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소박물관 뒷길에 벚꽃이 만발하고 정문 옆의 박태기나무가 홍자색의 꽃 덩어리를 가지마다 뭉쳐서 매달고 있더니 어느새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가을이다. 오산관과 본관 사이로 모습을 내민 보름달 앞을 서둘러 지나가는 구름의 무리는 시간의 빠름을 알리며 점점 깊은 가을로 향해 가고 있다. 오랫동안 달려온 시간이 이제 결실을 위한 고통 속에서 혼신을 다하고 있는 계절이다.
대학생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이루고자 하는 뜻이 높으면 고통도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것은 높은 산에는 깊은 계곡이 있는 이치와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후엔 무슨 후회가 있겠는가? 최선을 다해 달린 쇼트 트랙 선수가 결승점에서 발을 내미는 심정과 같이 최선을 다한 뒤에 그 성공의 여부는 하늘의 뜻에 따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학생들이여! 화려함의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는 법. 수영의 박태환, 야구의 이승엽, F1의 미하일 슈마허, 골프의 타이거 우즈와 같은 사람을 보라. 토굴을 파고 속세와 담을 쌓고 면벽 수련을 하는 고승대덕의 심정으로 오로지 한 가지 일에 정진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옛날 송나라 주자는 “양기(陽氣)가 발하는 곳에는 쇠와 돌도 또한 뚫어진다. 정신이 하나에 이르면 무슨 일인들 이뤄지지 않겠는가? (陽氣發處 金石赤透 精神一到 何事不成)”라고 하였다.
또한 모든 일은 때(시기)가 있는 법이다. 도연명은 “성년부중래 일일난재신(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이라 하지 않았던가? 젊은 때는 거듭 오지 않으며,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닌가? 이렇듯 시간은 인생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 가을, 주자(朱子)의《주문공문집(朱文公文集)》권학문(勸學文) 시의 첫 구절을 되새겨보자. 소년이로학난성 (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은 쉽게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일촌광음불가경 (一寸光陰不可輕; 짧은 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마라.)/미각지당춘초몽 (未覺池塘春草夢; 연못가의 봄풀이 채 꿈도 깨기 전에)/계전오엽이추성 (階前梧葉已秋聲; 뜰 앞 오동나무 잎이 가을을 알린다.)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살아가는 근본과 이치는 다 같은 것이다. 결실의 계절. 거울 앞에선 우리의 모습이 당당해 질 것을 굳게 믿으며 지금도 삶의 리더가 되고자하는 뜻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계명인들이여! 혼신을 다해 학업에 매진하라! 진정한 대학생의 낭만을 그 속에서 맛보게 될 것이다.