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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강의실 밖의 역사 속으로


중국 북경의 이화원에 가게 되면 두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 하나는 인공호수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규모의 곤명호(쿤밍호:昆明湖)이고, 다른 하나는 728미터에 이르는 장랑(長廊)으로 중국 고전 문학에 나오는 장면들을 묘사한 1만 4천여 점의 회화로 정교하게 장식된 산책로이다. 전자는 거대한 호수를 파서 산을 만들었다고 할 만큼 노동의 혹독함이 그대로 전해져서 안타깝지만, 반대로 후자는 그 많은 회화들이 단 하나도 같지 않으면서 중국 고전문학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기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다만, 중국의 고전문학을 충분히 섭렵하지 못한 문외한으로서는 그것들은 다만 서로 다른 아름다운 그림처럼 보일 뿐이라서 미안하기까지 하다.

사실 우리가 알 수 있는 중국 고전이란 삼국지, 수호전, 금병매, 서유기, 홍루몽 등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인 것은 삼국지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화원의 장랑을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들고 걷다 보면,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하나의 그림이 있다.

삼고초려.

삼국시절의 유비가 와룡강에 숨어 사는 제갈공명을 불러내기 위해 세 번이나 그를 찾아가 있는 정성을 다해 보임으로써 마침내 공명의 마음을 감동시켜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던 이야기에서 비롯된 그 장면을 담은 그림이다. 그때 공명은 “신은 본래 포의로서 몸소 남양에서 밭갈이하며 구차히 어지러운 세상에 목숨을 보존하려 했을 뿐, 제후들 사이에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유현덕(유비)께서 신의 천한 몸을 천하다 생각지 않으시고, 황공하게도 스스로 몸을 굽히시어 세 번이나 신을 초막 속으로 찾아오셔서 신에게 당면한 세상일을 물으시는지라, 이로 인해 감격하여 선제(유비)를 위해 쫓아다닐 것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세상에 나와 후대에 회자되는 군자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물론 삼국지의 모든 내용이 역사를 투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삼고초려를 인상 깊게 느끼는 것은 유비의 ‘사람 보는 혜안’과 이에 답하는 공명의 ‘지혜와 의리’일 것이다.

삼국지는 쉽게 시작하기에는 버거운 분량의 책이기도 하다. 그러니 클래식한 삼국지를 독파한 친구들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지만, 선선해지는 가을날씨에 삼국지를 독파해봄은 어떨가 싶다.

사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늘 고민한다. 언제 어디에서 선택당할 것인가… 하지만 반대로 제갈공명이 되자.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지 말고, 공명처럼 삼고초려 끝에 선택하는 내가 되기 위해 자신에게 투자해 보길 바란다. 삼국지가 역사의 적나라한 기술이 아닐지언정, 삼국지 속의 공명은 우리가 살면서 우리의 모습을 담금질하는 또 하나의 잣대가 되지는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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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