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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뮤지컬 ‘그날들’

저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지만 좋은 공연이 있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찾아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뮤지컬을 자주 보는 편인데 극의 속도와 무대설계, 원작을 재해석하는 변주의 폭 등이 오페라와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오페라가 사극 같은 느낌이라면, 뮤지컬은 현재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드라마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고인이 된 후에도 대구시민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 다수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고 김광석씨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날들’이라는 작품을 보았습니다. ‘그날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뮤지컬 극장 중 하나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을 하는 대작이고, 다수의 무희들과 펼치는 화려한 군무와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오만석씨와 신예 손승원씨의 조합이 무척 신선했습니다.

‘그날들’은 원래 서른 명이 족히 넘는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그런데 제가 본 이 작품의 스케일은 그에 비하면 매우 작은 편입니다. 하지만 2층으로 구성된 작은 무대를 꽉 채운 6명의 힘은 ‘그날들’에 견주어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배우들의 진솔한 연기를 보며 좁은 무대를 어찌나 효율적으로 잘 구성했는지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변신을 거듭하는 무대를 넋을 잃고 보다가 또 배우들의 열연에 울다 웃다를 반복하다보니 2시간의 공연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슬프게도 규모의 경제는 공연에도 늘 적용되는 법칙입니다. 규모가 작은 저예산 공연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죠. 하지만 그 안에서 본인만의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이끌어내는 예술가들의 땀의 가치는 언제나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예술가들은 무대 위에서 받는 관객의 힘찬 박수만으로도 삶의 에너지와 성취를 얻게 되니까요.

제가 하는 장르는 유럽 귀족들을 위한 장르였지만 전 가끔 무대에 오르기 전에 큰 오페라 무대 뒤편의 골목 어딘 가에선 밤마다 아마추어 실력자들이 펼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이런 상상을 하고 무대에 오르면 좀 더 자유롭고 제 감정에 충실한 연기와 노래가 불러지곤 합니다.

어느 공연이나 그 규모와는 별개의 존재가치가 있고 또 그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의 사랑과 관심이 우리 예술가들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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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