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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All the President’s Men


대통령의 음모(All the President’s Men)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진행도 느리고 출연자들의 대화나 화면구성 스타일도 구식이어서 다소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더스틴 호프만과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명배우들이 출연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All the President’s Men은 한국에서 대통령의 음모라는 타이틀로 나왔는데, 닉슨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한 미국 최대의 정치 스캔들이다. 야당인 민주당 사무실에서 한밤중에 도둑들이 잡혔는데, 그 도둑들에게 지급된 돈의 출처가 닉슨대통령의 재선운동본부였다. 이 일련의 사실들을 은폐하려는 백악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기자에 의하여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결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하는 청문회가 미국 의회에서 열리고,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알면서도 은폐했다는 것 때문에 탄핵의 위기에 몰리게 되자 스스로 하야하였다. 이 영화는 미국 민주주의와 언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민주주의의 대표적 국가인 미국에서도 대통령 재선을 위한 불법적인 일들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를 FBI와 대통령 보좌관들이 덮으려고 했으며, 대통령도 사실은폐를 묵인했다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뼈아픈 치부가 아닐 수 없다. 집권 연장을 위한 불법적 시도가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식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의 권력욕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불법적인 행위에도 미국이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에는 이 영화가 보여주듯 미국의 기자들과 언론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데도 정의와 진실추구를 위해서 노력하는 기자들,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는 보도 자제를 요구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나왔을 때에는 외부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보도허가를 내는 편집장은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바를 보여주는 예라고 본다. 몇 해 전에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도하고, 그 취재원을 밝히라는 법원의 명령에도 취재원 보호를 위해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감옥에 간 뉴욕타임즈 기자가 있었다. 이런 기자정신, 언론의 진정성이 미국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닐까?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완성된 형태의 제도나 관행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하거나 퇴행하는 진행형이다. 권력층의 탐욕을 견제할 수 있는 워치독 기능을 언론이나 시민사회가 제대로 수행하면 흑인이 최초로 대통령이 되는 민주주의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면 쿠데타나 부정부패가 만연한 정치퇴행이 올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고 지켜가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통령의 음모’를 한번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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