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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김초엽·김원영의 ‘사이보그가 되다’

오늘 추천드릴 책은 SF소설가 김초엽과 인권 변호사 김원영이 쓴 에세이집 ‘사이보그가 되다’(사계절 출판사, 2021)입니다. 책을 펴자마자 눈길을 끄는 대목이 나옵니다. 어느 날 어떤 자리에 초대 받은 김초엽은 자신을 ‘청각 장애를 극복’한 사람으로 소개하는 사회자를 만납니다. 김초엽은 포스텍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연구자이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을 발표한 SF작가이고 또한 후천적 청각 장애인입니다. 실제로도 보청기를 착용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누군가를 이렇게 소개하는 것은 과연 적절한 것일까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안경을 착용하면서 ‘시각 장애를 극복하며’ 살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유독 특정한 가시적 장애에 주목하는 문화나 태도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장애인이 경험하는 불편이나 사회적 편견을 꼬집기보다는 오히려 장애인을 미래 사회적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그려냅니다. 장애인이야말로 갑작스런 재난이나 사고로 인해 첨단기술이나 의술을 가장 먼저 접하고, 휠체어, 안내견, 보청기, 의족과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존재’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잡종적인 정체성을 가진 하나의 사이보그로서의 장애인은 인간-기계, 여성-남성, 물리-비물리 등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경계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인간, 동물, 기계와 연대를 맺는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얼마 전 도쿄에서 개최된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앞으로 의족을 착용한 육상선수가 대회에 출전하는 날이 올까,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구별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모두 어느 정도씩은 ‘사이보그’ 인간입니다. 저는 안경을 착용하고 있고 누군가는 심장에 스텐트 시술을 받았으며 우리의 기억과 정보는 스마트폰에 저장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첨단 기기의 보조를 받거나 의존하는 수위도 높아질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장애’란 개념을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우리 모두 최상의 건강한 육체와 이상적인 몸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보이는 몸에 대한 집착, 눈에 보이는 장애에 대한 편견 때문에 모든 존재의 결핍과 장애를 우리는 은연 중에 없애거나 감추고 싶어합니다. 이런 관점을 바꾸어, 자신의 결핍과 장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요? 오히려 우리의 불완전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의 결핍을 통해 소외된 자들을 돌아보며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연대를 맺는 방식을 같이 고민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 ‘사이보그가 되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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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