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4.1℃
  • 맑음강릉 4.8℃
  • 서울 -2.4℃
  • 구름많음대전 -2.9℃
  • 맑음대구 1.5℃
  • 맑음울산 3.3℃
  • 맑음광주 0.5℃
  • 맑음부산 2.5℃
  • 구름조금고창 1.0℃
  • 구름많음제주 6.2℃
  • 구름많음강화 -2.0℃
  • 흐림보은 -4.9℃
  • 구름많음금산 -3.9℃
  • 맑음강진군 4.3℃
  • 맑음경주시 2.3℃
  • 맑음거제 2.7℃
기상청 제공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로마에서의 죽음의 에피파니


문학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들 가운데에 죽음과 영원불멸에 관한 주제가 있다. 인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나 혹은 영원을 향한 관문으로써의 죽음이라는 식의 비유는 우리들 주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인간의 삶은 영원을 향해 있는 짤막한 여정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짤막한 인간 삶의 여정이 왜 필요한 것인가? 그 유용성은 무엇일까. 이 영화는 인간 삶을 상상의 장(場)이라고 정의 내린다. 상상이 아니라면 실망과 피곤일 뿐이란다. 삶에서 죽음으로의 여정은 완전 상상의 것, 소설 즉 허구의 이야기란다.

“더 그레이트 뷰티”(La Grande Bellezza)의 주인공인 젭 감바르델라는 자신의 삶에서 탕진했던 그 모든 것들에 관한 식견에 불을 지피고 싶어 한다. ‘다시 진지하게 소설을 써야하지 않는가’라는 느낌을 갖고 있는 그러한 인물이다. 그가 썼던 ‘인간의 기관’이라는 소설 하나가 히트되고 난 이후 화려한 로마의 사교계에서 유명한 인물로 부각된 인물이다. 그의 젊었을 적 취미는 그토록 애착을 가졌던 로마를 배회하는 것이었음을 그는 고백한다. 그는 창조의 공허감을 술과 마약, 섹스 그리고 현란한 로마에서의 밤 생활로 채우며 거의 40여 년 동안을 표류하며 살아왔다. 그렇지만 자신의 과거에 대한 충격을 받고 이제는 불현듯 자신의 삶과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이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65세의 생일을 맞아 시작하게 된다.

짧디 짧은 인생 여정에서 젭의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젭이 그동안 찾아 왔던 것은 ‘위대한 아름다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고 한다. 소품으로 제시된 백조들은 물리적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그의 이상의 상징물이라고 볼 수 있다. 104세의 마리아 수녀 주변에 머물던 백조들이 그녀가 내쉬는 한 번의 호흡에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은 그녀의 깊게 패인 주름살과 대비되어 인생의 허망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젭과 대조가 되는 마리아 수녀의 삶의 여정은 ‘예수의 계단’을 무릎으로 오르는 고뇌의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삶의 비장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전에 젭이 사랑했던 한 여성이 사라지는 모습과 젊은 젭이 늙은 젭의 모습으로 오버랩되는 모습은 인생 여정이 찰나적임을 보여준다. 인간의 감정들, 그리고 비참함과 추악함과 가련한 인간성 모두 이 상상의 여정에 묻힌다. 살아왔던 시간들은 허구란다. 저 너머의 것이 소설의 시작이 되게 해달라는 마지막의 메시지는 영원을 다루고 싶어 하는 감독의 의도를 보여준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영화를 통해 인생과 상상의 의미를 되새겨 봄직하다.

관련기사





[아름다운 문화유산] 대구시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 대구시 동구 둔산동에 위치한 옻골마을은 자연생태, 사회생태, 인문생태를 완벽하게 갖춘 곳이다. 경주최씨의 종가가 살고 있는 이곳의 마을숲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비보숲이다. 비보는 부족한 곳을 보완하는 신라 말 도선 풍수이자 중국과 다른 우리나라 풍수의 중요한 특징이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비어 있는 남쪽에 느티나무를 심어서 마을의 숲을 만든 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좋지 못한 기운과 홍수를 막기 위해서다. 3백 살의 느티나무가 모여 사는 마을숲은 아주 아름답다. 숲과 더불어 조성한 연못은 홍수를 막는 기능과 더불어 성리학자의 정신을 담고 있다. 성리학자들은 중국 북송시대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에 따라 진흙에 더렵혀지지 않은 연꽃을 닮기 연못에 심었다. 마을숲을 지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는 두 그루의 회화나무는 성리학의 상징나무다. 회화나무는 학자수라 부른다. 중국 주나라 때 삼공이 천자를 만날 때 이 나무 아래에서 기다렸고, 선비의 무덤에 이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옻골처럼 조선의 성리학자와 관련한 공간에는 거의 예외 없이 회화나무를 만날 수 있다. 회화나무를 지나 아름다운 토석담을 즐기면서 걷다보면 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한 백불고택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