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9℃
  • 맑음강릉 30.5℃
  • 구름조금서울 27.4℃
  • 흐림대전 26.2℃
  • 대구 24.7℃
  • 울산 26.4℃
  • 흐림광주 27.7℃
  • 흐림부산 26.5℃
  • 흐림고창 28.7℃
  • 흐림제주 27.6℃
  • 구름조금강화 25.8℃
  • 흐림보은 25.8℃
  • 흐림금산 24.3℃
  • 구름많음강진군 29.4℃
  • 흐림경주시 27.7℃
  • 구름많음거제 27.0℃
기상청 제공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올 겨울엔 ‘하이쿠’를 읽자

류시화의 《바쇼 하이쿠선집》이라는 하이쿠(俳句) 역서가 금년 10월에 출간되었다. 필자도 한 참 전에 《마츠오 바쇼오의 하이쿠》라는 제목으로 하이쿠 역서를 낸 적이 있는데, 류시화는 시인적인 감수성과 명상 체험으로 내면적으로 숙성된 하이쿠의 맛을 전달하고 있어 독자에게 감명을 준다.

이제 캠퍼스의 나무들이 바싹 마른 잎들을 드문드문 매단 채 겨울 채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취업 걱정, 교수님들은 업적 걱정 가득한데 잠시 마음을 비우고 차 한잔 앞에 두고 17글자로 된 하이쿠(俳句)에 젖어봄은 어떨지…? 하이쿠는 5/7/5 운율의 17자로 된 일본의 짤막한 정형시이다. 하이쿠 중에서도 평생 방랑으로 일관하며 고독한 인간의 내면을 꿰뚫으면서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을 노래한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작품이 좋을 것 같다. 이제 몇 작품을 둘러보기로 하자. (*번역은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필자역을 싣기로 한다.)

“이 외길이여 / 행인 하나 없는데 / 저무는 가을”은 모두가 외길을 걷고 있는 듯한 우리 인생의 적막감을 대변해 주고 있다. “남의 말 하면 / 입술이 시리구나 / 가을 찬바람”은 늘 공허하게 남의 말만 해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도 “가을 깊은데 / 옆방은 무엇하는 / 사람인가”와 같은 작품이나 “눈 내린 아침 / 홀로 마른 연어를 / 씹고 앉았다” 는 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가 없는 사람끼리 서로 온기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모두 너무 춥고 스산한가? 어차피 우리는 철저하게 고독해 보아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생명’에 대한 바쇼의 찬탄은 섬세하면서도 경이롭다. “첫눈 내리네 / 수선화 잎사귀가 / 휘어질 만큼”은 겨울을 인내하며 피는 수선화 잎사귀가 살짝 휠 정도로만 첫눈이 내린 차갑고도 맑은 모습을 읊고 있다. 수선화처럼 우리도 고독한 가운데 인고의 겨울을 견뎌 봄을 맞으면 “자세히 보니 / 냉이꽃 피어 있는 / 울타리로다”에서처럼 대지를 뚫고 생명력을 발현하는 새싹의 기운이 우리 몸을 타고 흐를 것이다. 그리고 때를 만나면 “맨드라미여 / 기러기 날아올 제 / 더욱 붉어라”처럼 붉은 열정을 발휘해보자. 짧고 여백이 있어 읽을 때 우리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것이 하이쿠의 매력이다.

관련기사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총, 균, 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을 때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명저 ‘총, 균, 쇠’를 떠올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여 년 전, 문학사상사에서 펴낸 6백60여 페이지의 방대하고 육중한 이 책을 보름을 넘겨 독파했을 때 그 만족감은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한마디로 감동과 충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지역적으로 위대한 발상지나 그 이동과 인종주의적인 이론들로 가득했지만 ‘총, 균, 쇠’는 달랐다. 우선 이 책은 1만3천 년 인류역사의 기원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풍부한 자료와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엮어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유전학, 병리학, 생태지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진화생물학, 고고학 등 온갖 학문들을 동원해 인류 발전의 속도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지나치게 과학적 이론이나 깊이 있는 생물학 또는 역사와 지리적 상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대한 양임에도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이 강대한 이웃나라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독특한 문화, 언어, 민족과 독립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지리적 조건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수려한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