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을 흔히 급변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능동적 대응을 할 여유를 주지 않는 그 속도감에 우리가 마냥 끌려가기만 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압박감을 준다. 그 와중에 항상 경제적 심리적 여유가 있어야 눈을 돌리는 것인 줄 알았던 문화와 예술이 갑자기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문화가 힘이며 문화가 자원이라고 한다. 실제로 문화와 예술로 발생되기 시작한 자원의 활성화를 이제 경제 개념인 산업이라고 우리는 인식하기 시작한다. 헌데 그렇게 무서운 속도로 관심이 부각되어 가는 문화와 예술 그 자체가 더 이상 예전에 우리가 인식했던 그대로가 아닌 것을 우리는 놀라운 눈으로 본다.
예술의 가치는 기존 사회에서 별 의심없이 받아들여져 그 향유층의 폭이 넓지 않아도 그 존재나 전수의 당위성은 별로 의심받지 않았다. 떳떳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기존 예술이란 개념은 서양에서 주어진 것이다. 대학에서는 그것을 그대로 수입해서 교육시켜 왔다. 본고장에서는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이 그 철학과 학문에서 분리되지 않고 밀접하게 자라고 교육되어왔지만 우리는 기능교육에만 극도로 치중해 왔다. 음악의 경우는 그 경향이 더욱 심했다. 예술, 비예술의 관습적 경계도 제법 뚜렷해서 그 배타성에 흔들림이 별로 없었다. 대학은 대중예술이나 비서구 예술에는 관심을 둘 필요도 없었으며 향유자 교육에도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예술가 배양 외에는 예술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예술제작, 교육, 경영에 전문가 양성을 특화할 필요를 느끼지도 않았다.
그런데 21세기에는 인간의 창의적 산물로서의 가치가 부여되었다고 평가된 작품만이 예술로 간주되지 않고, 객석의 감상자 앞에서 실연하는 모든 형태가 (공연)예술로 인식된다. 그 실연이라는 과정과 향유자와의 소통에 의미가 부각되면서 이제 예술은 그 절대적 가치보다는 상대적 가치에 지배되고 있다. 예술간 장르간 뚜렷했던 벽도 가차없이 무너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예술경영은 문화와 예술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교수진과 교육과정은 기존의 예술적 관념에 안주하여 기능적 예술가 배양을 위한 인프라에서 조금도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거기서 21세기 문화예술인력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