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회 저명인사들의 학력 속임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온다. 일부 예술계 인사들과 연예인들의 허위학력이 이슈화되더니 이제는 사회 전 영역에서 학력 문제로 시끄럽다.
학력을 속이는 것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거짓된 행위로 비난받아야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학력 속임 현상은 학벌주의라는 뿌리 깊은 사회적 관행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보다는 학벌이라는 외적 조건이 사람을 평가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우리 사회의 관행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학력을 속이는 사람들도 학벌주의 사회의 피해자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학벌주의 사회의 폐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캠퍼스에서 만나는 학생들 중 많은 수는 학벌주의 사회가 주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대학교 가려고 했는데 성적이 조금 안 돼서 이 학교 왔습니다.’ ‘서울로 진학하려고 했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이 학교에 왔습니다.’ 일상으로 만나는 학생들로부터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고, 서울로 진출하지 못한 열등감과 패배감이 학생들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분명히 좋은 품성과 자질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감과 성취동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면에 열등의식과 패배의식의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열등의식과 패배의식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신을 피폐하게 하고 나약하게 한다. 그래서 성장과 성숙을 방해한다. 대학이 의도하는 교육적 성과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벌주의 사회의 상처로부터 학생들을 치유하고 회복하도록 돕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당국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과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예산을 투자해야할 것이다. 교수와 직원들은 학생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자세로 대해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학이 좋다, 우리 캠퍼스가 좋다고 외치는 것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명대학교 학생인 것을 당당하게 생각하고, 진정으로부터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자원을 투입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