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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질적 평가의 역량 키우기가 대학 발전의 최우선 과제

끊임없이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려고 대학들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우리대학이 2020년까지 적어도 20개의 학문분야가 국내 10위권에 진입하고자 K-up이라는 구호아래 에너지를 결집하고 있다. 그러한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지는가 했더니 한국의 모든 대학이 비슷하게 몸부림을 치고 있는 모습이 많이 들어온다. 연세대는 5년 내에 5개 연구분야에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Global 5-5-10 전략을 내세웠다고 한다. 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 향한 추진력의 발동은 그러나 구체적 전진의 단계마다 닥치게 되는 문제점의 진료에 비하면 얼마나 쉬운 일인가. 대학이 그러한 목표를 가지고 전진하려면 한 분야나 한 부분, 한 요소의 혁신이나 도약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학의 경쟁력이 우선적으로는 교수들의 연구와 교육에 있기 때문에 교수들의 능력이 자주 진료대에 오른다. 연구성과에 대한 획기적인 진단법이 지난주에도 하나 나왔다. 서울대 자연대와 포항공대가 교수들의 정년을 세계 20위권 이내 대학 교수 3~4명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보장이 가능한 제도로 바꿀 것이라고 한다. 어디 먼 나라에서나 거론되는 얘기인 듯 낯설다. 음대 교수들의 외국 학위증 위조 사건으로 얼마 전에 매스컴에서 떠들었던 나라와 같은 나라의 얘기인가?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제시된 그 해결 방안은 역으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사회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보여준다. 평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끊임없는 불신은 객관성이라는 허울을 쓴 양적 평가에 주로 의존하게 만들고 글로벌 수준의 평가 잣대로 외국의 체제에 의존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은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다. 양적 평가도 평가단위나 분포에 대한 질적 결정 없이는 그 결과가 무용하고, 외국의 학위나 추천서 같은 것도 결국은 외국의 질적 평가를 빌려 쓰는 미봉책일 뿐이다.


우리 자신이 질적 평가의 역량을 키우고 그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못 만들면 우리는 이 늪에서 결코 헤어날 수 없다. 질적 평가는 전문성이 무엇이고 전문가가 누구인가에 대한 공인에서 나온다. 당연히 질적 평가란 전문성에 대한 바른 인식에서 시작한다. 음대 교수들의 외국 학위증 위조 사건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도 실기와 학문이 전적으로 다른 전문성이라는 사실이 인식되지 않은 데에 있다. 실기와 학문이 잘 조화되어야 할 음악대학을 실기전공 교수진으로 가득 채우고 그들이 다른 전문성에 근거한 이론강의나 학문적 훈련을 맡길 수 있는 학위증 소지의 교원이기를 요구하는 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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