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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그문트 바우만, ‘쓰레기가 되는 삶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는 진보에 대한 강박증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우리 모두는 마치 브레이크 없는 차를 몰고 있는 운전자, 결승선 없는 무한 경주에 뛰어든 마라토너처럼 앞만 보고 숨을 헐떡이며 달려가고 있다. “계속 뛰어라. 멈추면 당신은 쓰레기가 된다.”는 명령이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앞으로 밀어내는 세상.

2008년에 출간된 지그문트 바우만의 <쓰레기가 되는 삶들>은 ‘인간=쓰레기’라는 매우 파격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본질을 새롭고도 밀도 있게 진단한다. 그는 이 책에서 새로움과 진보를 꿈꾸며 끝없이 타오르는 욕망이 현대사회를 어떻게 변모시켰는지, 그리고 그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를 때론 풍자적 시각으로 때론 냉철한 분석으로 독자를 이끈다.

현대사회의 안팎에는 저마다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인 유령들이 배회하고 있다. 노인, 여성, 청년 백수, 조기 퇴직자, 비정규직 근로자, 이주 노동자, 불법 체류자, 난민, 망명자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책 제목처럼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책에서 말하는 쓰레기란 잉여의, 여분의 인간들, 즉 공인 받거나 머물도록 허락받지 못했거나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바라지 않는 인간집단을 총체적으로 지시하는 용어이다. 그들은 현대화의 질서구축과 경제적 진보에서 탈락해 온전한 의미의 현대적 생활방식을 영위하지 못하고 그 삶에서 배제된 사람들이다.

저자는 현대사회를 과잉, 잉여, 쓰레기, 그리고 쓰레기 처리의 문명이라고 지적한다. 영원한 것이 없는 불확실한 세상은 인권 보다는 경제라는 명제 아래 끊임없이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사람들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다. 누군가는 합격, 누군가는 불합격. 합격한 이에게 세상은 더 없이 아름답고 평온한 것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에게 세상은 새로운 의미의 빅브라더나 다름없다.

자유경쟁과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사회는 누군가에게는 축복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 없이 고통스러운 지옥으로의 초대가 되었다. 문명은 새로움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으로 끊임없이 여분의, 불필요한, 쓸모없는 것을 잘라냈고, 그 덕분에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상이 탄생했다. 어두운 현실은 계속 아래로 가라앉고,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아름다움은 핏빛 욕망을 감춘 채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이 척박한 현실에서 쓰레기가 되지 않는 삶을 욕망한다는 것은 또다시 당신을 근본적인 물음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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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