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0.2℃
  • 맑음강릉 5.6℃
  • 구름조금서울 3.4℃
  • 구름많음대전 1.2℃
  • 구름많음대구 5.1℃
  • 구름조금울산 7.5℃
  • 구름많음광주 5.9℃
  • 구름많음부산 9.5℃
  • 구름많음고창 1.5℃
  • 흐림제주 8.1℃
  • 맑음강화 3.1℃
  • 맑음보은 -0.7℃
  • 구름조금금산 -0.4℃
  • 구름많음강진군 5.3℃
  • 구름많음경주시 4.8℃
  • 구름많음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뮤지컬 ‘그날들’

URL복사
저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지만 좋은 공연이 있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찾아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뮤지컬을 자주 보는 편인데 극의 속도와 무대설계, 원작을 재해석하는 변주의 폭 등이 오페라와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오페라가 사극 같은 느낌이라면, 뮤지컬은 현재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드라마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고인이 된 후에도 대구시민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 다수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고 김광석씨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날들’이라는 작품을 보았습니다. ‘그날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뮤지컬 극장 중 하나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을 하는 대작이고, 다수의 무희들과 펼치는 화려한 군무와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오만석씨와 신예 손승원씨의 조합이 무척 신선했습니다.

‘그날들’은 원래 서른 명이 족히 넘는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그런데 제가 본 이 작품의 스케일은 그에 비하면 매우 작은 편입니다. 하지만 2층으로 구성된 작은 무대를 꽉 채운 6명의 힘은 ‘그날들’에 견주어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배우들의 진솔한 연기를 보며 좁은 무대를 어찌나 효율적으로 잘 구성했는지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변신을 거듭하는 무대를 넋을 잃고 보다가 또 배우들의 열연에 울다 웃다를 반복하다보니 2시간의 공연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슬프게도 규모의 경제는 공연에도 늘 적용되는 법칙입니다. 규모가 작은 저예산 공연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죠. 하지만 그 안에서 본인만의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이끌어내는 예술가들의 땀의 가치는 언제나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예술가들은 무대 위에서 받는 관객의 힘찬 박수만으로도 삶의 에너지와 성취를 얻게 되니까요.

제가 하는 장르는 유럽 귀족들을 위한 장르였지만 전 가끔 무대에 오르기 전에 큰 오페라 무대 뒤편의 골목 어딘 가에선 밤마다 아마추어 실력자들이 펼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이런 상상을 하고 무대에 오르면 좀 더 자유롭고 제 감정에 충실한 연기와 노래가 불러지곤 합니다.

어느 공연이나 그 규모와는 별개의 존재가치가 있고 또 그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의 사랑과 관심이 우리 예술가들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살 떨리는 완벽주의로 만들어낸 늙은 부부의 순애보: 영화 ‘아무르’ 2012년 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아무르’는 사랑하는 아내가 갑작스런 질병으로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인도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신파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이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 내러티브를 활용한 완벽에 가까운 형식미를 통해서 탁월한 드라마로 완성시켰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내러티브의 탁월함, 그 살 떨리는 완벽주의는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하네케 감독은 영화 ‘아무르’의 도입부에서 외출 후 열려 있는 문, 도둑에 대한 잡담, 한밤에 깨어 있는 아내, 건네지지 않는 양념통, 흘러넘치는 커피 물을 통해서 사소한 일상에서 극적인 문제로 향해가는 이야기 전개를 천의무봉의 솜씨로 스크린 위에 펼쳐 보인다. 그리고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이용해서는 아내의 뇌질환 발병을 일단 부정한 후 다시 제시하는, 이야기가 직선적인 순서로 나아가는 단순한 방식을 배신하는 연출을 통해서 ‘눈 위로 걸어간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며 나아가듯이’ 이야기의 인위성을 가리면서 아내의 뇌 질환이 확인되는 극적인 순간을 스크린 위에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도래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