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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올 겨울엔 ‘하이쿠’를 읽자

류시화의 《바쇼 하이쿠선집》이라는 하이쿠(俳句) 역서가 금년 10월에 출간되었다. 필자도 한 참 전에 《마츠오 바쇼오의 하이쿠》라는 제목으로 하이쿠 역서를 낸 적이 있는데, 류시화는 시인적인 감수성과 명상 체험으로 내면적으로 숙성된 하이쿠의 맛을 전달하고 있어 독자에게 감명을 준다.

이제 캠퍼스의 나무들이 바싹 마른 잎들을 드문드문 매단 채 겨울 채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취업 걱정, 교수님들은 업적 걱정 가득한데 잠시 마음을 비우고 차 한잔 앞에 두고 17글자로 된 하이쿠(俳句)에 젖어봄은 어떨지…? 하이쿠는 5/7/5 운율의 17자로 된 일본의 짤막한 정형시이다. 하이쿠 중에서도 평생 방랑으로 일관하며 고독한 인간의 내면을 꿰뚫으면서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을 노래한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작품이 좋을 것 같다. 이제 몇 작품을 둘러보기로 하자. (*번역은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필자역을 싣기로 한다.)

“이 외길이여 / 행인 하나 없는데 / 저무는 가을”은 모두가 외길을 걷고 있는 듯한 우리 인생의 적막감을 대변해 주고 있다. “남의 말 하면 / 입술이 시리구나 / 가을 찬바람”은 늘 공허하게 남의 말만 해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도 “가을 깊은데 / 옆방은 무엇하는 / 사람인가”와 같은 작품이나 “눈 내린 아침 / 홀로 마른 연어를 / 씹고 앉았다” 는 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가 없는 사람끼리 서로 온기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모두 너무 춥고 스산한가? 어차피 우리는 철저하게 고독해 보아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생명’에 대한 바쇼의 찬탄은 섬세하면서도 경이롭다. “첫눈 내리네 / 수선화 잎사귀가 / 휘어질 만큼”은 겨울을 인내하며 피는 수선화 잎사귀가 살짝 휠 정도로만 첫눈이 내린 차갑고도 맑은 모습을 읊고 있다. 수선화처럼 우리도 고독한 가운데 인고의 겨울을 견뎌 봄을 맞으면 “자세히 보니 / 냉이꽃 피어 있는 / 울타리로다”에서처럼 대지를 뚫고 생명력을 발현하는 새싹의 기운이 우리 몸을 타고 흐를 것이다. 그리고 때를 만나면 “맨드라미여 / 기러기 날아올 제 / 더욱 붉어라”처럼 붉은 열정을 발휘해보자. 짧고 여백이 있어 읽을 때 우리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것이 하이쿠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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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