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불안감을 경험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이므로, 이 감정의 내용이나 특징에 대해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대학생을 비롯한 현재 20대 청춘들은 언제 불안감을 경험할까? 간단히 상상해보자면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었을 때, 학점이나 합격 여부를 확인하기 직전에, 열심히 일해도 필요한 만큼 돈을 모을 수 없을 때, 다정하던 연인이 왜 그리 쌀쌀한지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등이 아닐까 싶다. 불안을 경험하는 상황들의 공통점이나 유사점은 무엇일까? 먼저 불안이라는 감정은 미래와 관련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사건에 대해 불안해한다. 시험에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떠나가지 않을지, 간절히 바라던 것을 결국 얻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원하지 않는 일이 미래에 일어날까 혹은 원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특히 인간은 불확실하고 모호할 때 주로 불안을 경험한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사건이 불안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 불확실성에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은 다른 세대보다 혹은 과거의 청년들보다 더 불안할까? 이에 대해서 명확하게 검증한 연구들을 찾
제목이 눈길을 끈다. 아직 성년이 되지 못 한. ‘아직’이라는 뜻이 어딘가 공감각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풋내와 땀내, 발그레한 볼과 치켜뜬 눈 등이 연상된다. 이미 반열에 오른 배우의 감독 데뷔작으로서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됐다. 징그럽다가 싱그럽고 절망 비슷한데 희망차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도 입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같은 고등학교 2학년인 두 집의 딸들이 원수처럼 싸우게 된 이유는 윤아 엄마와 주리 아빠의 불륜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피붙이처럼 끈끈해진다. 둘 모두에게 유일한 남동생인 미숙아가 태어난 까닭이다. 아이들은 이 가녀린 생명을 자신의 일부로 첫 만남부터 받아들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과 같이 가겠다는 결심은 자신의 장래와 직결돼 있다. 난데없는 개입이지만, 모든 설정을 변경해가면서까지 남동생과 사는 미래를 꿈꾼다. 아니 그 미래를 어느 순간부터 살아버린다. “니네 아빠나 우리 엄마보다는 내가 더 자격 있지. 그러니까 내가 키워야지.” 반박 못 할 상황정리이기도 하다. 추하다고도 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하게 망가져가는 부모들, 그리고 당차고 야무진 딸들의 대비는 극이 전개될수록 간극이 커진다. 아찔할 정도다. 영화 속의 가부장은
● 콘서트 <소란 콘서트> 일시: 2019.5.26,/ 장소: 아양아트센터 아양홀/ 문의: 053-951-3300 인디계의 대표 밴드로 잘 알려진 ‘소란’이 대구를 찾아온다. 소란은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고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며 개최하는 공연마다 매진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뜨거운 여름이 찾아오기 전, 달달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소유한 밴드 ‘소란’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 뮤지컬 <그날들> 일시: 2019.05.31.~06.02./ 장소: 계명아트센터 / 문의: 053-580-6600 뮤지컬 <그날들>은 고(故) 김광석이 부른 명곡들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로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20년 전 사라진 ‘그 날’의 미스터리 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와 배우들의 열연이 어울려져 관객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전달한다.
물은 흘러야한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고, 썩은 물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따라서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강과 하천의 물이 흘러야 한다. 나는 봉화에서 발원해서 낙동강과 만나는 내성천을 사랑한다. 이곳의 모래밭이 정말 아름답기 때문이다. 내성천의 모래밭은 곳곳에서 만날 수 있지만 경북 예천군 용궁면의 회룡포는 하루 종일 머물러도 아쉬운 곳이다. 그러나 영주댐 건설로 내성천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회룡포는 물길이 용처럼 굽이굽이 생겨서 붙인 이름이다. 용은 물을 상징한다. 용궁면도 회룡포에서 유래했다. 용궁은 용이 살고 있는 궁궐을 의미한다. 회룡포 근처 용궁역에서는 용궁과 관련한 거북이와 토끼 설화를 모델로 한 ‘토끼간빵’을 만날 수 있다. 회룡포 전망대에 오르면 회룡포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내성천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뿅뿅다리’에서 출발할 수도 있고, 용문초등학교 앞에서 장안사로 갈 수도 있다. 장안사가 자리잡은 산 이름도 비룡산이다. 장안사에는 용왕을 모시는 용왕각이 있다. 전망대에서 회룡포를 바라보는 풍경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계절마다 이곳을 찾는다면 회룡포의 아름다운 추억만으로
첫 자취는 해방감으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주말까지 늦잠을 잔다고 등짝 스매싱을 날릴 어머니도, 저녁 10시가 되기 전부터 귀가를 독촉할 아버지도, 외출한 사이 몰래 내 옷장을 탐하는 형제도 없으니 말 그대로 ‘내 세상’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방감은 ‘해이’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다. 불금이랍시고 동이 틀 때까지 음주가무를 즐기고 주말 낮을 통째로 잠으로 보내는 일이 반복되고, 그러다 보니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간편식사로 때우게 된다. 이런 일상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강도 안 좋아지고 끝내는 학교생활까지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여기까지 읽으며 가슴이 ‘뜨끔’ 했던 분들이라면 지금 당장 종이와 펜을 꺼내들어 생활수칙을 세우고 조금 더 자신에게 엄격해져보는 건 어떨까. 이 시간,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자취생활 수칙’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 규칙적인 생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 짐작컨대, 가장 많은 자취생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규칙적으로 생활하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건강한 자취생활을 위해 규칙적으로 먹고, 자는 것은 역시 제일 중요한 문제다. 되도록 12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고, 10시까지는 기상하는 습관
아이들이 성장해 기숙학교에 입소하고 난 다음, 시간이 나면 하루에 한편의 영화를 시청하는 것이 어느덧 생활이 되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많은 명작들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슴에 머물렀던 영화는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다. 원작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것으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이야기가 이 영화의 알파와 오메가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일 같이 불행한 사람들을 상담하던 런던의 정신과 의사 ‘핵터’가 과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훌쩍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돈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말하는 상해의 은행가,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아프리카의 마약 밀매상,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난 말기 암 환자, 가슴속에 간직해 둔 LA의 첫사랑, 핵터는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을 통해 행복리스트를 완성해 나간다. 행복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가는 핵터의 여정을 관찰하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으며 120분 안에 해피엔딩으로 행복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가벼운 착각과 만족감을 주는 영화이다. 핵터의 행복을 찾아 떠난 여행은 출발지인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돌아오면서 끝이 난다. 즉, 출발지가 종착지인 것이다. 감독이 관객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행
본 기사는 우리학교 여성학연구소가 발간하는 『젠더와 문화』 제11권 2호(2018)에 수록된 연구논문 ⸢페미니스트 정의론의 관점에서 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의미와 과제⸥를 발췌하여 요약한 것입니다. - 엮은이 말 이 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피해해결을 위한 각종 단체의 운동에 쏟아지는 폄훼와 왜곡이 심각하고, 피해 당사자들이 급격히 고인 되고 있는 현실에 착목한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과거 사실을 부인하고 ‘도덕적 책임’이라는 수사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며 당사자들이 존재하지 않을 순간을 기다리는 시점에 기존의 법적/도덕적 책임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피해당사자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우리에게 남겨진 책임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미국의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 아이리스 영의 ‘정의론’을 토대로 알아보고자 한다. 아이리스 영은 개인의 과실이나 불운, 선택의 책임으로 협애화하는 법적 책임 모델을 구조적 부정의에 대한 정치적 책임 모델로 대체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정의의 문제는 개인의 특정한 삶(선택, 불운 등)이 아니라 그가 처해 있는 취약한 사회적 위치에 대한 것”이며, 따라서 그에게 구조적 부정의란 “개인의 행위와 제도가 상호작용한 결과
올해 우리 대학은 창립 120주년을 맞았다. 그 의미를 되새기기는 이제 새삼스럽거니와, 5월은 창립 120주년 기념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다. 오늘, 5월 20일은 1954년에 개교한 계명대학교의 예순다섯 번째 개교기념일이기도 하다. 지난 세기 한국의 경제적 성장을 두고 압축 성장이니 고도성장이니 하는 말들이 쓰이지만, 계명대학교야말로 초고속 성장의 본보기와 같은 놀라운 역사를 이룩하였다. 대명동 바위 언덕의 덩그런 한 채 건물에서 시작하여 동산동 동산병원과 하나가 되고, 드넓은 신당동 성서교정으로 이전을 하고, 칠곡과 현풍에도 미래의 모습이 크게 기대되는 넓은 학교 부지를 마련하였다. 대명동, 동산동, 신당동의 세 교정은 모두 도시철도 2, 3호선 역이 바로 연결되어 있다. 더욱이 새 동산병원의 성서교정 이전이 마무리되어 지난달 15일 진료를 시작한 것은 120년 뒤가 아니라 500년 뒤에도 계명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업이다. ‘시대를 같이 한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계명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토록 생동하고 활기에 찬 시기를 함께 호흡하는 것, 기쁘고 보람된 일이다. 지난 세기 우리 대학의 놀라운 성장을 외적 요인의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내부적 의지와
교내식당은 항상 줄을 길게 서야 하는데, 이때 소비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학식이 아니면 교외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약 50.7만 평의 넓은 캠퍼스 면적을 자랑하는 우리학교에서 수업이나 과제로 바쁜 학생들에게는 이동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학생들에게 배달음식은 학교 밖까지 나가지 않고 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꽤 괜찮은 한 끼 식사다. 이번에 학식의 가격이 오르면서, 학식을 애용하던 학생들도 학식보다 친구들과 함께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학교에서는 오래 전부터 위생적이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물 배달 주문을 제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학생들이 많아 배달 주문은 물론 배달음식물 반입을 금지시키고, 현관 출입구에서 배달 오토바이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우리학교가 배달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배달음식을 먹고 난 후의 비위생적인 뒷처리 때문이다. 현재 각 단과대학에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따로 배치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학생들은 음식물 처리를 위해 화장실 변기 혹은 세면대를 사용하거나
누군가 내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스물두 살의 나는 ‘평생 내가 전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또,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스물여섯의 나는 ‘여전히 갈망하고 있는 것’ 이라고 답할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무엇으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우리는 조달 받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받은 만큼 표현하고 있는가.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그러나 그것은 꼭 한 가지 특성과 성질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같은 사랑이라 할지라도 전달의 과정, 무게와 의미부터 형태까지 모든 것들이 각각의 결론이 되어 남겨지고 떠나간다. 깊고도 여린 그 감정의 깊이를 헤아리는 일은 표현이 서툰 이에게는 언제나 어렵고 힘든 일이 될 뿐이다. 남녀 간의 설렘이 사랑의 전부인 줄 알았던 무렵, 그것은 아무리 손을 뻗어 내밀어도 닿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거나, 미안한 사람에게 사과는 빠르면서 가까이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너무도 무심하게. 청명한 가을날 곱게 자란 감나무의 감도 달게 익지 못할 것 같은 차갑고 냉철한 성격은 경상도 집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