이나 정치 권력적 욕망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개입되고 주관적 해석과정이 관여한다. 동일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서도 매체마다 바라보는 대상이 다르고 설명이 차별적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