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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영화: 판의 미로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 영화마저 재미없다면 우리는 어디서 값싼 위로를 얻을 것인가? 재미는 이 시대 영화가 갖추어야 한 기본 스펙 중 하나이다.

현실은 괴롭다. 우리에게도, 영화 속 주인공 오필리아에게도. 오필리아는 판타지를 쫓아가며 위로를 얻었고 우리는 그 과정을 보며 위로를 얻는다. 재미와 감동은 쉽게 같이 오지 않는다. 재미를 찾아 현실을 외면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으면 감동이 없는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이 모순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둘 중 어느 하나도 빠지지 않는 괴물 같은 조합을 이루어 낸 작품이 <판의 미로>이다. (이 영화는 정말 괴물 같은 작품이다. 왜냐면 괴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스페인 내전 속에 게릴라들을 찾아 죽이는 파시스트 장교 양아버지, 배다른 동생을 임신한 아픈 엄마, 낯선 시골집과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인 오필리아. 안 좋은 경제상황 때문에 국제관계는 날이 서 있고, 기성세대는 서로 대립하고, 졸업 후 취업을 위해 그 전쟁터 같은 정글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미생>의 주인공 같은 우리. 이 소란스런 상황이 공감이 될수록 영화는 더 재미있을 것이다.

스포를 피하기 위해 이 영화의 다른 미덕 두 가지만 얘기하도록 하자.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캐리한다는 점을 제외한 이 영화의 다른 미덕 중 하나는 이런 완벽한 작품을 만든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다른 영화들은 대부분 재미없어서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다른 종류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미덕이 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가끔 느껴지는 영어 스트레스가 없다. 왜냐면 영어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전쟁은 끝이 난다. 우리의 괴로움도, 오필리아의 괴로움에도 끝이 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 사는 것 같은 소란스런 현실에서도 우리는 옥수수처럼 자랄 수 있다. 대자본으로 밀어 붙이는 할리우드 영화들 속에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작가주의 작품으로 우뚝 솟아있는 이 영화처럼 우리 계명대인들도 자신의 스토리를 옥수수처럼 길러보는 것은 어떤가.

개봉될 때 배급사가 아동용판타지영화로 선전해서 애들이 보다가 울면서 뛰쳐나가게 만든 스토리는 우리나라의 웃기고도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혹시 당신이 그 때 그 아이라면 부디 다시 한 번 보시라. 나는 이런 영화를 또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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