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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로마에서의 죽음의 에피파니


문학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들 가운데에 죽음과 영원불멸에 관한 주제가 있다. 인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나 혹은 영원을 향한 관문으로써의 죽음이라는 식의 비유는 우리들 주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인간의 삶은 영원을 향해 있는 짤막한 여정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짤막한 인간 삶의 여정이 왜 필요한 것인가? 그 유용성은 무엇일까. 이 영화는 인간 삶을 상상의 장(場)이라고 정의 내린다. 상상이 아니라면 실망과 피곤일 뿐이란다. 삶에서 죽음으로의 여정은 완전 상상의 것, 소설 즉 허구의 이야기란다.

“더 그레이트 뷰티”(La Grande Bellezza)의 주인공인 젭 감바르델라는 자신의 삶에서 탕진했던 그 모든 것들에 관한 식견에 불을 지피고 싶어 한다. ‘다시 진지하게 소설을 써야하지 않는가’라는 느낌을 갖고 있는 그러한 인물이다. 그가 썼던 ‘인간의 기관’이라는 소설 하나가 히트되고 난 이후 화려한 로마의 사교계에서 유명한 인물로 부각된 인물이다. 그의 젊었을 적 취미는 그토록 애착을 가졌던 로마를 배회하는 것이었음을 그는 고백한다. 그는 창조의 공허감을 술과 마약, 섹스 그리고 현란한 로마에서의 밤 생활로 채우며 거의 40여 년 동안을 표류하며 살아왔다. 그렇지만 자신의 과거에 대한 충격을 받고 이제는 불현듯 자신의 삶과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이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65세의 생일을 맞아 시작하게 된다.

짧디 짧은 인생 여정에서 젭의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젭이 그동안 찾아 왔던 것은 ‘위대한 아름다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고 한다. 소품으로 제시된 백조들은 물리적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그의 이상의 상징물이라고 볼 수 있다. 104세의 마리아 수녀 주변에 머물던 백조들이 그녀가 내쉬는 한 번의 호흡에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은 그녀의 깊게 패인 주름살과 대비되어 인생의 허망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젭과 대조가 되는 마리아 수녀의 삶의 여정은 ‘예수의 계단’을 무릎으로 오르는 고뇌의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삶의 비장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전에 젭이 사랑했던 한 여성이 사라지는 모습과 젊은 젭이 늙은 젭의 모습으로 오버랩되는 모습은 인생 여정이 찰나적임을 보여준다. 인간의 감정들, 그리고 비참함과 추악함과 가련한 인간성 모두 이 상상의 여정에 묻힌다. 살아왔던 시간들은 허구란다. 저 너머의 것이 소설의 시작이 되게 해달라는 마지막의 메시지는 영원을 다루고 싶어 하는 감독의 의도를 보여준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영화를 통해 인생과 상상의 의미를 되새겨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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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