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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넛지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넛지'

얼마 전 추석을 지냈습니다. 명절이면 여러 미디어에서 친척들과 화목하게 명절을 보내는 방법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주제가 덕담을 할 때 상대를 배려하자는 것입니다. 흔히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공부는 잘하고 있니, 취업 준비는 잘 되고 있니, 결혼은 언제… 아이는…’ 등의 인사말이 정작 덕담을 듣는 당사자에게는 스트레스를 주고, 즐거워야할 명절에 친척들과의 만남을 꺼리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도가 아닌데, 왜 그런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까요?

이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 몇 년 전에 발간돼 지금까지 주목을 받고 있는 ‘넛지(nudge)’라는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넛지는 옆구리를 슬며시 찌른다는 뜻의 단어로, 다른 사람의 선택에 대한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급식에 대한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에게 건강을 위해서 채소를 더 많이 먹으라고 하기보다 음식의 순서나 배열을 다르게 함으로써 채소를 더 많이 먹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혹은 암스테르담 공항의 남자화장실에 ‘깨끗하게 사용하세요’라는 문구 대신 소변기 중앙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화장실이 더 깨끗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파리 스티커가 사람들의 본능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이와 유사한 여러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강압으로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을 배제하고 상대가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우회적이고 부드럽게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것을 권합니다. 강한 눈빛으로 쏘아보면서 큰소리로 말하지 않고 옆구리를 쿡 찌르듯이 말입니다.

이렇듯 넛지는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선택설계의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런 식의 접근방법에 대한 연구는 경제학이나 경영학 분야에서 지금까지 계속되어왔으며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접근방식이 꽤 유용할 수 있다는 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회사나 가정에서 또는 나 자신에게 한번 응용해 볼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흥미로운 사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물론 선택설계의 목적이 유익한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명절에 만난 조카나 사촌동생에게 이렇게 얘기하면 효과가 있을까요? 적어도 심정적인 동조를 통한 위안의 효과는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동안 애썼네. 공부하느라 힘들지? 오늘만큼은 맛난 것 많이 먹고 푹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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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