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로 대학언론을 진단하는 건 부정확하다. 위기는 위험한 시기나 고비를 뜻하는데 대학언론은 그런 단계를 논할 시기를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다. 대학언론 위기론은 대학가에서조차 족히 20년은 넘게 다뤄지고 있는 진부한 주제다. 하지만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대학언론의 역할을 다시 세우기 위한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뾰족한 대안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대학언론인을 하염없이 움츠러들게 만든다. 대학언론 위기론은 이미 위기론이 아닌 현실이다. 수습기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는 기자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매년 줄어드는 인원을 유지하는 것마저 버거웠음은 물론이다. ‘이 이상의 후퇴는 없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펜을 붙잡고 악착같이 버텨야 했다. 그러나 답보 상태의 대학언론에서는 그러한 노력들조차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학언론이 독자들로부터 멀어진 탓이다. 미디어 환경은 지난 수년간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화했다. 대학 밖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앞 다투어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구축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학언론은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변화를 주도하지 못해 기자가 줄어들었고, 독자를 잃었으며, 이제는 매체의
90년대생 태반은 ‘호황’보다 ‘불황’이라는 말이 더욱 익숙하다. 80년대의 3저호황 시기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의 괄목할 성장률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IMF 금융위기 사태를 기점으로 ‘경제 우등생’ 한국의 신화를 내려놓게 됐다. 바야흐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일상화된 시대가 도래했고, 청년실업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간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5.0%에서 5.7%로 0.7포인트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고, 통계청은 지난달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을 8.3%로 발표했다. 그런데 세간에서 흔히 경제호황기로 인식되는 80년대에도 대졸자 취업난은 여전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89년 11월 28일자 〈계명대신문〉의 ‘취업가능성 희박하다’ 기사는 “매우 치열한 ‘취업전쟁’”을 우려하는 시선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기사는 90년 초 졸업예정자 16만 명과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이른바 ‘취업재수생’의 숫자가 10만 명에 달해 취업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지방대 학생은 과거에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현상 속에서 “대학졸업 후의 곧바로 취업은 ‘횡재’, ‘행운’”으로 불
멀어져 가는 내 집 마련, 주거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고민해야 서울에 올라와 산 지 20년이 넘었는데 아직 내 집이 없다. 첫 문장을 써놓고 보니 그동안 뭐했나 싶기도 한데, 처음 서울역에 내렸을 때 수많은 건물들을 보며 생경했던 기억부터 난다. 그 건물들을 보며 ‘서울 하늘 아래 왜 내 집 하나 없지’ 하고 읊조렸는데 그 후로 오래 흐를지 몰랐다. 대학생 때는 하숙비가 높았고, 취직 뒤에도 월세가 높았다. 아무 궁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30대 초반에는 가진 돈이 없었고, 그 뒤로는 하늘 위로 날아가는 집값을 쳐다보다 쫓아갈 타이밍을 놓쳤다. 아마 지방에서 서울로 향한 청년들은 대부분 이런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지 않을까. 청년주택은 그래서 중요한 정부 정책 가운데 하나다. 2030세대가 주거 걱정 없이 미래 자립 기반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으로 많은 청년들이 몰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월급을 받더라도 많은 비용을 월세로 지불해야해 돈을 모아 전세로 갈아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발표한 1인 가구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혼자 사는 20대의 66.5%, 30대의 49.8%가 월세로 사는 형편이다. 최
선풍기는 선플이 풍기는 향기를 말한다. 선플은 악플에 비해 생산성과 생산 속도가 떨어진다. 선플의 파급력과 영향력도 악플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둘 다 익명인 것은 마찬가지인데, 왜 그럴까? 그것은 선플과 악플이 선과 악을 표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세상이라는 지붕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이 있다. 하나는 선이라는 기둥이고 다른 하나는 악이라는 기둥이다. 두 개의 기둥이 같은 높이와 굵기로 함께 버텨야 세상이 무너지지 않고 제대로 돌아간다. 둘 중에 한 개를 뽑아버리면 세상은 무너진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선만 존재하거나 악만 판치는 법이 없다. 같은 이치로 인간의 내면에는 두 개의 얼굴이 도사리고 있다. 하나는 선한 얼굴을 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악한 얼굴을 내민다. 두 개의 얼굴, 즉 선과 악이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이 곧 인생이고, 평생 인간은 선으로 악을 제압하기 위해 애를 쓰면서 살아간다. 이런 맥락에서 선과 악의 공존은 불가피하다.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선풍기의 스위치를 올려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이 지점에서 선풍기를 회전해야 하는 당위가 생긴다. 악플은 자동으로 생성되고 삽시간에 눈덩이가 된
기록은 문자가 없던 시대에 ‘무언가’(무엇이든 될 수 있다)를 표현하고자 했던 선사인들의 욕망에서부터 출발하여 다양한 형태의 매체로 발전하였다. 이를테면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 중국의 갑골문 등이 있고 현재에 와서는 수기뿐만 아니라 전자 형태의 기록이 널리 이용되는 추세다. 만약 기록이 없었다면 역사 또한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가 남겨둔 기록으로 우리는 과거의 일을 연구하고, 미래를 구상한다. 그러나 오늘 나는 기록이 인류가 아닌 나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 이실직고하자면 나는 일기 쓰기를 귀찮아하는 초등학생 중 하나였다. 방학 숙제로 나온 그림일기는 개학을 하루 앞두고 몰아 쓰기 일쑤였고, 일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곧잘 불평하곤 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이 그랬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기록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고, 대학생이 된 후로는 줄곧 일기를 써왔다. 처음엔 단지 특정 사건, 중요한 약속, 기념일 등을 잊지 않기 위해 썼지만, 시간이 차츰 흐르고 어느새 나는 일기를 통해 하루를 복기함은 물론 ‘나’라는 존재와 친해지게 되었다. 나는 일기, 나아가 기록을 명
사회 진출에 힘을 실어준 시민들의 환영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주 23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 마침내 시민이 직접 이끄는 ‘시민인문 심포지움’의 등장 ● 대학을 넘어 사회광장으로 진출한 목요철학 인문포럼 2010년 「목요철학 세미나」가 개강한지 30년 만에 「목요철학 인문포럼」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대학 안의 닫힌 공간에서 대학 밖의 열린 사회광장으로 나가기 위한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시작됐다. 철학과 내에서는 설왕설래했다.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 되돌아올 수 없는 영구외출을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간접적인 개인의 경험 정도로 정당화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1~2년으로 끝날 수 없는, 아니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방대한 문화사적 인문학강좌를 그것도 혈기왕성하고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제도권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그저 평범한 대구시민 일반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무리한 발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처음 예측은 결코 빗나가지 않았다. 대구라는 도시 자체가 전통적인 ‘교육도시’이고, 주변의 위성도시(안동, 상주, 예천 등)들 역시 역사적으로도 당당했던 올곧은 ‘정신문화의 도시’가 아니었던가
대구경북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지역사회의 혐오·차별 해소 위해 2017년 조직 장애인·여성·이주민·HIV감염인·청소년·성소수자 등 각 분야 인권시민단체 40여 곳이 공동으로 참여 “서명운동 중 시민들의 응원 기억에 남아” 학내 성소수자 A씨 성정체성은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되지 않아 편견과 오해로 인해 ‘투명인간’처럼 살아 차별금지법이 모든 문제 해결해주지 않겠지만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 ●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뭉친 시민들 <계명대신문>은 대한민국의 차별 실태를 알아보고 차별금지법의 도입 필요성을 살펴보고자 지난 10월 차별금지법 기획 2부작 ‘평등을 정의하는 법’의 연재를 시작했다. 짧은 기획을 끝맺는 마지막 순서는 지역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들과 학내에 존재하는 사회적 소수자를 만나 그들에게 차별금지법이란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대경차제연)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지역사회의 혐오·차별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장애인·여성·이주민·HIV 감염인·청소년·성소수자 등 각 분야 40여 개 인권단체가 모인 연대체로 지난 2017년 12월 출범했다. 대경차제연은 대구·경북
종착점 앞둔 총학생회 ‘사계’ 코로나19 대확산 속 출범 비대면 강의로 학생회 운영에 어려움 겪어 가장 기억에 남는 공약은 ‘가을음악회’ “많은 학우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쳐” 공약 이행 어떻게 됐나 네 가지 분야에서 총 17개 공약 제시 이행 완료 3건, 일부 이행 4건, 미이행 6건 “코로나19로 인해 현실적으로 이행 불가” 에드워드 시스템 모바일 버전은 내년 중 윤곽 ★★★:이행 완료 ★★:일부 이행 or 이행 준비중 ★: 이행 불가 [교내 환경개선] 흡연구역 울타리 보강 및 환경개선 ★★ 일부 이행 / 기타 시설 보수로 대체 은행나무 열매 수거장치 설치 ★★ 일부 이행 / 총학생회가 직접 수거 풋살장 인조잔디 교체 및 야간 조명시설 추가 설치 ★★★ 이행 완료 / 향토생활관 신축으로 확충 명교생활관 내 카페테리아 설치 ★★★ 이행 완료 / 위와 동일 명교생활관 내 전자제품 및 세탁시설 확충 건의 ★★★ 이행 완료 / 위와 동일 [학생 복지] 시험기간 기숙사 통금시간 연장 건의 ★★ 이행 준비 중 / 명교생활관 및 사생자치회와 협의중 여성 취약공간 불법 촬영 점검 확대 ★★ 일부 이행 / 전년과 동일 문화공연주간 지정 ★ 이행 불가 / 코로나19로 인한
독일철학 vs 분석철학 간 논쟁 잦았던 1980년 “공개토론회 진행하자” 백승균 명예교수 제안에 ‘목철’ 첫발 500명 넘는 학생들이 복도까지 들어차 ‘대성황’ 한때 중단될 위기에 처해 ‘목철을 해야하는 이유’ 주제로 토론하기도 백승균 명예교수 “학생들이 스스로에게 자부심 가졌으면” 한때 한국 철학계는 독일 관념론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다. 우리나라에 서양 철학이 이식된 시기가 일제강점기였음을 감안하면, 일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학교 철학과 또한 독일 관념론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1980년, 미국에서 철학을 전공한 김영진(당시 철학) 교수가 우리학교에 부임하면서 철학과에 학문적 파장을 몰고 왔다. 그는 ‘분석철학’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철학을 들고서 독일 관념론이 주류였던 우리학교 철학과를 뒤흔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철학적 논쟁의 필요성을 절감한 교수들은 현재 계명-목요철학원장을 맡고 있는 백승균(철학윤리학) 명예교수의 제안으로 철학 세미나를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1980년 10월, 엄혹한 정세 속에서도 우리학교 어느 한 구석에서는 ‘아가페와 자비’라는 주제를 두고 철학과 교수들 간의 열띤 설전이 벌어지고
2021학년도 중앙 및 단대 학생자치기구 선거가 오는 12월 15일에 실시된다. 지난 11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허승범(지구환경학·4))가 공고한 2021학년도 학생자치기구 선거 일정을 보면 총학생회는 물론 각 단과대학별로 등록한 후보자들은 지난 12월 4일부터 6일까지 제반 서류 심사 및 후보자 심의를 거쳐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선거 유세를 진행하게 된다. 투표는 2021학년도 중앙선거시행세칙에 따라 오는 12월 15일 오전 8시부터 18시 30분(이부대학은 22시까지)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유권자는 우리학교 재학생으로 한정되며, 각 단과대학별로 설치된 지정 투표소에서 신분증(학생증,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중 하나)을 지참하여 선거인 명부와 대조한 뒤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올해 학생자치기구 선거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타대학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투표로 진행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예상을 깨고 대면 투표로 확정됐다. 허승범 총대의원회 의장 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하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거 방식을 두고 온라인 투표를 비롯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했으나 코로나19 감염 상황 및 학사일정 등을 고려하여 대면 투표를 진행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