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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화폐’ 사례로 알아보는 지역화폐의 효용성

2019년 첫 발행 이후 소상공인 매출액 증대 효과 나타나

 지역화폐 논쟁이 뜨겁다. 지역화폐가 지역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엇갈리는 시선 탓이다. 일각에서는 지역화폐 유통으로 단기적인 효과는 발생할 수 있지만 인접지자체의 경제 위축을 대가로 하고 있으므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지자체 예산 낭비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 중 지역화폐가 가장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경기도는 지역화폐가 지역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소상공인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계명대신문>는 ‘경기지역화폐’의 사례를 중심으로 지역화폐의 효용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본 기사는 경기연구원이 발행한 ‘뉴머니 지역화폐가 온다’ 및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분석(2019년 1~4분기 종합)’을 참고하여 작성했으며 경기연구원 김병조 선임연구위원의 도움을 받았다.

- 엮은이 말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 소개된 지역화폐…전국적으로 증가 추세

 

2019년 도입된 경기지역화폐,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긍정적

 

지역화폐 효과에 대한 학계와 지자체, 정부 간 긴밀한 연구 협력 필요

 

 

 ● 지역화폐란 무엇인가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 내에서 제한된 구성원들 간에 통용되는 화폐를 의미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를 기준으로 전국 226개 지자체 중 219개의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지역화폐를 유통하고 있거나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 지역화폐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7년이었다. 당시 한국은 IMF 금융위기로 인해 침체된 지역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이 추진되어 1998년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이 ‘미래화폐’를 사용하는 공동체 화폐제도를 운영하였고, 대표적인 지역화폐 중 하나인 대전의 ‘한밭레츠’도 이듬해인 1999년 회원모집을 시작해 2000년에 정식으로 출범했다. 이후 ‘과천 품앗이’, ‘광명 그루’, ‘송파 품앗이’ 등 다양한 지역화폐가 발생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지역화폐를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지속되어 왔다.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화폐 운동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나, 여러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공동체 기반의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사회의 관계망 개선 등 다양한 기대효과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재화 및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 불균형이 초래되는 일이 잦았다. 뿐만 아니라 지역화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많은 지역화폐들이 운영의 한계를 경험하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지역화폐는 반환점을 맞았다. 지역화폐가 지역경기 활성화와 지역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도구로써 이용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점차 늘어갔다. 유럽연합 지역발전기금(ERDP)은 지역화폐 활성화를 목적으로 400만 유로를 출연하였고, 프랑스의 소낭트(SoNantes)와 영국 브리스톨 지역의 브리스톨파운드(Bristol Pound) 등 지역화폐 실험이 주목 받았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상품권 형태의 지역화폐 도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 지역화폐의 기대효과

 지역화폐는 지역경기 활성화는 물론 지역공동체의 활성화 및 지역 사회의 신뢰 기반을 형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지역화폐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제한된 지역 내에서만 유통되는 특성상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데, 이에 따라 지역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서로 접촉하는 사례가 증가하여 지역공동체가 복원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역화폐의 또 다른 형태로 상품권형 지역화폐 정책이 확산되는 중이다. 성남시는 ‘성남시 청년배당 지급 조례’를 제정하여 성남시에서 지급하는 청년수당을 성남시 관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또한 각 지자체는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상품권 할인판매 혹은 공무원 복지포인트 지급, 지자체의 복지비와 포상비 지급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지역화폐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도입하고 있다.

 

 ● 경기지역화폐의 사용 현황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지난해까지 5천612억 원이 발행된 경기지역화폐는 올 들어 발행규모를 8천억 원으로 증액시키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경기지역화폐가 당초 목표보다 높은 성과를 거둬 영세 소상공인 매출 증대라는 본래의 목적 달성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발행된 경기지역화폐 중 83%는 일반음식점과 슈퍼마켓 등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소비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연구원은 경기지역화폐가 지난해 4월 시행된 이후 발행 및 사용 금액이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지역화폐는 충전사용 방식의 ‘일반발행’과 청년기본소득이나 산후조리비 등 복지수당 명목으로 지급되는 ‘정책발행’으로 구분된다. 2019년 1~4분기를 기준으로 이들 화폐의 발행 총액은 2분기에 825억 원에서 3분기에 1천191억 원으로 늘었고, 4분기에는 1천48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일반발행의 경우 지난해 4월에서 5월 사이 3.2배 가량 증가하였으며 동년 9월에는 395억 원이라는 높은 발행 실적을 냈다. 일반발행 부문의 사용 실적 또한 증가추세에 있지만 증가율은 2분기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이후 나머지 분기에서는 다소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편 정책발행은 지급 이후 한두 달 이내에 대부분 사용된 것으로 경기연구원은 보고 있다. 또한 지역화폐 발행 및 사용 현황을 권역별(경기도 산하 31개 시·군을 중부내륙권, 서해안권, 동북부권, 북부권역, 남부권역의 다섯 권역으로 구분함)로 분석하면 권역에 따라서 확산 속도에 차이가 존재했지만 모든 권역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 소상공인 매출 증대효과 커

 경기지역화폐의 총결제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점포당 월평균 결제액은 약 40~50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3분기를 정점으로 4분기에는 소폭 하락했다. 조사 대상 점포의 업종은 음식점이 27.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상권유형은 상점가(63.0%), 점포유형은 일반점포(67.5%)가 높게 나타났다. 한편 경기지역화폐로 결제하는 고객이 있는 경우가 지역 화폐로 결제한 고객이 없는 경우에 비해 매출액이 206만 원 상승했다. 또한 지역화폐 결제 고객이 있는 점포의 매출액은 권역별로 각각 북부권이 487만 원, 중부내륙권이 278만원, 남부권이 182만 원, 서해안권이 89만 원, 동북부권이 79만 원 증가했다. 이처럼 지역화폐가 유통됨에 따라 소상공인 매출을 증대하는 데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가 지역화폐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지역화폐 도입 성과조사’ 결과, 도민 10명 중 9명은 앞으로도 지역화폐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경기도민들이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이유는 ▶구매혜택(40%) ▶지역경기 활성화 등 도입 취지 공감(20%) ▶현금영수증 및 소득공제 혜택(10%) 순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기연구원은 지역화폐 제도 도입이 단기간에 매출액 증가효과를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2019년 전체를 분석한 결과와 달리 지역화폐 도입 직전인 2019년 1분기와 도입 직후인 2분기의 매출액을 비교하면 유의미한 차이가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경기연구원은 지역화폐의 효과는 제도도입 자체보다도 실질적 이용확산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보고, 이 제도가 효과가 있는지 단기적으로 접근해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성급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 평가로 지역화폐의 효과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사례로 살펴본 지역화폐의 효용은 이처럼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지역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연구원이 밝힌 바와 같이 지역화폐 도입은 장기적인 사용추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보다 많은 사례를 축적하여 실증적인 분석을 도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향후 학계와 지자체, 정부 간의 긴밀한 연구와 협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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