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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위대한 개츠비』와 <위대한 개츠비>

A Great Gatsby, You! Be great!


형용사가 명사를 수식해 주는 품사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위대한’이라는 형용사 때문에 개츠비가 실제로 위대하다는 것인지, ‘위대한’이라는 형용사를 앞에 둠으로써 위대하지 않은 개츠비를 위대하게 만든다는 것인지, 아니면 위대하게 보이는 개츠비의 실체를 파헤침으로써 그의 위대함을 조롱하겠다는 의미인지 한 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 1896-1940)가 1925년에 발표한 20세기 미국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주가가 폭등하고, 불법이 난무하며, 도덕과 품위가 심하게 손상된 1922년의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 사회적 분위기는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1962-) 감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2013년)에서 최첨단 영상효과에 의해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시청각적으로 생생하게 재연된다.그렇다면 ‘위대한’ 개츠비는 위대한가?

개츠비는 출신지역이나 출신성분, 교육수준, 그리고 교류의 범위 등을 두고 볼 때, 결코 위대한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그토록 사랑하는 데이지를 결국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뷰캐넌에게 빼앗긴다. 그런데 개츠비는 위대해 보인다. 부의 축적과 신분세탁의 과정이 정당하지 못하고 신비화 된 자신의 모습이 사실과 전혀 다르지만, 어마어마한 대저택에서 각계각층의 거물들을 초대해서 정기적으로 성대한 파티를 열고, 마침내 본래 목적인 데이지를 파티에 불러들일 만큼 개츠비는 위대해 보인다. 최소한 그렇게 인식된다.

이 두 경우 ‘위대한 개츠비’에서 형용사 ‘위대한’의 역할은 반어적이고 풍자적이다. 그런데 개츠비는 실제로 위대하다. 그의 위대함은 소유와 가시적인 것, 그리고 과시적인 것과 상관없이 본질적이고 절대적이며 심지어 아름다운 것으로부터 나온다. “Because of you!” 어느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마지막으로 업고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건너면서 속삭이는 말이다. 우리도 살면서 “Because of you”를 속삭일 때가 있다. 요란하지 대단하지도 않지만 그 속삭임으로 인한 떨림을 때로 경험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그 떨림을 간파해서 그것을 붙잡고 지속 내지 연장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 놓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개츠비가 위대하다. 개츠비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파티를 열고 수많은 사람을 초대한 이유가 오로지 데이지 한 사람을 위한 것, “Because of you”이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 물론 개츠비의 가식 등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데이지와의 만남 이후 개츠비의 행보, 데이지의 이해타산적인 태도나 일종의 배신, 그리고 개츠비의 외로운 죽음 등을 미화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이 데이지에 대한 순수한 사랑에 비하여 부수적인 것들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이 가을에 사랑의 떨림이라는 마법에 걸려, 계산도 하지 말고 겁도 먹지 말고 일단 한 번 사랑에 빠져보라고 말하고 싶다. 비겁한 젊음에게는 결코 허락되지 않는 사랑의 방식이다. 위대하지도 않은, 기껏해야 위대해 보이는 개츠비가 ‘정말로’ 위대한 이유는 바로 그가 사랑에 관한 한, 비겁하지 않기 때문이다. A Great Gatsby, You! Be g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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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