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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1호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안인희,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

그리스신화가 관념적, 추상적, 안정적이라면 게르만신화는 거대함과 폭력의 미학, 세계의 몰락을 그린다. 종말은 대자연의 순리이며 더 풍요롭고 영광스러운 세계를 탄생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대립과 갈등이 이끌어가는 급격한 변화 속에는 반드시 영웅이 등장한다. 이 영웅이 혼란에 빠진 세계를 구원하는 것이다.

바그너는 독일 통일과정을 지켜보았으며 비스마르크시대 제국의 번영기를 누렸던 사람이다. 그는 사회주의, 유물론, 낭만파의 유산, 민족주의 등 당대 유럽의 온갖 사조들을 받아들였으며 쇼펜하우어에도 탐닉했다. 또 유럽에서 들불처럼 번져나가던 반유대주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는 당대의 사조들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게르만신화와 중세전설에 주목하게 된다. ‘니벨룽겐의 반지’, ‘탄호이저’, ‘로엔그린’ 등 그의 음악은 독일 전통의 회복과 민족의식을 고취하고자 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바그너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민족의 위대한 과거를 재현하고 독일과 독일 예술의 미래에 대해서도 선지자적 언술로 예언한다. 관객들은 바그너 오페라의 장엄하고 비장미 넘치는 장면과 제의적 의식에 열광했으며 그가 펼치는 예술과 신화의 세계, 애국주의적 열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히틀러는 12살에 ‘로엔그린’을 본 후 바그너의 숭배자가 되었다. 그는 정치 행사마다 바그너의 제의적 연출방식을 철저히 수용했다. 히틀러는 바그너의 음악을 연설과 가두행진에 사용하였으며, 오페라 ‘탄호이저’ 중 ‘순례자의 합창’은 나치의 국가로 불릴 만큼 선전용으로 널리 이용하였다. 음악을 배경으로 반복되는 구호와 열기는 청중들의 사고를 일시적으로 중단시켰으며, 집회가 끝난 후에도 사람들을 광신적 일체감으로 다시 집회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몰락의 방향성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말았다는 점에서 히틀러는 환상과 예술, 현실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전쟁이 패배로 기울자 유태인 학살명령인 ‘최종해결’을 지시했고, 독일 국민 대부분이 동참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게르만신화 바그너 히틀러’는 왜곡된 민족주의, 불멸의 예술, 위대한 지도자의 길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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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