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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예전 미국에서(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고등학생 때 텔레비전을 통해 이 영화를 처음 접하고 그냥 이렇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운데 삭제가 너무 많이 되었기 때문이죠. 줄거리를 이해하지 못 할 정도였습니다. 두 편으로 구성된 VHS를 빌려보니 이 판본 또한 삭제장면이 있는 미완성판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주제곡이 마음에 들어서 산 앨범은 집을 옮기면서 잃어버렸었죠. 사라진 줄 알았던 CD를 짐정리 하다가 찾았을 땐 이미 새로 출시된 확장판 앨범을 산 뒤였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의 팬 입장에서는 기뻤습니다. 이전 판과 새로 나온 판을 다 가지게 된 셈이니까요.

‘예전 미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뉴욕시를 근거지로 성장한 유대계 갱들의 사랑과 암투를 그립니다.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는 한 여자를 둔 두 친구의 갈등, 금주법 시대에 성장한 폭력조직, 미국의 자본주의와 정치세계의 어두운 일면을 작품에 담아냅니다. 폭력과 성적인 묘사가 넘치지만 영화의 배경음악은 감미롭고 포스터는 인상적입니다.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에게도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과 저 멀리 맨하탄 다리를 배경으로 뿌연 안개 속을 걷는 다섯 소년 갱의 모습은 영화를 보고 나면 더욱 잊을 수 없습니다.

유학차 뉴욕에 온 첫 겨울, 사운드 트랙 앨범 안에 있는 소개 글을 보던 룸메이트는 맨하탄 다리가 영화 포스터의 배경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당시 살던 집에서 지하철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다리란 것도 말이죠. 영화 포스터의 배경이 맨하탄에서 보는 방향이냐 브룩클린에서 보는 방향이냐를 두고 다투던 우리는 그 추운 겨울에 다리를 왔다 갔다 하며 방향이니 각도를 확인했습니다. 다리를 배경으로 롱코트를 입고 영화 속 아역배우들과 같은 포즈를 취해 보기도 했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유대인 마을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브룩클린에 위치한 그 마을 주변의 윌리암스버그 지역은 뉴욕의 새로운 예술·문화 본거지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소비지역으로 변하고 있는 거죠. 자본주의 아래에서 예술이 밟는 수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6시간짜리 판본으로 상영하고 싶어했다고 합니다. 제작자들의 반대로 4시간 30분으로 줄였다가 다시 3시간 50분으로 줄여야 했죠. 결국 영화가 미국에 최종적으로 배급될 때 상영시간은 2시간 20분으로 줄어듭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작사에 의해 영화가 편집되는 상황을 지켜본 레오네는 상심하고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됩니다.

미국이라는 국가체제, 그 사회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이 영화는 잊을 만하면 제 기억의 끝자락을 잡습니다. 지금도 감독의 유족들이 4시간 30분짜리 판본을 복원하려고 시도한다는 기사가 나오기에 계속 기다리게 되는 거죠. 새로운 판본이 나오면 보고 싶고 사고 싶으니 저 역시 ‘예전 미국’의 향수에 젖어 사는 소비자입니다.

단 한 장면으로 전체를 말하는 영화스러운 영화가 가끔 존재합니다. 그리고 ‘예전 미국에서’의 주연 로버트 드니로는 영화 마지막의 그 불가해한, 세상사를 초월한 웃음으로 레오네의 서사시를 완성 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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