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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개혁 한고비 넘겼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의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농협 개혁이 한고비를 넘겼다.

문제는 농협 개혁의 완결판이라 할 '신용(금융)-경제(농축산물 유통) 사업 분리' 작업이다. 이 신경 분리는 지배구조 개편보다 더 험난한 앞길이 예상되고 있다.

◇ 지배구조 개편 '절반의 성공'
농협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농식품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아직 법제사법위원회(23일)와 본회의(29일 또는 30일)가 남아있지만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애초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상임위를 거치면서 적잖이 손질됐다. 조합장 비상임화 요건이 '자산 규모 1천500억 원 이상'에서 '2천500억 원 이상'으로 강화되면서 대상이 줄었고, 조합 선택권 확대 폭도 '시.도'에서 '시.군.구'로 바뀌었다.

비상임화된 조합장들이 경제나 지도사업에서 전면 손을 떼도록 한 정부 안과 달리 일부 경제.지도 사업도 허용했다.

그러나 정부는 만족하는 분위기다. 중앙회장의 인사권 배제나 단임제화.간선제화 등이 그대로 관철됐고, 조합장 비상임화도 일단 도입에는 성공했기 때문이다.

법안 제출 때만 해도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데 비춰보면 개정안 통과의 의미는 더 각별하다. 농협 개혁이 국회나 이해 관계자들에 가로막혀 좌초한 전례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1일 "무엇보다 국회의 역할이 컸다"며 "현실적으로 의원들이 조합장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여건인데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 신경분리는 험로 예상
농협중앙회의 신경 분리는 농협 개혁의 본류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농지 개혁에 버금가는 일'이란 말까지 나온다. 50여 년간 유지돼온 '공룡 조직' 농협중앙회의 조직과 기능, 인력 구성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관 합동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는 최근 농협중앙회를 '농협경제연합회'로 바꾸고 그 밑에 경제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두는 안을 내놨다.

또 현재 중앙회 안에 '상호금융 총본부' 형태로 있는 상호금융(조합이 조합원 중심으로 운영하는 신용사업)도 별도의 연합회로 분리해 '2연합회 2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도록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밑그림에 불과할 뿐 이를 현실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이 구상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도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예컨대 농협중앙회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현행 법 체계 안에서는 금산분리법 위반이 된다. 비금융주력 사업자인 농협경제연합회가 그 밑에 4% 이상 출자한 금융지주회사를 두게 되기 때문이다.

각종 세제상 혜택도 신경 분리와 함께 사라지게 된다. 지금은 농협중앙회라는 한울타리 안에 있어 한 부문에 낸 이익금이 과세 없이 오갈 수 있지만, 사업이 쪼개지면 이익금이나 배당금이 오갈 때마다 세금을 내야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분리 후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는 등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세제 부분이 가장 민감하고 꼼꼼히 따져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경 분리를 제도화하기 위해 손봐야 할 법은 굵직한 것들만 꼽아도 농협법, 공정거래법, 금융지주회사법, 상법, 법인세법, 지방세법, 조세특례법, 은행법, 보험업법 등이다.

당사자인 농협중앙회의 입장도 중요한 변수다. 농협은 이미 농협개혁위의 신경 분리안에 대해 "중앙회 명칭과 교육.지원 사업은 존속돼야 하고 상호금융연합회 신설은 현실 여건이 충족된 뒤 추진해야 한다"며 일부 제동을 건 상태다.

농협은 자체 입장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언제쯤 마무리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협 내부에서도 중앙회 간부와 조합장 간, 신용 부문과 경제 부문 간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우리가 신경 분리의 당사자인데 가자는 대로 갈 수는 없다"며 "어떤 안을 내놓든 구성원 모두에게서 '좋은 안'이란 평가는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농협개혁위의 안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당사자인 농협중앙회의 의견도 수렴해 연말까지 신경 분리에 필요한 법안 손질을 마무리하고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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