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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압록강은 흐른다


이 책은 필자가 대학 3학년 때 번역본으로 하룻밤 사이 단숨에 읽은 후 언젠가는 원전으로 꼭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1959년 전혜린의 번역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된 이미륵 박사(독일인이 사랑한 휴머니스트이자 동양의 현인)가 쓴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 독일 피퍼(Piper)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독일의 한 신문은 그의 작품에 대해 ‘가장 훌륭한 독일어로 쓰여진 책’이라며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이 극찬한 바 있다. 이러한 연유로 이 책의 내용 중 일부가 독일의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였다. 이 책은 대한제국의 아들로 태어난 저자가 어린 시절 겪은 경험들과 일제강점기에 조국을 떠나야만 했던 과정을 자전적 소설의 형태로 차분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미륵 박사는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출생하였으며, 1950년 독일에서 숨을 거둔 망명작가이다. 저자는 대학 재학 중 삼일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일제의 검거를 피해 독일로 망명을 떠난 후, 그 곳에 정착하여 동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천하기 몇 해 전인 1948년부터 뮌헨대학 동양학부에서 중국과 일본 고전, 한국어 등을 가르쳤다.

이 책을 처음 읽은 후 필자는 원전을 읽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재학 당시 부전공으로 배우던 독일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그 후 대학원 재학시절에 원전을 어렵게 구하여 독일어 사전을 뒤적이며 일주일 밤낮을 벅찬 가슴으로 읽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필자는 원전을 읽은 후 독후감을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번역된 책은 반드시 원전을 읽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울러 간결하고 명료하게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 기고문을 읽는 독자들에게 필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들을 당부하고 싶다. 먼저, 독서를 통하여 자신의 인생을 바꿀만한 영향을 미치는 책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여러분들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독서를 통하여 집중할 시간을 가지고, 사고할 기회를 가지는 것으로만 만족할 필요가 있다. 즉, 필자가 추천한 “압록강은 흐른다”는 필자의 인생에 큰 영향은 미치지는 않았지만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집중력을 발휘하게 하였고, 원전을 읽어야 한다는 욕구를 가지게 하였으며, 저자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문체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추하게 만들고 있다.

둘째, 번역된 책은 자신의 외국어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원전을 찾아 읽기를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렇게 원전을 접할 경우, 독자들은 단순히 외국어 독해라는 어학공부에서 벗어나 외국어 원전이 갖는 문화적 메시지와 작품의 독창성 등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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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