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3℃
  • 맑음강릉 26.2℃
  • 맑음서울 27.8℃
  • 맑음대전 24.3℃
  • 흐림대구 22.1℃
  • 흐림울산 19.8℃
  • 맑음광주 22.5℃
  • 흐림부산 20.8℃
  • 맑음고창 22.1℃
  • 흐림제주 21.7℃
  • 맑음강화 25.2℃
  • 맑음보은 21.4℃
  • 맑음금산 23.5℃
  • 맑음강진군 21.7℃
  • 흐림경주시 20.4℃
  • 구름많음거제 20.6℃
기상청 제공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사랑과 혁명의 대서사시와 대서사극

영화와 같은 소설, 소설과 같은 영화가 있다면 그것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Доктор Живаго)>일 것이다. 어쩌면 이 작품은 한편의 대서사시와 대서사극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의 서재 첫째 책장 둘째 칸, 맨 왼쪽에는 소설<닥터 지바고>와 영상 테이프<닥터 지바고>가 나란히 꽂혀 있다. 이 작은 공간에 길게 늘어선 하얀 눈빛의 자작나무 숲 사이로 삼각형의 예쁜 발랄라이카 소리가 울려나오고 그 너머로 혁명을 뒤로하고 눈발을 헤치며 달리는 운명의 기관차 소리가 들려나오고 있다. 그리고 겨울밤, 시를 쓰다가 등불을 들고 나와서는 승냥이를 멀리 쫓는 시인의 소리도 감돌고 있다. 봄과 겨울의 미학이 감동적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을 추운 겨울밤에 감상하는 것도 멋있겠지만 초록의 새싹 사이로 꽃잎 돋는 이 계절에 감상하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Leonidovich Pasternak)는 1890년 2월 10일, 예술가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음악과 철학을 공부하였으며, 혁명 후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1957년 11월, 밀라노에서 이탈리아어로 처음 간행된 <닥터 지바고>는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러시아 작가동맹으로부터의 제명·처분과 함께 국외추방 등의 문제로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하였다. 그는 노벨상 수상보다는 조국을 더 사랑하였다.

이 책에서 작가는 ‘지바고’라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하여 러사아 변혁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극과 극의 실존적인 삶의 모습, 즉 혁명과 반란, 독재와 민중, 굶주림과 살인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한편으로는 설원 속에서의 사랑과 자작나무의 서정적 시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영화<닥터 지바고>는 1965년 미국 MGM사 작품이다. 데이비드 린이 감독을, 모리스 자르가 테마곡을 작곡하였으며 오마 샤리프와 줄리 크리스티가 출연하였다. 아름다운 겨울 장면은 핀란드에서 찍었다. 러시아 전통 현악기인 발랄라이카의 선율 속에서 흐르는 ‘라라의 테마’는 바리키노의 겨울밤과 봄의 정취를 한층 더 심화시켜 준다. 영화<닥터 지바고>는 아카데미 각본상·작곡상·촬영상·미술상·의상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에서는 1968년 처음 개봉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와 함께 극장에서 본 이 영화는 몇 번이고 보아도 항상 새롭다. 중요한 것은 소설에 실려 있는 ‘지바고의 시 24편’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눈과 귀를 가로막는 기계장치를 뒤로하고 꽃잎과 하늘빛, 그리고 바람소리와 침묵의 발자국 소리를 찾으려는 사랑의 그대들에게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관련기사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