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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치평론가들이 선거의 판도를 예상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가 ‘프레임’(frame)입니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정치와 선거의 공학에서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2004)는 인지언어학의 관점에서 정치, 선거, 프레임의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레임’은 정치적 집단과 정책의 선택에 바탕이 되는 세계관입니다. 예를 들어 ‘시간 낭비’라는 표현만으로도 ‘시간’을 경제적 비용과 가치로 여기는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대인은 ‘시간은 돈이다’라는 프레임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를 그들의 ‘프레임’으로 인도하기 위하여 대중의 정서를 담은 표현을 선택합니다.

미국의 43대 대통령(2001-2009) 조지 부시는 세금을 줄이는 ‘감세정책’을 ‘세금경감’이라는 용어로 홍보하여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경감’은 성공적으로 프레임을 형성하였습니다. 유권자들은 ‘세금경감’이야말로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민생정책이라고 믿었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선거 판도와 정치 지형을 ‘프레임’의 전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야당은 정부에서 추진했던 대기업 규제완화와 미디어 법안이 재벌친화적이라며 ‘MB악법’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MB악법 프레임이 여론의 주목을 받자, 여당에서는 뒤늦게 MB악법은 악법이 아니라 약이 되는 ‘MB약법’이라며 입법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자리를 잡은 프레임 때문에 ‘약법’은 ‘악법’만 연상시키고 오히려 기존 프레임을 강화하였습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소리에 코끼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최근 정부와 노동계도 동일한 법안을 ‘개혁’과 ‘악법’으로 부르며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밀고 있는 ‘노동개혁’이라는 프레임은 ‘경제활성화, 청년 일자리 창출, 공정인사, 재취업기회 확대, 노동시장 유연성’ 등 긍정적 어감의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입법을 반대하는 노동계에서는 ‘노동악법’이라는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노동악법’ 프레임은 ‘비정규직과 파견근무 확대, 손쉬운 해고, 임금 삭감’ 등 부정적 어감의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레이코프의 분석을 읽어보며 어떠한 프레임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해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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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