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5.2℃
  • 맑음강릉 1.3℃
  • 맑음서울 -4.6℃
  • 맑음대전 -2.8℃
  • 구름많음대구 0.4℃
  • 구름많음울산 -0.4℃
  • 맑음광주 -0.5℃
  • 흐림부산 2.1℃
  • 맑음고창 -1.9℃
  • 흐림제주 4.6℃
  • 맑음강화 -6.0℃
  • 맑음보은 -4.4℃
  • 맑음금산 -4.4℃
  • 맑음강진군 -0.3℃
  • 구름조금경주시 0.7℃
  • 구름많음거제 3.0℃
기상청 제공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주장이 옳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선뜻 그 뜻을 수용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아마도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엔트로피(Entropy)’는 일부 독자들에게 그렇게 다가갈 것이다.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에서 fast 대신 slow를 주장하는 본서의 내용은 다소 극단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에는 우리 모두가 피하기 어려운 문명과 그 미래에 대한 통찰과 당위성을 발견할 수 있고, 함께 나눌 가치가 있어 본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도서명은 ‘엔트로피’이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는 제1법칙과 함께 ‘엔트로피 법칙(The Entropy Law)’은 열역학 제2법칙으로 엔트로피의 총량은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엔트로피’는 일로 전환이 불가능한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이므로 그 증가는 유용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지속적으로 고갈되어 감을 의미한다. 건축설계가 전공인 내가 물리학 지식을 설명하는 것 이상으로 두려운 것은 ‘법칙’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 물리적 현상이 거역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엔트로피 법칙’은 책의 대전제임 셈이다.

본서는 중, 고등학교에서 배웠을 법한 물리학 지식으로 우리의 세계관과 역사관을 성찰하게 하는 내용을 펼치고 있다. 환경과 에너지 문제도 포함하고 있지만 인류 문명이 처한 상황을 주의 깊게 담고 있어 특정 전공분야로 제한된 책도 아니다. 출간된 이래로 지식인들이 애독하는 교양서적이 된 것도 광범위한 분야에 미치는 영향 탓으로 보인다.

저자는 우리가 근대사를 지나며 산업사회 속에서 얼마나 에너지와 우리 주변의 환경을 방만하게 이용하였는지를 질타하고 있다. 그 결론을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우리는 지구라는 폐쇄적이고도 제한적인 시스템 내부의 존재이므로 문명의 진화 이면에서 진행되는 에너지원의 소비속도를 fast mode로부터 slow mode로 전환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에너지는 석유나 전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본서의 내용을 받아들임에 있어 현실적인 문제는 다양한 생각의 고리를 촉발한다. 저자의 주장은 타당하지만 석기시대처럼 동굴생활로 돌아갈 수 없고, 수세식 화장실에 익숙한 우리들이 재래식의 그것을 좋아하기는 힘든 일이다.

현실적인 문제들과 책의 내용은 뒤엉켜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다. 아마도 다양한 전공분야가 엔트로피의 증가속도를 저감하거나 여러 가지 이름으로 둔갑한 에너지의 소비속도를 저감하기 위한 직접적인 또는 간접적인 지식과 지혜를 다룰 것이라 생각된다.

건축의 경우, 자연 연계 건축물 또는 한옥의 계획이나 대형 건축물의 효율적 설계도 이에 해당한다. 또한 미학적으로 우수하여 오래 보존되는 건축물은 엔트로피의 증가속도를 저감하는데 일조한다. 각자의 전공분야에서도 이 책이 주는 교훈을 구체화하는 지혜로운 발상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인식과 지혜로운 개선의 노력이다.

가을날, 이 책이 학생들의 지혜로움을 도울 수 있는 기회이기를 희망한다.

관련기사





[아름다운 문화유산] 대구시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 대구시 동구 둔산동에 위치한 옻골마을은 자연생태, 사회생태, 인문생태를 완벽하게 갖춘 곳이다. 경주최씨의 종가가 살고 있는 이곳의 마을숲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비보숲이다. 비보는 부족한 곳을 보완하는 신라 말 도선 풍수이자 중국과 다른 우리나라 풍수의 중요한 특징이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비어 있는 남쪽에 느티나무를 심어서 마을의 숲을 만든 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좋지 못한 기운과 홍수를 막기 위해서다. 3백 살의 느티나무가 모여 사는 마을숲은 아주 아름답다. 숲과 더불어 조성한 연못은 홍수를 막는 기능과 더불어 성리학자의 정신을 담고 있다. 성리학자들은 중국 북송시대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에 따라 진흙에 더렵혀지지 않은 연꽃을 닮기 연못에 심었다. 마을숲을 지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는 두 그루의 회화나무는 성리학의 상징나무다. 회화나무는 학자수라 부른다. 중국 주나라 때 삼공이 천자를 만날 때 이 나무 아래에서 기다렸고, 선비의 무덤에 이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옻골처럼 조선의 성리학자와 관련한 공간에는 거의 예외 없이 회화나무를 만날 수 있다. 회화나무를 지나 아름다운 토석담을 즐기면서 걷다보면 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한 백불고택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