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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단편애니메이션<Birthday Boy>


생각해 보니 올해도 벌써 한 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특별한 뭔가를 이룬 것이 없음에도 항상 분주했고, 지금도 그렇고… 그러기에 올해의 남은 시간 앞에서 괜히 더 부담스럽고 근심되고…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감성은 메말라가고 마음은 점점 여유를 상실해 가고, 삶이 건조해지는 것은 필연적 결과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영화나 음악감상, 독서 등을 통한 감성적 충전을 통해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한 법인데, 물리적 시간의 한계는 어쩔 수가 없죠.

이럴 때 저는 단편작품들을 통해 감성충전을 하곤 합니다. 여러 작품들 중 지금도 긴 여운으로 남아 있는 작품이 있어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박세종 감독의 2004년 작품인 단편 애니메이션 . 개봉 후 30여 개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성과를 낸 이 애니메이션은 전쟁 중 아버지를 잃게 되는 주인공 ‘만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전쟁의 아픔을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추락한 비행기 잔해 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는 만욱이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애니메이션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 속에서 전쟁의 참상을 알기에는 너무 어린 만욱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시종일관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통과하는 철길을 통해 끊임없이 전쟁물자들이 이동되고, 마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는 전투기의 공습소리와 포탄 소리가 들려오지만, 어린 만욱이에게 전쟁은 한낱 놀이와 같습니다.

추락한 비행기에서 얻어지는 잔해들은 장난감을 만드는 재료이며, 군수물자들은 그저 신기하고 멋있어 보이는 물건들일 뿐입니다. 마치 아버지와 함께하는 것처럼 1인 2역을 하며, 전쟁 놀이를 하다 던진 돌멩이 수류탄에 자전거를 탄 집배원이 맞아 쓰러지는 코믹한 장면은 전쟁이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답답함을 환기시키며 깨알 같은 웃음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집으로 배달된 소포(군사우편)를 통해 이야기는 진지하게 전쟁의 아픔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 안에는 만욱이와 아버지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아버지의 지갑과 군번 줄 그리고 군화가 들어 있습니다. 전사한 아버지의 유품이 든 소포인 것입니다.

그러나 만욱이는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 모릅니다. 단지 아버지가 자신에게 보낸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만욱이는 자신의 발보다 훨씬 큰 아버지의 군화를 신고, 군번 줄을 목에 걸고 군인 흉내를 내며 마당을 돌아다닙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됩니다. 특별히 임팩트가 있거나 자극적인 장면들 하나 없이 잔잔하게 이야기는 그렇게 마무리 되지만, 생일날 받은 아버지의 유품 그리고 그것을 생일선물이라 여기는 만욱이의 모습, 아이의 생일과 아버지의 죽음을 절묘하게 연결한 감독의 그 설정만으로도 전쟁의 아픔을 이해하기에 충분합니다. 작품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후에 진실을 마주하였을 때의 아이의 마음을 상상해 보면, 작품 속에서 시종일관 보여지던 아이의 순진한 웃음이 더욱 강한 슬픔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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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