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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무늬만' 서민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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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금융권이 서민을 지원하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계층이 많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저신용자를 위한 소액대출 출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표적인 서민용 주택담보대출인 주택금융공사의 `금리우대 보금자리론'은 고객의 외면으로 무용지물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있다.

최근에 이뤄진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인하 조치도 실제 혜택을 받는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정부의 보증 지원에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저신용자 소액대출 `미적'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당수 은행은 지난달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저신용자를 위한 소액대출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방은행인 광주은행만 상품을 내놓았을 뿐 다른 은행들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저신용자 소액대출인 가칭 `무보증행복드림론'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판매하지 않고 있고, 대구은행과 경남은행도 이달로 출시를 미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산 준비 등으로 저신용자 소액대출의 출시가 늦어졌다"며 "이달 중순 내놓을 예정지만 자세한 상품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출시 계획도 세우지 않는 등 아예 외면하고 있다.

우리.하나.부산.전북은행과 농협 등 5개 은행이 2006년 7월부터 총 5천900억 원 한도로 저신용자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조건 등으로 판매 실적이 지난 2월 말 현재 1천597억 원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전북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728억 원과 71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조성목 서민금융지원실 부국장은 "대출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영업점 성과 평가에도 반영하는 일부 지방은행은 저신용자 소액대출의 판매 실적이 우수한 편이고 연체율도 낮다"며 "관련 실적을 사회공헌도 평가에 반영토록 해 은행의 취급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민용 보금자리론 `무용지물'
주택금융공사가 판매하는 금리 우대 보금자리론은 올해 1∼3월 판매액이 85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533억 원보다 84.1%나 급감했다.

이 상품은 연소득이 2천만 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가 3억 원 미만인 주택을 구입할 때 일반 보금자리론보다 1%포인트의 금리 혜택을 주는 고정 금리 대출로, 정부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2007년 8월 시판됐다.

금리 상승기로 출시 첫 해인 2007년 8월부터 5개월간 506억 원, 2008년에는 1천612억 원이 팔렸으나 지난해 10월 시장금리 하락의 여파로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판매가 급감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0%인데 금리우대 보금자리론 금리는 5.4∼6.3%에 이른다.

특히 지원 대상이 똑같은 국민주택기금의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 금리가 연 4.7∼5.2%로 1%포인트가량 유리하다 보니 보금자리론이 외면받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서민 대상 상품을 중복으로 판매해 비효율을 낳고 있다"며 "소득 기준을 3천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상품별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대출금리 인하 `생색'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도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은행들은 앞다퉈 주택대출 금리를 최고 1.0∼2.3%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대출금이 소득보다 4배 이상 많은 고객에게 0.3%포인트 가산금리를 붙여왔다가 이번에 폐지했다. 신한은행은 500만 원 미만의 소액 대출을 받을 때 1.5%의 금리를 가산했으나 이 항목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의 소득보다 4배 이상 많은 금액을 대출받거나 주택을 담보로 500만 원 이하의 소액 대출을 받는 고객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신한은행이 이번에 폐지한 연립.다세대 주택에 대한 가산금리 0.3%포인트 역시 이미 다른 은행들이 일찌감치 없앤 제도다.

하나은행도 최고 1.7% 포인트 금리를 내린다고 발표했지만, 금리 인하 혜택을 전부 받기란 쉽지 않다. 하나은행은 금리를 감면받을 수 있는 항목에 `다자녀'를 추가했다. 자녀가 3명이면 0.1%, 4명 이상이면 0.2%포인트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또 전용면적이 60㎡ 이하의 주택을 담보로 LTV(담보인정비율)의 80% 이상까지 대출을 받은 경우 기한을 연장할 때 붙였던 가산금리 1.2%포인트도 없앴다. 하지만, LTV의 80%까지 대출을 받은 고객은 소수라고 은행 측은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은행들의 금리 인하 효과는 0.3∼0.5%포인트 내외"라며 "당국의 대출 금리 인하 요구에 따라 금리를 내리다보니 과대 포장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 "보증서 끊어야만 中企대출"
은행들이 정부의 독려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정부의 보증 지원에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11조798억 원이 증가했다. 월별로도 1월 2조5천468억 원에서 2월 3조7천158억 원, 3월 4조8천174억 원으로 커졌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부 대출이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신보와 기보가 1분기에 신규로 공급한 보증은 각각 5조9천636억 원, 2조6천999억 원으로 총 8조6천635억 원에 달한다. 월별로는 1월 8천479억 원에서 2월 3조1천577억 원, 3월 4조6천579억 원으로 은행의 중기대출보다 빠른 속도로 늘었다.

신보 관계자는 "은행 중소기업 대출과 신규 보증액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고, 신규 보증 가운에 1조 원 정도는 은행의 출연에 의한 것"이라며 "다만, 2월부터 보증 공급을 본격화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경기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대출 담당자는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있고 나중에 경매도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담보대출도 쉽지 않다"며 "은행이나 기업 모두 신.기보나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부 대출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신보 강북지점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보의 보증을 받는 업체라도 신용등급이 우량하면 은행들이 자체 신용대출 고객으로 빼앗아가는 경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극소수의 우량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보증을 통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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