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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소셜픽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즐겨보던 어린이만화잡지에는 먼 미래사회에나 가능할 과학기술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당시 나를 단연 흥분케했던 것 중 하나는 ‘무빙 워크’였다. 그 후 어른이 되어 공항에서 처음으로 평지 무빙 워크를 탔을 때의 그 감격이란! 어릴 적 심취했던 공상과학(Science Fiction)이 현실화되어 눈앞에 펼쳐진 것이 아닌가! 과학기술이 사이언스 픽션을 따라간 것이다. 상상이 실현을 낳은 것이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에서 ‘상상’은 사치 아닌 사치요 금기 아닌 금기가 된지 오래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강의실 안팎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한편으론 안쓰럽고 다른 한편으론 답답한 마음이었다. 현실 너머를 보려 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에 자신을 맞추려는 학생들이 안쓰럽고, 그 현실 너머에 대해 말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답답했다.

그런 나에게 『소셜픽션좭은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상상’을 상기시켰다. 어린 시절 사이언스 픽션으로서의 상상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해서도 먼저 상상이 있고 나서 제도와 문화가 뒤따라가서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소셜픽션(social fiction)’으로서의 상상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소셜픽션, 즉 사회적 상상이란 “사회에 대해 제약 조건 없이 상상하고 이상적인 미래를 그리는 기획방법이다.” 소셜픽션은 사회문제에 대한 당장의 해법을 생각하는 대신, 최소 20년 뒤 또는 3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여 일을 기획하는 역방향 기획을 가능케 한다.

“장기적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이 꿈꾸는 미래 사회의 모습과 현재 진행 중인 가장 앞선 실험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책은, 이미 세계가 사회적 상상으로 꿈틀거리고 있음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사회 혁신가들의 모임인 <스콜월드포럼>, 혁신적 아이디어의 축제인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 착한 자본으로 하여금 사회적 투자를 하도록 매개하는 장터인 <사회적 자본시장 컨퍼런스>, 그리고 새로운 사회에 부합하는 권력구조와 국제협력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세계청년리더포럼>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각개약진’과 당장의 해법을 강요하는 현실적 제약 조건을 뛰어넘어, ‘여럿이 함께’ 미래 사회에 대해 사회적 상상을 발휘하도록 격려하는 것! 그리고 그 상상이 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현되었으며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벼리게 된 선생으로서의 나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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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